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카타의 밤거리를 홀로 거닐다. -

숙소 복도 가운데는 뻥 뚫려있어서, 아랫층과 윗층의 복도도 바라볼 수 있게 되어있는데
각 층마다 그물막을 쳐 놔서, 추락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뭣보다 바로 아랫층 한 객실의 문이 열려있는데 그 열린 문 속에서 어떤 아저씨가 훈도시만 입고
탱탱한 궁뎅이를 다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은 보기가 조금...-_-;; 문화적 차이라 해도...

1.5리터 오렌지쥬스와 사이다, 그리고 찹쌀떡과 혹시나 맥주마실 거 생각해서 사온 견과류.
할인행사 중이었는지 오렌지쥬스 1.5리터 가격이 150엔대였다. 가격이 정말 싸구나..ㅠㅠ

사이다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샤워를 하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쫙 빠지며
'내가 진짜 일본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들었다. 친구는 피곤해 죽겠다며
뻗어버렸고, 나 역시 피곤하긴 했지만, 뭔가 이대로 뻗기에는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한 번 후쿠오카의 밤거리를 느껴보자!'
이미 뻗어서 깊은 잠에 빠진 친구를 뒤로 하고 다시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9시.
12시 이전에만 호텔로 돌아오면 되니, 한 번 나가서 밤거리를 제대로 돌아다녀봐야지...!

우리나라처럼 캔음료, 작은 페트만 파는 게 아니라 간혹 1L, 2L짜리 페트병도 자판기에 있으니..
그래도 저게 다 수요가 있으니까 저렇게 많이 만들어 놓는 거겠지...

저 120엔짜리 아쿠아리스 500ml는 우리나라의 포카리스웨트랑 비슷한 맛이라 보면 될듯.
시원하고 상쾌한 걸 마시고 싶어 코카콜라 제로 하나를 뽑아들고 다시 길을 걸었다.

뭔가 시끌벅적함을 벗어난 듯한 조용함과 운치가 느껴진다. 가격은 그래도 좀 비싸겠지?



후쿠오카 시내의 야경을 받은 강의 물결을 보니, '아, 정말 밤에 나오길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낮에 본 풍경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후쿠오카의 거리였다.

낚시바늘 같은 걸 이용해서 장어를 낚아올리는 것 같다. 주인 아주머니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역시 혼쾌히 허락해주셔서 사진을 찍어보고,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장어를
어떻게든 낚기 위해 낚시바늘을 움직히며 노력하는 모습도 구경해 보았다.

아저씨께서 한 마리를 낚아챘다. 와우, 아저씨 기술 좋으신걸...!

낮에는 아무것도 없는 강가의 거리에 해가 지면, 하나 둘씩 포장마차가 들어와, 밤이 되면 이렇게
수많은 포장마차들과 손님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젊은 여성들부터 나이 든 샐러리맨까지
포장마차의 손님들은 정말 다양하고, 그 많은 손님들을 붙잡기 위한 호객행위도 있다.
한 번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맥주 한 잔 해볼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혼자 가면 뭔 재미람
나중에 친구랑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냥 저 사이를 거닐며 구경해보는 걸로 만족했다.

다만, 우리나라 포장마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주황색 천이 없어서 밖에서 내부가 다
보인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랄까... 음식 가격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

강가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붙어 있는 남자 화장실을 나타내는 그림이다.
당연히 여자화장실 입구에는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수줍은 여성이 그려져 있다.

한국요리집이라고 하니 여기도 가격이 꽤 비싸겠지... 이 동네 은근히 한국 간판이 많다.

않지만, 대부분이 이렇게 대형인 듯... 일본 노래방의 노래 리스트들을 보니까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은 정말 괜찮은 노래들이 많이 있던데... 예전에 사진으로 일본 가라오케에
Des-row의 '펑키 소닉 월드' 가 있는 걸 보고 기겁. 여기선 저런 명곡도 부를 수 있구나..ㅠㅠ

무슨 노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 사이는 애인 관계고 그 여성을 위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보였다. 별반 특이한 광경은 아니었는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별로 눈길을
주진 않았다. 우리나라라면, 금방 시선 집중이 될만한 광경인데 말이야...

이 떡대 엄청난 두'형님들' 을 (아무리 봐도 여성이 아니라, 저 사람들은 형님들인듯...)
정면으로 딱 마주쳤을 때의 정신적 쇼크는 굳이 말로 안 해도 어느정도 설명이 되리라...

중년 아주머니들과 남자 삐끼로 보이는 사람들이 굉장히 길거리게 많이 있었는데, 이 삐끼들이
뭐 '환상적'이라거나, '화끈하다' 라고 하면서 나한테도 호객 행위를 하더라...ㅠㅠ
그리고 그런 삐끼들 앞에 있는 가게의 간판에는, 여고생, 혹은 AV모델로 보이는 사람들이
굉장히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여기 음... 그런 가게들이구나...;;

한국인이 하는 민박집인가?

한국에서 막걸리나 소주야,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국민주라고 하는데, 일본의 아사히 맥주가
한국에 오면 비싸지듯이, 한국의 소주와 막걸리도 여기서는 상당히 고급 술이라고 한다.
들은 얘기로는 한국에서 1000원 하는 막걸리가 여기서는 한 병에 2만원 꼴 한다고 하니...



그 화려함이 더욱 빛난다. 조명을 받은 이 조형물은 낮에 본 것과는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우리 숙소에서 지하철 두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걸어왔구나... 어느덧 시간은 10시가 넘어가 있고
거리를 더 거닐고 싶었으나,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상점가는 대부분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 라멘이나 한 그릇 먹고 들어가려고 했다.
라멘 290엔? 가격이 굉장히 싸다는 것이 어째 좀 불안하긴 했지만...

목소리를 듣고 자리에 앉아, 290엔짜리 '하카타 라멘'을 주문했다. 가격 정말 싸다...
가격이 대체적으로 굉장히 쌌다. 라멘 스타디움의 제일 싼 라멘이 600엔부터였고 심지어
900엔대의 라멘들도 있었는데, 이 가게는 최소 290엔부터 시작해서 아무리 비싼 라멘도
500엔을 넘는 게 없었다. 마진을 줄이고 일부러 싸게 많이 팔기 위한 걸까...
얼른 음식 주문해서 먹고 나가는, 우리나라 가락국수집과 비슷한 분위기에,
한 3~4명 정도의 손님들이 바에 앉아 한 마디 말 없이 조용히 라멘을 먹고 있었다.

구성이 굉장히 단촐하다. 파 썰은 것 약간에 초생강, 차슈, 그리고 참깨 뿌린 게 전부다.
그래.. 이건 290엔짜리야...라고 편히 생각하며 라멘을 잘 저은 뒤
국물을 한 번 떠 먹어 봤는데, '어라, 이거 의외로 맛있잖아?'

가격은 일본 내 다른 라멘집의 절반 수준으로 굉장히 저렴했지만, 이 저렴한 가격대 치고는
상당히 수준있는 맛에 감탄했던 라멘이다. 적어도 한국의 어정쩡한 라멘전문점보단 낫다.

국물까지 깔끔하게 비우고, 계산을 마친 뒤 부른 배 잡고 기분좋게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친구녀석은 깨어 있었는데, 어딜 싸돌아다니고 왔냐고 하더라.
뭐 어쟀든 밤에 실컷 돌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구경도 하고, 배도 채우고 나니까 슬슬 졸립구나...
그럼 내일을 위해 이제 자 볼까...
이렇게 후쿠오카에서의 첫날 밤이 끝나갔다.
To Be Continued...
Next : 2008 일본 큐슈 여행기 (12) - 호텔의 아침 식사

덧글
똑같이 '즈'로 발음되지만 zu(ず)와 du(づ)의 차이 비슷한 느낌?.....
한국와서 제일 생각나는건 역시 그 크로와상이랑 이치란 라면이더군요
먹는게 남는겁니다
이번 여행 진짜 먹는게 남는거라는 걸 제대로 느꼈지요.
이번에!!! 무려!!! 후쿠오카에 간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