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휴가 중 토요일 저녁에 지금 대전에서 살고 있는 모 친구가 아무런 계획 없이 나 하나 믿고 서울로 놀러왔다.
작년에 첫 회사 그만두고 잠깐 방황할 때 전국여행(을 할 뻔하다가 못 했지만) 겸 해서 대전에 내려갔을 때 하룻밤 걔 집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번 서울로 놀러오면 재워주겠다고 한 약속을 1년 3개월만에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저녁 일곱 시 쯤에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로 올라왔는데 딱히 먼 곳을 가거나 특별히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없다고 해서 집에 가는
길목에 있는 신천에 만나서 저녁에 치맥을 했다. 어째 요새들어 가는 빈도가 좀 높아진 것 같은 신천 뿔레치킨으로 선택.

까르보나라 치킨으로 유명한 신천 뿔레치킨.
처음에 업소 오픈 기념으로 치킨 50% 세일행사를 했을 때 알게 되었는데 그 이후에도 스탬프 카드라던가 여러 가지 서비스가
마음에 들고, 뭣보다 북적거리는 번화가가 아닌 집에 가는 길목에 있는 한적한 곳이라 장소면에서도 마음에 들었던 가게다.
업체 홍보를 위해 열심히 뛰는지 코코펀 쿠폰북에도 자주 등장하고 쿠폰을 뿌리긴 해도 기본 퀄리티가 잘 받쳐주는 곳이기도 해서
요새 치킨 먹을 일이 있으면 주로 사람들을 이 쪽으로 많이 데리고 오는 편이다. 신천성당에서 위로 쭉 올라가면 나오는 곳.
삐끼들 많은 신천성당 주변의 유흥가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어서 가는 거리가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위치라는 게 마음에 든다.

8월 코코펀 쿠폰북 강남편에 등장한 뿔레치킨 쿠폰. 어떤 치킨을 시키느냐에 따라 위, 또는 아래 쿠폰을 선택하면 이득.
까르보나라 치킨을 시킬 땐 위의 쿠폰을 이용하는 게 이득이고 다른 치킨을 시킬 땐 아래 쿠폰을 쓰는 게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다.
대개 음료수 한 병, 혹은 에피타이저 메뉴 하나 정도 공짜로 주는 할인율이 낮은 코코펀 쿠폰내용 중 상당히 파격적인 쿠폰.
기본적으로 치킨 가격대가 좀 높게 형성된 편이 있어 매장에서 이런 쿠폰을 많이 뿌리는 것 같기도 하다. 기왕이면 경제적으로!

뿔레치킨 매장은 다른 곳을 가본 적 없지만 신천점 인테리어는 상당히 독특하다. 중세 유럽의 감옥 안을 보는 기분이다...ㅋ
이 날은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이 사람 없는 치킨집 안에도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이 때문에 좀 시끄러웠던 게 불만이었다.
그리고 매장 직원이 처음에 조금 서투른 모습을 보였던 것도 약간 에러였지만 그래도 워낙 친절하게 해 주어서 이건 그냥 상쇄.
확실히 서비스에 있어 미흡한 모습을 보여도 일단 사람이 친절하면 그런 부족한 점도 다 용서가 되고 좋게 보이는 것 같다.
대전에서 올라온 친구는 치킨에 맥주는 좋아하지만 느끼한 것 싫어하고 크림스파게티도 못 먹는다 해서 까르보나라 치킨은 패스.

개인적으로 뿔레치킨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호프집에서 먹을 수 있는 뻥튀기나 마카로니 같은 기본안주가
여기선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가메뉴를 시키지 않는 한 맥주안주로 집어먹을 주전부리가 없다는 것이 좀 아쉽다.
기본으로 나오는 두 종류의 소스와 치킨무. 소스 중 하나는 머스타드가 아닌 오렌지향이 나는 소스인데 상큼한 단맛에 향이 좋다.

처음 이 가게 왔을때부터 계속 나왔던 '토끼가 좋아하는 물티슈' 웬지 이거 관련해서 성인개그 하나 터뜨려주면 좋은데...
이 블로그에는 꿈과 희망을 가진 순수한 어린아이들이 많으므로 그것은 패스^^ 여튼 꽤 예쁜 디자인과 센스의 물티슈인 것 같다.
뼈 있는 치킨을 시켜서 손에 묻히지 말고 뼈 발라먹으라는 건지, 아니면 치킨무용, 치킨용 따로 쓰라는 건지 포크는 두개.

까르보나라 치킨을 시키면 단품 치킨에 샐러드, 감자칩이 딸려오는 세트 업그레이드를 하는 게 더 경제적이고 그 외의 다른
치킨을 시키면 크림생맥주 두 잔을 시키는 것이 더 이득인데 생과일양념치킨을 시켜서 크림생맥주 두 잔 무료(5000원)으로 선택.
400ml 잔에 서빙되어 나오는 차가운 크림생맥주는 거품이 꺼지기 전에 거품을 음미하면서 먼저 한 모금을 마시는 것이 좋다.
일반 생맥주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목넘김이 안주 없이 그냥 마셔도 좋은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에피타이저 닭가슴살을 올린 치킨샐러드인데 처음에 주문 미스였는지 치킨이 나온 뒤에도 나오지 않아서 갖다달라고 해서
받게 된 치킨샐러드. 양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치킨 먹기 전 에피타이저 혹은 치킨과 같이 즐기는 야채로 먹기에 손색이 없다.
파프리카, 양상추, 그리고 새싹채소가 들어가 있고 발사믹 계열 드레싱이라 마요네즈 투성이인 일반 치킨집 샐러드보다 부담없다.
뭣보다 나는 야채를 참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신선한 야채를 먹고 있으면 뭔가 건강하게 사는 것 같다는 대리만족이...ㅋㅋ

개인적으로 뿔레치킨에서 까르보나라 치킨 다음으로 먹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생과일 양념치킨.
일반 양념치킨처럼 양념이 찐득찐득하게 손에 달라붙는 게 아니라 반죽에 양념을 한 건지 튀김옷 속에 속속 양념이 스며든 메뉴.
달짝지근한 과일맛이 튀김옷에서 강하게 느껴져서 단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상큼한 과일향을
치킨에서 동시에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꽤 만족할 만한 메뉴다. 뭣보다 여기서만 맛볼 수 있다는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세트메뉴에 딸려오는 이 양파튀김 - 어니언링도 꽤 맛있다. 양파는 가열하면 단맛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딱히 튀김옷에 간을
하지 않고 그냥 튀겨내도 양파 자체에서 나오는 단맛 때문에 간이 잘 맞는 것 같다. 감자칩 양이 좀 줄어도 좋으니까 이 양파링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 어떤 의미로 보면 맥주랑 같이 먹기에 치킨보다 이 쪽이 더 맛있는 것 같단 말이야.

괜히 나 믿고 서울에 올라온 애를 데려간 곳인데 자칫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만족해줘서 일단은 다행이다.
서비스도 잘 받고 쿠폰 덕에 적당히 합리적인 가격 (19000원)에 치킨이랑 맥주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던 토요일 저녁의 시간.
다음에 이 근처에 찾아오시는 분들이나 귀한 분들이 계시면 이 치킨집으로 또 초대하고 싶은 용의가 있다. 스탬프카드도 있고
집에서 먼 편이 아니라 위치도 좋으니 굳이 시내로 멀리 나가 고생할 필요 없이 자주 이용해줄 수 있는 집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주말에 우리 집에서 쉬고 간 이 녀석은 사실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지만 모종의 사정이 있어 실제로는 동갑이나 마찬가지.
내 블로그도 들어와 보는 애라 이런 말 하기 참 오글거리긴 하다만 거리 때문에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동갑내기
친구보다 얘기하기가 더 편하다. 뭐랄까 얘기를 할 때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 때문에 하기 어려운 말도 얘 앞에서는
쉽게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내가 나이가 많은 형임에도 불구하고 동생 앞에서 너무 징징대면서 철부지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그런 걸 받아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맙고도 또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집에 데려와서 밤에 맥주 사다놓고 방에서 맥주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메신저와는 다른 깊은 이야기가 좋았다.
어떻게 일부러 여기까지 올라와서 나만 보고 다시 다음날 내려갔는데 잘 쉬고 갔다면 좋겠건만. 이제 다음엔 내 차례로군.
// 2011.8.9 RYUTOPIA 2011

덧글
...배달치킨도 저런 신상품으로 내놓았으면 하는 바램이 ㅎ..
기왕이면 경제적으로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