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지금시각 새벽 6시 8분.

극심한 두통과 설사에 시달리다가 잠이 깨버려서, 잠시 컴퓨터를 잡았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아까전에 학원을 갔다 올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속은 속대로 계속 울렁거려서, 몇 번이고 토하고, 설사하고,

머리는 소주를 나발로 두세병은 마신것마냥 멍하니 어지러웠고......

아무래도 찬바람을 쐰 것도 있겠지마는, 어제 하루종일 먹은 음식이 근본적인 원인인 듯 싶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어제 내가 먹은 음식들을 생각해보면 '미쳤다'라는

말밖에 더 어울리는 말이 없는 것 같다.

아침으로 유통기한 지난 편의점 김밥 한줄, 점심으로 폐기나와서 색 변하고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야채찐빵 한 개와 유통기한 이틀 지난 요구르트, 그리고 저녁으로 역시 유통기한 이틀 지난

치즈 샌드위치까지... 하루종일 먹은 게 이거 뿐이고, 그나마 먹은 음식들이 다 저 모양이니

어떻게 보면 탈 안 나는게 이상한 일인지도......-_-

아무리 폐기상품이 공짜고, 유통기한 하루 지나도 상품에 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 이런 식품들은 좀 자제해야 될 거 같다. 식비 아끼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몸 망칠라.




학원에서도 두통 때문에 어지러워 죽을 것 같았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지만,

선생님 앞에서 안 좋은 모습, 애들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기는 죽어도 싫었기에 억지로 밝은 척 하고

밤 열시 반, 집에 오는 버스에 몸을 싣자마자, 내 몸은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젖은 빨래처럼, 축 늘어진 채 버스에 몸을 싣고 오는데, 뭐 때문인지 자꾸 눈물이 나더라.

아픈 것에 대한 괴로움보다는, 이렇게까지 몸 망쳐가면서 돈에 혈안이 되어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고 한심해 보여서, 더욱 괴로웠다.




집안 부담 덜고, 내 스스로 학비를 마련해서 공부하겠단 신념으로 시작한 일.

어느새 3달이 넘어가고, 지금의 난 일에 완전히 적응하여, 남들 겉보기에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난 '일하는 중이잖아. 지금 넌 돈을 벌고 있어' 란 것을 이용해서

다른 것, 내 미래에 대한 투자, 공부, 인간관계, 모든 것들에 극도로 소홀하고 나태해졌다.

어쩌면 내가 일을 하는 것은, 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잠시나마

그것에 대해 생각지 않기 위한 현실도피의 수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입시시즌이 끝나는 2월까지, 우리 애들 어떻게든 대학 보내고 난 뒤에

앞으로 복학하기 전까지 내가 나아갈 길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봐야 겠다.

그 전에, 이번 주 토요일날 학원 한 녀석이 청강대 수시 실기시험을 보러 간다.

내 나름대로, 각종 방법을 다 동원하여, 그 녀석에게 정성을 쏟았고, 그 애도 일까지 같이

해 가면서, 입시 준비하면서도 힘든 내색 안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어찌나 기특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늦게 시작했기에, 냉혹한 이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누군가가 나더러 인생을 굉장히 즐겁게 사는 사람 같다고 했다.

하지만, 빛이 있기에 어둠도 존재한다는 말처럼

마냥 실실거리고 웃으며 사는 밝은 삶의 이면엔 이런 어두운 단면도 있다.

내 삶의 밝고 활기찬 모습이 단지 다른 사람들 앞에 보여주기 위한 가식이 아닌

진정으로 마음 속에 우러나온 활기참이 되도록, 항상 노력해야 겠다...




그 전에 토요일날 식사약속을 크게 잡았는데, 뱃 속이 개판되서 어떡하지....-_-;;

 

by Ryunan | 2007/11/30 06:08 | 사람사는이야기 | 트랙백 | 덧글(10)

트랙백 주소 : http://Ryunan9903.egloos.com/tb/161874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IRAIST at 2007/11/30 06:30
뭐 식비 아낀다는 차원에서는 그런것도 좋겠지만

아프면 난감하지 위에 구멍 뚫리는 수도 있으니...

나도 그랬거든...쩝...
Commented by Da =ㅂ=)b at 2007/11/30 07:56
좀 괜찮냐....;; 이그....... 짜슥.

무슨 위장 수련 중도 아니고;; 힘내라~!!


Commented by 아메리카노 at 2007/11/30 08:08
몸조심하셔야되요 ㅠ 아프면 돈이 더 드는거 아시죠!
그리고 힘내시고, 다 잘될 겁니다!
Commented by 골디 at 2007/11/30 10:16
으어 정말 맘망치시면 어쩌시려고;;;;;;;;
Commented by Ryunan at 2007/11/30 13:02
답신>>
IRAIST 님//
진짜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건 제대로 챙겨야겠음...ㅠㅠ

Da=ㅂ=)b 님//
응...ㅠㅠ 그나마 좀 나아졌다 어젠 죽을뻔했는데;;;

아메리카노 님//
예...아프면 돈 많이들죠. 밥값 몇푼 아끼려다 병원비만 날리는 일은 생기지 말아아죠..

골디 님//
아직 회복불능으로 망가질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Commented by 마리오 at 2007/11/30 20:44
그런면이 있으셨군요. 저는 겉만 보고 단순하게 판단한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Ryunan at 2007/11/30 23:07
답신>>
마리오 님//
아니, 누구나 인간이라면 다 이런 이면은 갖고있을거라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김정호님 at 2007/11/30 23:27
아깝다
Commented by 이로리♡ at 2007/12/01 06:39
다른 것 보다도 색 변하고 딱딱해진 호빵이....
...게다가 잘 상하기로 유명한 야채호빵이로군요(......)
Commented by Ryunan at 2007/12/01 09:23
답신>>
김정호 님//
꼭 그렇게 악담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놀부같은 성격

이로리♡ 님//
예. 차라리 단팥이었다면 더 나았을텐데요;;
빵 껍질이 돌을 씹는 거 같았습니다. 데워먹긴 했지만;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