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4일
경의선 문산여행
2009년 7월 1일, 경의선 개통기념으로 열차도 타볼 겸, 그리고 옛 군대생활의 기억도 더듬어볼 겸 문산에 다녀왔다.
군 시절, 다시는 밟고 싶지 않고 쳐다보기도 싫었던, 지긋지긋한 문산이었는데 어느덧 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나니 그 때의
그 악감정은 사라지고, 이제는 뭐랄까 오래 전의 애틋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으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열차가 자주 있는 디지털미디어시티, 혹은 열차의 출발지인 서울역(서부)에서 가는 것도 되었지만
굳이 여기를 선택한 이유는, 과거 군 복무 시절 처음 100일휴가를 나왔을 때 내가 내렸던 역이 이 신촌역이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 100일 위로휴가를 나왔을 때 이 구역사를 통해 120일만에 처음으로 세상과 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헐리는 것은 면했지만, 건물의 위치가 변경되고, 외벽을 새로 칠해서 지금은 더 이상 옛날의 모습이 안 남아있는 것이 아쉽다.

경의선은 원래 용산으로 뻗을 예정인데, 기존선을 활용해서 가좌-신촌-서울역으로 한시간에 한 대씩 열차를 보낸다.
그래서 이 구간은 전철임에도 불구하고 배차간격이 기존 통근열차 수준인 1시간으로 굉장히 넓다.

이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정말 열차시각표를 확실하게 외우고 다녀야 할듯. 지형상으로 문산이 서울보다 더 북쪽인데
어째서 문산행이 하행, 서울행이 상행이 되는지는 좀 이해하기가 힘들다.

두 역을 환승역으로 만들기에는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서, 두 역은 현재의 청량리(지상), 청량리(지하)처럼 환승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역사가 깊은 신촌(경의선) 역의 이름을 유지하고 지하 신촌역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하 신촌역도 그 상징적인 이름이 굉장히 강해, 결국은 신촌(경의선), 신촌(2호선)으로 구분하는 걸로 결정.
억지로 이름을 바꾸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경의선 신촌역을 2호선 신촌역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찰구에는 위와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시설은 최신식이지만, 배차간격이 워낙 넓어 경의선 신촌역은 2호선 신촌역과 다르게 도심 속 시골간이역 같은 느낌이 든다.


과거 경의선 통근열차보다 정차하는 역은 조금 더 많아졌는데 정작 소요시간은 더 줄어든 셈. 전철이 좋긴 좋구나.

오른쪽 모니터에는 코레일 광고가 나오고... 이 방식이 중앙선 일부 열차에서 처음 사용된 방식인데, 중앙선보다는 낫다.
전체 노선도는 모니터 옆 의자가 있는 곳 위의 광고판에 붙어있는데 보는 데 큰 어려움은 안 느껴진다.

기차역이었던 문산역이 전철역으로 바뀌고, 이렇게 역명판이 바뀐 것을 보니 기분이 참 아이러니하다.

신촌역에서 문산역까지 전철 요금은 카드로 1600원. 별로 안 먼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카드를 찍으니
내가 참 먼 곳으로 왔다는 기분이 든다. 기존 통근열차 요금이 1400원이니 서울역에서 오는 건 200원이 오른 셈이네.

임진강, 도라산은 특수한 역이니 그렇다쳐도, 개인적으로 전철화에서 제외된 존재감 없는 운천역이 지못미...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공짜전철...-_- 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정말 노인분들이 많아졌다.
분명히 예전 군 복무시절 문산역에는 이렇게 노인분들이 많지 않았는데? 좀 한숨이 나온다.

어짜피 전철 타려면 다시 내려가야 될텐데 대합실을 왜 이렇게 높게 지었나 하면, 예전에 1998년 경기 북부에 큰 수해가 났을 때
문산읍 전체가 물에 잠기는 일이 있었고, 이 때 물에 잠긴 문산역도 초토화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새로 역을 지어서, 지금의 문산역이 이렇게 높아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실제 철길도 고가는 아니지만 지면에서
꽤 높게 올라와있음을 알 수 있다. 어쨌든 그 때의 수해 이후로 지금은 문산 일대에 홍수는 일어나지 않는다.

기차도착 20분 전 주문하면 역 1층 배달 - 이건 아무래도 군부대 면회오는 면회객들을 위한 서비스 같다.




문산은 행정구역상 파주시이긴 하지만, 시내가 있는 금촌에서는 한참 떨어진 곳이라, 그냥 독립된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면적이 굉장히 작아서, 그냥 조그만 읍내같은 느낌. 실제 행정구역도 파주시 문산'읍'이지만.

문산이라는 곳은 군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 이것 저것 갖출 것은 다 갖추긴 했지만, 그래도 시내가 참 작다.

이렇게 시내를 들어가니, 군복을 입고 이 곳을 돌아다녔던 오래 전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하루에 7~8번밖에 다니지 않았던 버스를 못 타면, 택시를 타고 비싼 요금을 내며 부대까지 가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9710이 서울로 빨리 가는 편인데, 전철에 비해선 시간이 훨씬 오래걸린다.
아마 전철 개통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노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설은 여인숙 수준으로 낡았지만 주인할머니가 꽤 괜찮았고, 문산 읍내에서 가장 숙박비용이 싸기로 소문났던 하니장 여관.
여기서 묵었던 기억, 그리고 서울로 점프-_-를 뛰기 위해 할머니와 입을 맞추고 부대에 조작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군 복무 시절 나름 운이 좋아서 7번의 외박을 나왔었는데, 이 중 분과외박 제외한 6번 외박을 점프뛰었다...-_-
그 중 한 번의 외박은 점프를 뛰어서 서울에서 논 뒤, 밤 10시에 문산으로 돌아와 자고, 그리고 다음날 새벽 다시 서울가고...)


저 스포츠용품 아래의 빨간 하트모양의 마크가 내가 나왔던 30기계화보병사단.

휴가 나와서 처음으로 먹었던 사제음식이 바로 이 집의 순대국이었다. 그때만큼 맛있는 순대국이 또 없었다.
삼겹살이랑 순대국을 군인에 한해서만 더 싸게 팔았고, 군인들에게는 계란 후라이도 인원수대로 서비스가 나왔던 집이다.

10판 이상 주문할 때만 배달이 되는 집이었다. 그 때는 한 판 5000원이었는데 지금은 한판 6000원.

그리고 휴가 복귀를 하는 평일 오후 5~6시 사이. 특히 주말에는 길거리 다니는 사람들의 절반은 군인이라고 보면 된다.

11-1번 버스가 언제 올 지 기약이 없어 군부대까지 가는 건 그냥 포기하고, 이 정도만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가는 열차를 탔다.
이제 전철 개통으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녀올 수 있는 문산. 과거 군 복무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문산.
그 때는 쳐다보기도 싫었던 이 문산 땅을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밟게 되었다. 언제 또 다시 이 곳을 오게 될까?



// 20090704

# by | 2009/07/04 00:46 | 여행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8)






제목 : 2009년 7월 3일 : 경의선 열차 이용 + 문산..
경의선 문산여행 ▲ Ryunan君의 블로그입니다. R君과 시간을 잡고 어제 낮에 함께 문산행 경의선 전동차를 타 보았습니다. R君이 '과거 군 생활의 추억'을 다시 찾아 그 풍경을 회상하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면, 저는 R君과 함께할겸 해서 경의선 전철이 어떻게 생겼고 승차한 느낌이 어떤지를 느껴보는... 그야말로 철도 그 자체를 알아보는 것에 목적을 두고 문산 여행을 했답니다. 서로 목적은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경의선을......more
가보고 싶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