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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3. 일주일 전국일주 진주여행(1) - 삼고초려 끝에 맛본 수복찐빵의 진미 (경남 진주) by Ryunan

▲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먹게 된 수복빵집의 찐빵.

고사성어 중에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말이 있다. 오두막을 세 번 찾아간다...라는 뜻으로 삼국지에서 나온 유래.
중국 촉한의 임금 유비가 제갈량의 초옥을 세 번 찾아가 懇請(간청)하여 드디어 諸葛亮(제갈량)을 軍師(군사: 군대의 우두머리)로
맞아들인 일을 뜻하는 사자성어로 나에게는 이 진주에 있는 수복빵집이 진짜 삼고초려란 사자성어가 정말 어울리는 가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작년 10월에 진주에 처음 갔을 때 이 수복빵집을 두 번이나 찾아갔는데 두 번 다 문전박대를 당해서 먹지
못했었는데 이번 세 번째 찾아가서야 겨우 빵을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자세한 얘기는 일전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될듯...ㅋ

▲ 콧대 정말 높은 수복빵집.

진주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의 골목에 있는 수복빵집. 겉만 보기엔 정말 볼품없어 보이는 조그만 가게인데 이래뵈도 진주에서
제일 유명한(?)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 평가하길 정말 먹기 힘든 빵집이다. 유명한 이 집의 대표메뉴는 단팥죽 끼얹은 옛날찐빵.
아침에 지리산 마로니에 펜션에서 나와 진주시내로 다시 나온 뒤 다음 장소로 이동할 버스 기다리는 사이에 잠시 들릴 수 있었다.
예전에 두 번 퇴짜를 당한 경험이 있어 설마 이번에도 못 먹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이번엔 먹을 수 있었다!

한 번은 빵이 다 떨어져서, 한 번은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그날 빵이 다 팔리면 영업종료... 영업시간은 조금 들쭉날쭉...
어떻게 보면 현지인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이런 가게는 정말 나 같은 외지 관광객들에게는 묘하게 콧대 놓은 그런 곳이란 말이다.

▲ 찐빵, 꿀빵 - 빵집임에도 불구 파는 빵은 이게 끝.

빵집임에도 불구하고 취급하는 빵은 찐빵, 그리고 꿀빵이 끝. 이래놓고 무슨 빵집이냐 싶겠지만 여기는 원래 이런 곳이다.
안에 들어가면 노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영업을 하는데 그냥 시크하게 자리에 앉아서 먹고 싶은 빵을 주문하면 만들어 가져다준다.
처음엔 시간이 조금 많지 않아 그냥 포장해갈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2인분부터 포장이 된다 해서 그냥 자리에 앉아버렸다.

▲ 보리차 주전자.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보리차 주전자ㅋㅋ 여기 빵집에서는 우유나 커피, 주스 같은 건 없다. 그냥 약간 미지근한 보리차가 전부.
가게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그냥 찐빵이랑 보리차밖에 없다는 것이 진짜 옛날 70년대의 빵집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다...ㅎㅎ

▲ 수복빵집의 자랑거리, 단팥죽 끼얹은 찐빵.

얼마 기다리지 않았는데 바로 찐빵이 나왔다. 옛날 안흥찐빵 같은 작은 찐빵 위에 단팥죽을 끼얹은 이게 수복빵집의 전통 찐빵.
단팥을 위에 끼얹으니 빵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겉만 봐도 보통 찐빵은 아닌 것 같은 그런 포스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찐빵 6개라 해서 엄청 많고 양이 많아보이긴 하지만 사진에선 가늠이 안 되어도 찐빵 크기가 크지 않아 혼자 먹는데 부담은 없었다.

▲ 이게 바로 나를 삼고초려하게 만든 찐빵이란 말이지?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있다. 그냥 옛날 스타일의 달지 않은 쫄깃한 찐빵 위에 달콤한 단팥죽이 올라가니 정말 잘 어울린다.
찐빵 속에도 팥소가 들어있긴 하지만 이 팥소는 그리 달지 않은 맛. 하지만 위에 뿌린 단팥죽이 달콤해서 전체적인 맛이 단 편인데
초콜릿이나 그런 류의 단맛이 아니라 느끼하지 않고 질리지도 않는 그런 맛이라고 해야 할까, 새로운 것도 아니고 그냥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맛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팥죽과 찐빵의 조화가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것이 먹으면서 감탄할 정도였다.

이게 바로 나를 삼고초려하게 만든 찐빵... 세 번째 와서야 겨우 먹어보게 되는 찐빵이긴 한데 이런 맛이라면...용서가 될 것 같다.
뭔가 굉장한 맛의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찐빵 위에 단팥죽 끼얹은 것 뿐이라 꾸밈없고 소박한 시골의 맛 그 자체다.
그릇 밑에 남아있는 단팥죽 소스까지 빵에 박박 긁어서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완식, 아침을 많이 먹어 배가 부른 상태였는데도...ㅎ

▲ 가게 내부. 다들 열심히 빵에만 집중.

칸짜리 가게 내부는 정말 작다. 진짜 시골 기사식당 같은 분위긴데 나이 드신 부부부터 시작해서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
아니 줄 서서 들어갈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얼마 되지 않는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로 사람들이 꾸준히 와서 찐빵을 즐기고 있었다.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사진 왼쪽에 보이는 건장한 남자분. 혼자 와서 테이블에 앉더니 갑자기 날 보고 '내일로 여행객이세요?'
라고 물어보았다. 아마 내가 뒤에 메고있는 옷가방 때문에 여행객이라고 판단한 것 같은데 일단 나는 25세 미만에게 발급되는
기차 프리패스인 '내일로'가 무슨 개념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아니라고 했다. 저 남자, 내일로 패스로 여행 다니는 대학생인 모양.
내가 조금 단호하게 '아니요' 라고 말했더니 뻘쭘하신지 그 뒤로는 그냥 빵 먹으면서 한 마디 없었는데 좀 더 살갑게 대해줄걸..ㅠ

. . . . . .

혹시나 저 여행하는 대학생분, 지금 이 글 보고 계신다면 음 빵은 맛있게 잘 먹으셨는지요? 그리고 여행은 어케 재미있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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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마로니에 펜션.

경남 산청군 대포면의 지리산 마로니에 펜션. 원래 시간 순서로는 이 쪽이 더 먼저긴 한데 진주 수복빵집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전날 진주에서 대포가는 막차를 타고 한밤중에 마로니에 펜션 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리니 그 유명한 빵금술사가 나와 맞이해주었다.
밤의 산공기는 정말 추웠다. 그리고 정말 산골짜기에 있는 펜션이라 근처에 불빛 하나 없어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방에 들어와서
장판 켜놓고 이불 뒤집어쓰고 밤에 노닥거리다가 다음날 아침에 기상. 하지만 아침이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이...추웠다!

지난 번 10월달에 왔을 땐 그래도 덜 추워서 주변도 돌아다니고 했었는데 이번엔 한겨울 날씨라 감히 돌아다닐 엄두도 못 내겠다.

▲ 며칠전에 연락은 했지만 갑작스런 손님인데...그래도 대접을 너무 잘 받았다.

지난 번 처음 마로니에 펜션에 갔을때도 빵금술사 부모님께서 이것 저것 먹을 걸 많이 챙겨주셔서 식사를 정말 잘 했었는데
이번에도 또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이라고 아침 일찍부터 이것저것 식사를 너무 많이 차려주셔서 손 많이 가고 번거로우실텐데
불구하고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나중에 빵금술사가 서울 와서 우리집에서 잘 일이 생기면 그 때는 더 잘 해줘야겠네...

▲ 저희 어머니는 음식 안 남기는 거 좋아하세요^^

...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 빵금술사; 둘이 같이 먹은 거긴 하지만 '음식 안 남기는 거 좋아한다' 라고 말하며 웃는 얼굴을 보니
...남기면 큰일날 것 같아 정말 열심히 다 먹었다. 정말 먹다가 배 찢어지는 줄 알았네. 저 직접 구워낸 치킨 정말 맛있었는데...

▲ 아침햇살 들어오는 방, 따뜻해 보이지만...추워!

큰 창으로 아침의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방. 굉장히 아늑하고 따스해 보이는 풍경이지마는 실제로는...아 추워!!
그나마 2층으로 올라와서 좀 나은거지 예전에 잠을 잤던 1층은 도저히 잘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춥다고 했다. 서울보다 훨씬 남쪽
지방이라 그래도 덜 추울 줄 알았었는데 지리산의 산공기는 정말 겨울에 호될 정도로 차갑다는 것을 제대로 체험했던 날이었다.

▲ 여름에는 저 곳이 피서객들로 바글바글하다고...

겨울이라 물이 얼마 없는 펜션 바로 앞 계곡. 지금은 저렇게 황량하기만 하지만 여름엔 저 곳이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번 포스팅에도 쓴 것 같긴 하지만 여름에 좋은 기회가 생기면 그 때는 차를 끌고 제대로 된 피서객으로 이 곳을 다시 찾고싶다.
친구들 몇 데리고 펜션 와서 정식으로 방 빌리고 낮에 저기서 놀고 밤에 펜션에서 고기 꾸버먹고 하면 진짜 환상일텐데 말이다.

▲ 정말 한적한 시골마을, 대포리.

속에 있는 시간이 멈춘듯한 조그만 마을 대포리. 늘 그렇지만 이런 산골짜기의 마을에 오면 모든 시간이 다 정지한 것 같고
인파에 치여, 차량에 치여 다니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느리게만 보인다. 오히려 빨리빨리 서두르는 것이 민폐일 것 같은 기분.
...이긴 해도 진주시내로 다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고즈넉한 한가한 풍경을 오래 보지 못한다는 것이 많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 대포정류소.

마을에 하나뿐인 정류소 매점. 여기서 진주 나가는 버스표를 팔긴 하는데 매점 주인이 자리를 비워서 결국 표를 사지 못했다.
표를 사지 못하면 돈을 내면 되는지라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으레 시골 구멍가게가 다 그렇듯 저기도 그런 분위기였다.

▲ 지금은 폐교된 분교.

지금은 폐교된 작은 분교. 학생들은 이제 없지만 그래도 저 건물과 넓은 운동장은 동네 사람들이 잘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 버스정류장 앞에서 고양이 한 마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아까 그 매점에서 키우는 것 같은 고양이 한 마리가 햇살로 일광욕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 걸 보니 사람 손을 많이 타서 사람에 어느 정도 익숙한 집고양이 같았다.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는 않는데
만지려 하니 귀찮다는 듯이 옆으로 피해버리는 걸 보니 시크한 성격인듯... 나중에 건물 구석으로 들어가더니 열심히 밥을 먹더라.

▲ 외지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 버스정류장.

펜션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면서 한 컷. 이 곳에서는 약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진주시내 나가는 버스가 유일하다.
하루에 2~3대 다니는 버스가 전부인 다른 시골 깡촌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긴 하지만 진주 나가는 버스 편도 요금은
4200원... 그나마도 일찍 끊기고 대중교통은 이게 전부라 다른 동네로 나가려면 무조건 진주를 거쳐야만 하는 그런 곳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리산에서 잠도 푹 자고 동생과도 만나서 시간도 잘 보내고, 다음에 또 볼 수 있는 걸 기약하고 버스에 올랐다.

▲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 도착.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김해 가는 버스표를 끊고 터미널에서 도보로 빨리 걸어 약 10분 걸리는
수복빵집을 왕복으로 다녀왔다. 수복빵집에 대한 글은 바로 위에서 썼기 때문에 따로 쓸 필요는 없고...ㅎ 여기는 왜 고속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이렇게 멀리 떨어지게 만들어놔서 어제 고속터미널에서 내려 걸어오는 데 고생을 하게 만들었냐고...ㅡㅜ

▲ 신기하게도 단 두 번 와 본 진주인데 터미널이 익숙하다.

신기한 것은 진주는 두 번째 방문. 작년 10월에 처음 와 보고 이번에 온 게 두 번째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어제 왔다 간 것처럼
이 터미널이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마는 진주터미널 이 분위기와 공간이 정말 자연스러우면서
너무 익숙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뭐 때문에 그런 걸까... 지금도 눈을 감으면 이 터미널의 모습,
그리고 터미널 앞의 진주시내 거리가 너무 익숙하게 펼쳐질 것 같다.

▲ 터미널 내 무서운 식당 (...)


시외버스터미널 안에 있는 식당. 이름만 들어도 어떤 사람들에겐 무시무시한 공포가 느껴질 듯한 그 곳 (...)

▲ 진주 안녕, 이제는 김해다.

이윽고 버스 출발할 시각이 다 되어서 진주터미널을 뒤로 하고 네 번째 목적지인 김해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진주에서 김해는
약 1시간 약간 넘게 소요. 일전에도 똑같은 코스로 여기서 버스를 탄 적이 있어서 나에게는 익숙하다. 진주에서 좀 더 체류하는 게
가능했다면 지난 번에 봤던 진주성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빵금술사 동생이랑 같이 펌프하고 놀았던 진주엔터도 다시 한 번
찾아가보고... 그리고 정말 오묘한 맛이었던 하연옥의 진주냉면도 다시 한 번 먹어보고 했을텐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어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나오는 것이 못내 아쉬운 감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수복빵집의 맛을 알아냈다는 것 만으로도 짧게나마
진주에 있었던 것에 대한 큰 성과는 있었다. 안녕 진주, 여름에 기회가 되면 휴가철 피서객으로 다시 찾을께. - Continue -

// 2012. 3. 6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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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스테른 2012/03/06 08:41 # 삭제

    정말로 맛으로 소문난 음식점은 아무리 닫혀 있을 때가 많아도 한번쯤은 반드시 가게 되어있죠!
  • Ryunan 2012/03/06 23:08 #

    그래서 내가 세 번째만에 찾아가게 되었다는 것 아닙니까!
  • 빵중만 2012/03/06 10:03 # 삭제

    용서가 된다더니 불은 왜 지른거죠 참나
  • Ryunan 2012/03/06 23:08 #

    헐, 내가 용서랑은 별개로 불지르고 나왔는데 그 사이에 복구시켰나보네 ㅡㅡ
  • marlowe 2012/03/06 11:06 #

    꿀빵도 맛있어 보이네요. 팥빙수와 먹으면 좋겠습니다.
  • Ryunan 2012/03/06 23:08 #

    여름에는 팥빙수랑 꿀빵을 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습니다.
  • 늄늄시아 2012/03/06 11:08 #

    단팥죽을 얹은 찐빵.. 'ㅅ' 맛있겠는데..ㅎㅎ
  • Ryunan 2012/03/06 23:08 #

    네 저거 맛있음 ㅎㅎ
  • 斑鳩 2012/03/06 18:31 #

    저기서 밥을 남기면 다음은 나랑께
  • Ryunan 2012/03/06 23:08 #

    너랑께?
  • 카이º 2012/03/06 20:17 #

    좋은 곳에서 머무시면서 수복빵집도 가시고..
    괜찮네요 저 팥빵..
    좋은 분 댁에서 머무셔서 다행이군요~
  • Ryunan 2012/03/06 23:09 #

    응, 지방에 여행 가면 저런 곳에서 묵는 게 정말로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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