2009년 7월 1일, 경의선 개통기념으로 열차도 타볼 겸, 그리고 옛 군대생활의 기억도 더듬어볼 겸 문산에 다녀왔다.
군 시절, 다시는 밟고 싶지 않고 쳐다보기도 싫었던, 지긋지긋한 문산이었는데 어느덧 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나니 그 때의
그 악감정은 사라지고, 이제는 뭐랄까 오래 전의 애틋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으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1시간에 1대꼴로 있는 경의선 신촌역에서 출발.
사실 열차가 자주 있는 디지털미디어시티, 혹은 열차의 출발지인 서울역(서부)에서 가는 것도 되었지만
굳이 여기를 선택한 이유는, 과거 군 복무 시절 처음 100일휴가를 나왔을 때 내가 내렸던 역이 이 신촌역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용하지 않는 경의선 구 신촌역.
2005년 12월, 100일 위로휴가를 나왔을 때 이 구역사를 통해 120일만에 처음으로 세상과 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헐리는 것은 면했지만, 건물의 위치가 변경되고, 외벽을 새로 칠해서 지금은 더 이상 옛날의 모습이 안 남아있는 것이 아쉽다.
신촌역에 붙어있는 경의선 개통 안내문.
경의선은 원래 용산으로 뻗을 예정인데, 기존선을 활용해서 가좌-신촌-서울역으로 한시간에 한 대씩 열차를 보낸다.
그래서 이 구간은 전철임에도 불구하고 배차간격이 기존 통근열차 수준인 1시간으로 굉장히 넓다.
내 생애 일반전철이 천안 - 신창구간보다 배차간격 더 넓은 역을 보게 될 줄이야.
이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정말 열차시각표를 확실하게 외우고 다녀야 할듯. 지형상으로 문산이 서울보다 더 북쪽인데
어째서 문산행이 하행, 서울행이 상행이 되는지는 좀 이해하기가 힘들다.
신촌역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이 경의선 신촌역, 그리고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 2호선 신촌역.
두 역을 환승역으로 만들기에는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서, 두 역은 현재의 청량리(지상), 청량리(지하)처럼 환승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역사가 깊은 신촌(경의선) 역의 이름을 유지하고 지하 신촌역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하 신촌역도 그 상징적인 이름이 굉장히 강해, 결국은 신촌(경의선), 신촌(2호선)으로 구분하는 걸로 결정.
억지로 이름을 바꾸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경의선 신촌역을 2호선 신촌역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찰구에는 위와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호선 신촌역 역명판. 신촌역 역번호가 P314번인데, 어째서인지 P부분을 가려놨다. 무슨 이유에설까.
신촌역 바깥쪽 선로에서 대기중이었던 무궁화호 열차. 열차카페 객차가 있고 창 안으로 철권5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문산행 이번 열차를 놓치면 다음 열차는 한 시간을 기다려야 된다.
시설은 최신식이지만, 배차간격이 워낙 넓어 경의선 신촌역은 2호선 신촌역과 다르게 도심 속 시골간이역 같은 느낌이 든다.
경의선 신촌역 승강장. 개통에 쫓겨 급히 만들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갖출 건 다 갖추었다.
문산행 전동차 도착. 신촌에서 문산까지 전동차로 50분이 걸린다고 한다.
과거 경의선 통근열차보다 정차하는 역은 조금 더 많아졌는데 정작 소요시간은 더 줄어든 셈. 전철이 좋긴 좋구나.
경의선 전동차 출입문 위에는 노선도 대신 저렇게 모니터가 달려서, 경의선 노선도와 현 이동 위치를 알려준다.
오른쪽 모니터에는 코레일 광고가 나오고... 이 방식이 중앙선 일부 열차에서 처음 사용된 방식인데, 중앙선보다는 낫다.
전체 노선도는 모니터 옆 의자가 있는 곳 위의 광고판에 붙어있는데 보는 데 큰 어려움은 안 느껴진다.
열차 안에서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아서, 그냥 창 밖을 보면서 이동한 지 50분만에 열차는 종점인 문산역에 도착했다.
기차역이었던 문산역이 전철역으로 바뀌고, 이렇게 역명판이 바뀐 것을 보니 기분이 참 아이러니하다.
문산역 개찰구. 이제 종이승차권이 사라진지라, 경의선의 모든 개찰구는 저렇게 카드만 찍을 수 있게 바뀌었다.
신촌역에서 문산역까지 전철 요금은 카드로 1600원. 별로 안 먼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카드를 찍으니
내가 참 먼 곳으로 왔다는 기분이 든다. 기존 통근열차 요금이 1400원이니 서울역에서 오는 건 200원이 오른 셈이네.
기존 서울역-임진강을 운행하는 통근열차는 노선이 축소되어, 이제 문산-운천-임진강-도라산 이 네 역만 운행한다.
임진강, 도라산은 특수한 역이니 그렇다쳐도, 개인적으로 전철화에서 제외된 존재감 없는 운천역이 지못미...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노선도. 경의선과 9호선 구간이 나와있고, 문산에서 최장거리인 1호선 신창까지는 요금이 3500원.
아 그리고 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공짜전철...-_- 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정말 노인분들이 많아졌다.
분명히 예전 군 복무시절 문산역에는 이렇게 노인분들이 많지 않았는데? 좀 한숨이 나온다.
문산역 대합실은 4층. 경의선에 생긴 전철역 중 가장 대합실이 높은 역이다.
어짜피 전철 타려면 다시 내려가야 될텐데 대합실을 왜 이렇게 높게 지었나 하면, 예전에 1998년 경기 북부에 큰 수해가 났을 때
문산읍 전체가 물에 잠기는 일이 있었고, 이 때 물에 잠긴 문산역도 초토화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새로 역을 지어서, 지금의 문산역이 이렇게 높아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실제 철길도 고가는 아니지만 지면에서
꽤 높게 올라와있음을 알 수 있다. 어쨌든 그 때의 수해 이후로 지금은 문산 일대에 홍수는 일어나지 않는다.
문산에도 도미노피자가 생겼구나... '군부대 배달가능' 의 압박. 저런 서비스는 군부대가 많은 특수한 지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기차도착 20분 전 주문하면 역 1층 배달 - 이건 아무래도 군부대 면회오는 면회객들을 위한 서비스 같다.
문산역 1층 자판기에서 본 괴이한 물건. 과연 문산의 수많은 군인들 중 누가 이걸 돈 주고 사먹을 것인가?
문산역 역명판. 이 역명판이 있다는 것은 이제 문산도 전철역이 되었다는 것.
전철역이 됨과 동시에, 기존의 문산역 꼭대기에 있었던 구 역명판도 저렇게 바뀌었다. 기존 게 더 나았었는데 하는 아쉬움.
문산역을 나와 문산터미널로 가는 길. 버스로 한 정거장 정도 거리라 걸어가는 데도 부담은 없다.
문산은 행정구역상 파주시이긴 하지만, 시내가 있는 금촌에서는 한참 떨어진 곳이라, 그냥 독립된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면적이 굉장히 작아서, 그냥 조그만 읍내같은 느낌. 실제 행정구역도 파주시 문산'읍'이지만.
문산역에서 나와 터미널 방향으로 올라가다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보이는 곳.
문산이라는 곳은 군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 이것 저것 갖출 것은 다 갖추긴 했지만, 그래도 시내가 참 작다.
문산터미널 쪽으로 가는 길. 2년 전 전역을 하고, 마지막으로 찾아온 건 면회를 위해 1년 전에 와본 게 전부인데
이렇게 시내를 들어가니, 군복을 입고 이 곳을 돌아다녔던 오래 전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문산버스터미널. 저기서 우리 부대로 들어가는 11-1번 버스를 탔었다.
하루에 7~8번밖에 다니지 않았던 버스를 못 타면, 택시를 타고 비싼 요금을 내며 부대까지 가야 했던 기억이 난다.
문산에서 서울을 가는 버스노선은 2개. 금촌 시내를 경유해서 가는 909번과 통일로를 통해 직통으로 서울역을 가는 9710이 있다.
그나마 9710이 서울로 빨리 가는 편인데, 전철에 비해선 시간이 훨씬 오래걸린다.
아마 전철 개통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노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여관, 아직도 있었구나.
시설은 여인숙 수준으로 낡았지만 주인할머니가 꽤 괜찮았고, 문산 읍내에서 가장 숙박비용이 싸기로 소문났던 하니장 여관.
여기서 묵었던 기억, 그리고 서울로 점프-_-를 뛰기 위해 할머니와 입을 맞추고 부대에 조작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군 복무 시절 나름 운이 좋아서 7번의 외박을 나왔었는데, 이 중 분과외박 제외한 6번 외박을 점프뛰었다...-_-
그 중 한 번의 외박은 점프를 뛰어서 서울에서 논 뒤, 밤 10시에 문산으로 돌아와 자고, 그리고 다음날 새벽 다시 서울가고...)
군부대가 많은 문산에는 이런 식으로 군용 용품을 판매하는 체육사가 많다.
저 스포츠용품 아래의 빨간 하트모양의 마크가 내가 나왔던 30기계화보병사단.
이 가게도 아직 남아있었구나...ㅠㅠ
휴가 나와서 처음으로 먹었던 사제음식이 바로 이 집의 순대국이었다. 그때만큼 맛있는 순대국이 또 없었다.
삼겹살이랑 순대국을 군인에 한해서만 더 싸게 팔았고, 군인들에게는 계란 후라이도 인원수대로 서비스가 나왔던 집이다.
휴가 복귀를 하거나, 부대에서 주말에 회식을 할 때 자주 배달, 포장해 먹었던 즉석피자집. 피자랑쥬.
10판 이상 주문할 때만 배달이 되는 집이었다. 그 때는 한 판 5000원이었는데 지금은 한판 6000원.
평일 오후라 그런지 군인들은 많이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동네가 군인들로 가득 차게 되는 건 외박을 나오는 토~일요일
그리고 휴가 복귀를 하는 평일 오후 5~6시 사이. 특히 주말에는 길거리 다니는 사람들의 절반은 군인이라고 보면 된다.
가격이 싸길래 찍어본 것.
11-1번 버스가 언제 올 지 기약이 없어 군부대까지 가는 건 그냥 포기하고, 이 정도만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가는 열차를 탔다.
이제 전철 개통으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녀올 수 있는 문산. 과거 군 복무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문산.
그 때는 쳐다보기도 싫었던 이 문산 땅을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밟게 되었다. 언제 또 다시 이 곳을 오게 될까?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오오 클라우저님!!!
보너스 : 저 현수막을 보면 '의' 뒤에 '인'이라고 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인선은 인천 쪽이지... 어떻게 저렇게 큰 실수를 하지...
보너스2 : 문화재로 지정되어 헐리지 않고 살아남은 경의선 일산역. 이 역은 신촌역처럼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 200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