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난주에는 서울 본가에 가지 않고 천안에 계속 있었고, 서울 올라갈 계획이 없었는데 다른 분
블로그를 보는 도중 '통인시장의 기름 떡볶이' 라는 포스팅을 보게 되어, 갑자기 이 떡볶이 맛이
너무 궁금한지라 당일치기로 서울에 올라돈 C氏와 만나, 같이 먹어보러 다녀오게 되었다.
떡볶이 맛이 궁금하단 이유로 전철 타고 천안에서 경복궁역까지 달려간 나도 참 대단하다.
심심치않게 소개되는 이 떡볶이집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효자동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통인시장 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장이 구석진 곳에 있어 그런지,
유명한 집이라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보통 시장 분식집의 느낌.

할머니 두 분께서, 장사를 하고 계셨고, 녹두전이나 순대, 어묵 같은 메뉴들도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을 볶는지라, 주문을 하고 조금 기다려야 하지만, 볶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어
떡볶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1인분 가격이 3000원으로, 다른 떡볶이에 비해 가격이 센 편이지만, 그만큼 은근히 양이 많다.
국물이 없어 그런지, 양이 적은 듯 싶었으나, 계속 집어먹다 보니 꽤 많다는 걸 느꼈다.
일반적인 맵고 달달한 떡볶이와는 뭔가 틀린 독특한 맛. 달짝지근한 맛이 없는 튀긴 떡꼬치를
먹는 것 같으면서도, 맛이 은근히 독특하다. 뒤의 간장떡볶이는 간이 적어 담백한 느낌도...
개인적으로는 꽤 독특한 느낌이 재미있고 맛있게 먹었지만, 그렇게 특출나게 최고다! 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한 느낌이라, 일부러 이거 먹으려 찾아올 일은 음... 글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으면, 한 번씩 생각이 나서 먹어볼 것 같다.

구석진 곳에 있어 그렇다 쳐도, 요즘 불경기라 먹고살기 힘들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시장 안을 구경하면서 영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날씨만큼이나 경기 또한 한파구나...


광화문은 지금 열심히 복원 공사중이라, 바깥에 저런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물론 이런 조형물도
예쁘지만, 난 하루빨리 제대로 복원된 광화문, 그리고 숭례문을 다시 보고 싶다.

일반 시민들에게 청와대 개방하는 취지야 좋다 쳐도, 지금 '그분' 하는 모습과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전혀 가고싶은 생각이 안 드는 건 어쩔 수 없단 말이지...

하지만, 이 활기찬 곳도 음식점 근처 뿐이지, 다른 곳은 여전히 을씨년스럽다.

가게 안이 정신없게 사람이 많아, 약간 기다린 다음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뒤에는 맷돌이 있어, 계속 콩을 갈아, 반죽을 만들어내고 있다.

충분히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 막걸리도 단돈 2천원이라, 6천원이면 푸짐하게 먹는다.

그냥 양파만 갖고 밥반찬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치는 그냥 평균 수준.

숙주도 듬뿍 들어 있어, 정말 씹는 맛이 제대로...ㅠㅠ 보통 빈대떡이나 전 같은 종류를 술집에서
시키면 상당히 비싼 편인데, 여기는 이렇게 푸짐하고도 4천원밖에 받지 않으니 참 착하다.

사실 같이 간 C氏께서는, 이 육회골목의 육회가 제일 먹고 싶었다고 한다.
오늘 여기에 온 가장 큰 목적도 바로 이 골목의 저렴한 육회 때문이라 했고...

많은 사람들이 오밀조밀하게 앉아 열심히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술안주용 육회를 파는 곳이니만큼, 술은 기본적으로 한 병은 시켜야 하나 보다.
술을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참이슬 한 병 가지고 오는 걸 보면 음...

안에는 고기까지 꽤 만족스럽게 들어 있다. 얼큰하기보다는 상당히 개운한 느낌의 국.



양념을 지나치게 달지 않게 잘 해서, 상당히 맛있다. 그동안 먹었던 육회들이 설탕 때문인지
단맛이 상당히 강했는데, 단맛도 적어 쉽게 질리지 않는 느낌. 그냥 만원 치고는 황송한 수준.



그렇게 광장시장의 밤은 깊어가고, 다시 천안으로 돌아오며 당일치기 먹부림기행은 끝났다.
이번주가 종강 겸 과제 마감시즌이라, 댓글이나 블로그 포스팅이 뜸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20081208 written by RYUNAN

덧글
포슷힝 하신 것 중에 몇몇 음식은 저로서는 먹을 수 없는 것들일 듯하긴 하지만 @_@
잘 뜯어보고 가볼만한 곳을 찾아서 가볼까 생각중
사진이 잘 나왔을 때는 포스팅하고 나서도 뿌듯하더라고요.
문제는 통인시장에 기름떡볶이 하시는 분이 두분이시라는 거죠 ㅎㅎ
더 안쪽에 있는 집이 진짜라던데. 앞쪽 집은 사실 아주머니에 가깝고,
안쪽 집이 진짜 "원조"할머니세요.
그 할머님 전도 맛있게 잘 하셔서 우리집 제사전은 다 그집꺼~
(사실.. 두 집 간에 떡볶이 맛은 별 차이 없습니다?)
전 부치는 것도 봤는데 상당히 맛깔스럽게 보였지만 순희네 빈대떡 때문에 참았습니다.
물론 고기 질은 거기보다 떨어지겠지만 만원이란 가격을 생각하면 상당히 좋습니다.
전 정작 라면만 먹는군요...
결론은 저런곳도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어딘가로 자유롭게 도시여행하고 싶어요!!!(????)
누가 서울이 물가가 비싸다고 했는가..!!
하지만 지방 도시에 비해 비싼 게 더 많습니다.
이쪽이랑 비교됩니다 -_-
병영시장.. 붴
그나저나 저 떡 사이로 얼마나 많은 양의 기름이 들어갔을런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