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 가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갔을 때 일이다.
생각보다 좀 일찍 도착한 터라 같이 조문하러 간 동생을 만나기 위해 그 때 9호선 국회의사당 지하철역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국회의사당 역 지하에는 1000원 제품 전문샵인 '다이소' 라는 매장이 있었고, 그 녀석이 조금 늦게 도착한다는 말에 나는
다이소 안에서 이런 저런 물건들을 구경하며 (필요한 것 몇 개 구입하고) 시간을 보내려 했다. 과연 새로 개장한 매장답게 물건이
꽤 많았고 가격도 저렴하거니와 직원들도 친절한 것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 때, 매장 안으로 한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할아버지의 양 손에는 이런 저런 잡다한 물건들이 많이 들려 있었고, 그것을 하나에 넣을만한 쇼핑백이나 가방이 없어, 물건을 들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그 분은 매장 안에 들어오더니 상당히 조심스런 말투로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지금 내가
물건을 너무 많이 들고 있어서, 미안하지만 비닐 봉지 하나만 줄 수 없나' 라고 물어봤다. 카운터에 서 있는 두 명의 여직원은
일순간 당황한 듯 하더니 그 할아버지에게'죄송하지만 저희 매장에서 판매하는 비닐봉지는 판매용이라 드릴 수 없다.' 라고 최대한
공손하게 할아버지의 요청을 거절했다. 다시 한 번 할아버지가 '그러지 말고 지금 짐이 많으니 딱 한 장만 부탁한다' 라고 말했지만
매장 직원은 친절한 목소리를 유지한 채, 판매용 비닐봉지는 꺼내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그럼 봉지를 내가 사지요.
얼마 주면 되지요?' 라고 물어보는 할아버지. 원래 비닐봉지 가격이 매장마다 편차가 있지만 보통 20원에서 비싼 데는 50원 정도
하는데 이 할아버지는 그렇게 해서 봉지를 하나 사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다이소의 판매 원칙이 그런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비닐 봉지만 따로 판매하는 게 안 되었다보다. 두 명의 여직원은 끝까지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판매가 안 된다' 라 말하며
그 할아버지의 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결국 할아버지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거 사람이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서야...' 라고 혀를
끌끌 차며 조용히 다시 많은 짐을 들고 매장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 모습을 뒤에서 끝까지 지켜본 나 역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환경보증금이란 명목으로 업소에서 비닐봉지를 손님에게 무상 제공하는 것은 위법이 맞다. 나도 예전에 편의점에서 일했을 때
그것에 대해 교육을 철저히 받았고, '봉파라치' 란 이름으로 손님이 봉지를 무상 제공한 걸 신고하면 업소가 벌금을 먹는것도
알고 있었다. 그 두 명의 여직원은 매장에 서기 전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을 뿐이고, 그 사람들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냉정하게 원리원칙을 따지자면, 매장에 들어와 물건도 사지 않으면서 봉지를 달라고 한 그 할아버지가 더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무조건 그 할아버지가 잘못했다고 여러분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그 할아버지는 대놓고 봉지 내놓으라고 강짜를 부린 것도 아니고, 양 손에 물건을 힘겹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요청한
것인데, 더운 여름 할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원리원칙을 강조하며 50원짜리 비닐봉지 하나를 꺼내주는 걸 끝까지 거절한 직원들은
원칙대로 잘못한 것은 없다지만, 어째서인지 최소한의 사람간의 인정을 찾아볼 수가 없어 너무나 삭막하다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 친절한 여직원들에게는 비닐봉지 한 개의 융통성있는 인정보다, 원리원칙을 1순위로 중요시하는 근무 매뉴얼이 더 중요했을까?
전에도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한 적이 있었지만, 시대를 거듭하며 우리 주변에 대형 체인이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친절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늘어나고, 확실히 개인 사업장보다 친절하고 고객을 기분 좋게 하는 직원들은 상당히 많아졌다.
물론 친절한 미소로 보이는 고객 서비스는 서비스업을 하는 직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그 친절함 속에 이런 사소한 사람간의
인정이라던가 융통성 있는 대처법이 없으면, 그 친절은 과연 제대로 된 친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어쩌면 그 직원은 비닐 봉지 하나를 잘못 건네줬다가 영업 태도에 문제를 지적받아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는 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건네주지 못했던 것일수도 있다. 아니 솔직히 마음 편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체인들이 많아지면서, 그 업체들에게서 옛날 조그만 동네 가게들에서 느낄 수 있는
투박하고 많이 서투르지만 그래도 사람 냄새 나는 인정을 바라는 것은 지나치게 어려운 요구일까?
(세상이 각박해져서 재래시장이나 작은 마트에서도 인정머리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곳이 워낙 많아졌기는 하지만...-_- )
대형 체인들이 많아지고, 삶이 윤택해지면서, 어쩌면 우리는 편리함 이상의 큰 무언가를 계속 잃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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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 개인적인 생각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혹은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에 대한 지적은 환영하고 좋아하지만,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논쟁은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 이글루스 성향이 몇몇 사람들로 인해 공격적으로 변해버린 것이 안타깝다.
// 20090828

생각보다 좀 일찍 도착한 터라 같이 조문하러 간 동생을 만나기 위해 그 때 9호선 국회의사당 지하철역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국회의사당 역 지하에는 1000원 제품 전문샵인 '다이소' 라는 매장이 있었고, 그 녀석이 조금 늦게 도착한다는 말에 나는
다이소 안에서 이런 저런 물건들을 구경하며 (필요한 것 몇 개 구입하고) 시간을 보내려 했다. 과연 새로 개장한 매장답게 물건이
꽤 많았고 가격도 저렴하거니와 직원들도 친절한 것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 때, 매장 안으로 한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할아버지의 양 손에는 이런 저런 잡다한 물건들이 많이 들려 있었고, 그것을 하나에 넣을만한 쇼핑백이나 가방이 없어, 물건을 들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그 분은 매장 안에 들어오더니 상당히 조심스런 말투로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지금 내가
물건을 너무 많이 들고 있어서, 미안하지만 비닐 봉지 하나만 줄 수 없나' 라고 물어봤다. 카운터에 서 있는 두 명의 여직원은
일순간 당황한 듯 하더니 그 할아버지에게'죄송하지만 저희 매장에서 판매하는 비닐봉지는 판매용이라 드릴 수 없다.' 라고 최대한
공손하게 할아버지의 요청을 거절했다. 다시 한 번 할아버지가 '그러지 말고 지금 짐이 많으니 딱 한 장만 부탁한다' 라고 말했지만
매장 직원은 친절한 목소리를 유지한 채, 판매용 비닐봉지는 꺼내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그럼 봉지를 내가 사지요.
얼마 주면 되지요?' 라고 물어보는 할아버지. 원래 비닐봉지 가격이 매장마다 편차가 있지만 보통 20원에서 비싼 데는 50원 정도
하는데 이 할아버지는 그렇게 해서 봉지를 하나 사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다이소의 판매 원칙이 그런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비닐 봉지만 따로 판매하는 게 안 되었다보다. 두 명의 여직원은 끝까지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판매가 안 된다' 라 말하며
그 할아버지의 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결국 할아버지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거 사람이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서야...' 라고 혀를
끌끌 차며 조용히 다시 많은 짐을 들고 매장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 모습을 뒤에서 끝까지 지켜본 나 역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환경보증금이란 명목으로 업소에서 비닐봉지를 손님에게 무상 제공하는 것은 위법이 맞다. 나도 예전에 편의점에서 일했을 때
그것에 대해 교육을 철저히 받았고, '봉파라치' 란 이름으로 손님이 봉지를 무상 제공한 걸 신고하면 업소가 벌금을 먹는것도
알고 있었다. 그 두 명의 여직원은 매장에 서기 전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을 뿐이고, 그 사람들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냉정하게 원리원칙을 따지자면, 매장에 들어와 물건도 사지 않으면서 봉지를 달라고 한 그 할아버지가 더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무조건 그 할아버지가 잘못했다고 여러분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그 할아버지는 대놓고 봉지 내놓으라고 강짜를 부린 것도 아니고, 양 손에 물건을 힘겹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요청한
것인데, 더운 여름 할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원리원칙을 강조하며 50원짜리 비닐봉지 하나를 꺼내주는 걸 끝까지 거절한 직원들은
원칙대로 잘못한 것은 없다지만, 어째서인지 최소한의 사람간의 인정을 찾아볼 수가 없어 너무나 삭막하다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 친절한 여직원들에게는 비닐봉지 한 개의 융통성있는 인정보다, 원리원칙을 1순위로 중요시하는 근무 매뉴얼이 더 중요했을까?
전에도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한 적이 있었지만, 시대를 거듭하며 우리 주변에 대형 체인이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친절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늘어나고, 확실히 개인 사업장보다 친절하고 고객을 기분 좋게 하는 직원들은 상당히 많아졌다.
물론 친절한 미소로 보이는 고객 서비스는 서비스업을 하는 직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그 친절함 속에 이런 사소한 사람간의
인정이라던가 융통성 있는 대처법이 없으면, 그 친절은 과연 제대로 된 친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어쩌면 그 직원은 비닐 봉지 하나를 잘못 건네줬다가 영업 태도에 문제를 지적받아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는 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건네주지 못했던 것일수도 있다. 아니 솔직히 마음 편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체인들이 많아지면서, 그 업체들에게서 옛날 조그만 동네 가게들에서 느낄 수 있는
투박하고 많이 서투르지만 그래도 사람 냄새 나는 인정을 바라는 것은 지나치게 어려운 요구일까?
(세상이 각박해져서 재래시장이나 작은 마트에서도 인정머리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곳이 워낙 많아졌기는 하지만...-_- )
대형 체인들이 많아지고, 삶이 윤택해지면서, 어쩌면 우리는 편리함 이상의 큰 무언가를 계속 잃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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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논쟁은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 이글루스 성향이 몇몇 사람들로 인해 공격적으로 변해버린 것이 안타깝다.
// 20090828

태그 : 융통성





덧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여쭤보셨을까
물론 안줘서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암튼 영 그렇네요~
동네슈퍼에서는 봉지를 알아서 주지만, 다른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이런일이 생긴것도 착한일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봉파라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생긴 것 같네요.
요즘은 할머니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가시면, 도와줄려고 해도, 이상한 사람이라 오해하실까봐 머뭇머뭇하다 그냥 지나쳐버릴때도 있습니다. 버스에서도 마찮가지고요.
그리고 점점 대형마트들이 동네슈퍼를 침입하기 시작했네요. 농협이랑 동네마트랑 아이스트림 50% 할인 하는거 보면,,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기업형슈퍼들은 해당되지 않고 초대형 할인매장급 규모에만 해당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초대형할인매장에서는 전부 받았는데 규모가 작은편인 기업형슈퍼에서는 종이봉투를 무료로 안주고 있었답니다
그러셨군요. 제가 갔던 곳은 계산대에는 준비하지 않고 계산대 옆 고객상담실(표받아서 하는곳) 에서 나눠주더라구요 ;ㅁ;)
저건 원칙이 잘못된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업주측에서는 자칫 실수로 비닐봉지를 줬다가 150만원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벌금을 물어내야 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에서 절대 비닐봉지를 함부로 꺼내줄 수 없었겠지요. 사소한 것 같지만 그 사소한 실수 하나가 매장에 큰 불이익을 가져올 위험이 있으니까, 사전에 그 위험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물론 그 할아버지가 봉파라치라서 보상금을 노리고 그런 신고행위를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진 않지만요...
어쨌던 이 일회용 비닐봉지에 부여된 법은 다마네기 님 말씀처럼 자원 절약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법으로 인해 생긴 저 일은 비록 업주가 잘못한 것은 없고 당당하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보기 씁쓸하더군요...
큰 대형매장 때문에 망한 소,중형 매장을 한 4,5번 바뀐거 본거 같네요
소형이나 중형매장 같은경우엔 아무리 많아도 진짜 융통성이 없다고 말하긴 힘든데
대형매장 가면 갈수록 융통성의 융자도 안 보이고 이뭐......
나름대로 판매원의 사정도 이해는 합니다만
왜 굳이 1장도 안 팔아주는걸까요
저는 그게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제가 알기론 1장도 판매하는걸로 아는데...
그 매장 좀 이상하군요. 점장한테 고발을 해야될듯 합니다?
p.s 지난번 빵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은 -> K모제빵은 Kirin(기린) 입니다
대형마트의 경우 깔끔하고 친절한, 동네 매장에 대비해 여러 가지 좋은 메리트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은 매뉴얼 내에서 철저하게 운영되고 있지요. 그 점에서 인정이라는 것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좀 아쉽습니다.
비닐봉투 판매를 하지 않은 이유는 윗분들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기계 포스기의 프로그램 설정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직접 가서 보지 않은 이상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겠죠.
무료제공이 안 되는건 당연한 거라서.. (마트 계산대보다 백화점 안내데스크에서 더 쉽게 구한 듯 합니다)
근데 뭐.. 위와 같이 갑자기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라면, 저도 참 당황할 듯.
가끔 정말 급할 땐 아예 봉투만 따로 살 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