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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48. 빵. by Ryunan

▲ 브레덴코 군자점.

지하철을 타고 시내 쪽을 나갈 땐 항상 7호선 군자역을 자주 이용한다. 특성상 5호선을 타고 강남이나 건대 등에 진입을 하려면
반드시 군자역에서 7호선 열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5호선 역에서 내려 7호선 온수방면 승강장으로 걸어가면 그 환승통로의 끝에
브레덴코 베이커리 군자점이 위치해 있다. 운 좋게 열차가 바로 눈앞에서 오면 바로 뛰어가 열차를 탈 수 있지만 열차를 눈앞에서
놓쳤다거나, 혹은 다음 열차 도착까지의 시간이 좀 남아있을 때 항상 이 빵집에 눈길을 한번씩 주곤 하는데, 빵을 쇼윈도 밖에 저리
진열해놓고 파는 모습이 정말 맛있어 보인다는 것이지. 하지만 매번 빵을 먹고싶다는 유혹은 받긴 해도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다.

이유는 내가 온수방면 열차 승강장을 이용한다는 것은 '밖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 을 의미하고
밖에서 누구를 만나거나 일이 있을 때 빵을 사갖고 돌아다니는 것은 그 자체가 짐이 되기 때문에 많이 신경쓰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빵집이 온수방면 승강장이 아닌 장암방면 승강장에 있어 내가 밖에 나와서 집에 들어갈 때 여기를 거친다면 아마 이 곳에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빵을 몇 번 샀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궤변같긴 하지만 뭐 이런 이유로 여기 빵은 매번 볼 때마다 '맛있겠다'
란 생각은 했어도 한 번도 사먹어 본 적 없는데, 얼마 전 추억의 빵 3종 할인판매라는 것을 보고 잠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정가 7~800원짜리 기본빵인 단팥빵, 소보루빵, 슈크림빵을 개당 500원씩 판매하는 행사인 것인데 이 날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결국 각각 한개씩 집어들고 봉지에 묶어 가방에 보관하고 있다가 집으로 가지고 왔다. 3개 합쳐 1500원.
요즘은 슈퍼 양산빵도 가격이 갑자기 확 올라갔다. 예전엔 마트같은 곳 가면 3개 1000원 하는 빵이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마트빵도 고급 제품은 제과점빵 못지않게 가격이 비싸져서 그런지 이렇게 빵집에서 파는 500원짜리 빵이 참 반가울 때가 많다.

▲ 소보루빵.

나이 있는 사람 중엔 '소보루' 라는 이름이 아닌 '곰보빵'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그것. 겉이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게
마치 '곰보 얼굴'을 연상시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 이 '곰보빵'은 어릴 적 우리 집 옆의 빵집에서도 '소보루' 란 이름 대신 '곰보빵'
이란 이름을 쓰곤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이름은 사라지고 지금은 '소보루'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나는 소보루빵은 겉의
껍질이 좀 더 바삭바삭하고 단단한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아쉽게도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왜 단단하고 바삭바삭한 걸 좋아하느냐
라고 물으면, 어릴 적 먹었던 동네 빵집의 소보루빵이 그랬으니까. 그래서 겉의 바삭한 쿠키생지를 먼저 다 떼어먹고 난 뒤 마지막
남은 빵을 우유와 함께 먹었던 기억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마치 핫도그의 겉 빵을 다 먹은 뒤 소시지를 가장 나중에 먹는 것처럼...

▲ 단팥빵.

크림빵과 단팥빵,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 하면 나는 주저할 것 없이 바로 단팥빵을 고른다. 이유는 없다. 단팥빵이 좋기 때문이다.
브레덴코의 단팥빵 가격은 정가 700원. 허접한 보통 단팥빵과 달리 둥그런 모양에 검은깨까지 저렇게 박혀있는 것이 매번 지나갈
때마다 어찌나 맛있어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 맛있어보이는 모습을 매번 기억하고 있다 드디어 사 먹게 되었는데... 음...ㅎㅎ
역시 맛있긴 맛있었지만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의 극상의 진미는 아니었다. 어른들이 좋아할 것 같은 그런 추억의 맛이라 해야하나.

▲ 슈크림빵.

그리고 미소짓는 슈크림빵. 자세히 보면 방긋 웃고있는 얼굴 모양이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 진열된 슈크림빵마다 얼굴은 제각각.
일반 버터크림이나 생크림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유일하게 크림 계열 중에서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슈크림.
묘하게 찐득찐득하면서도 은은하게 달콤한 맛이 매력적인 것 같다. 세 개의 빵 중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촉촉한 슈크림빵의 맛.

. . . . . .

빵집에 가면 정말 다양한 빵들이 많다. 이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빵부터 시작해서 가격이 엄청 비싼 빵, 엄청나게 화려한 빵
저마다 '우리 매장의 빵이 최고' 라며 자랑스럽게 다양한 종류의 빵을 내놓곤 하는데 어느 빵집을 가든 간에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단팥빵, 크림빵, 소보루빵, 이 세가지는 빠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항상 튀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서 묵묵히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
화려하게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높고, 어딜 가나 찾아볼 수 있는 이 대중성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뜻이겠지.
- Fin -

// 2012. 6. 13 by RYUNAN

덧글

  • 로자린드 2012/06/13 17:02 # 삭제

    초딩때 학교 앞에서 팔았는데 그 200원이 없어서 못먹었던 바나나빵이나,

    지금 지폐 한장 들고 가서 배가 터지도록 먹을수 있는 빠리바게트, 뚜레쥬르의 빵이나

    맛있는건 마찬가지 ㅇㅇ
  • Ryunan 2012/06/13 23:58 #

    아, 바나나빵 정말 추억이다. 지금도 팔고 있는 곳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 샛별 2012/06/13 17:38 #

    제가 생각하는 맛있는빵집기준중 하나가 단팥빵,소보루빵,슈크림빵을 맛있게 잘하는집이에여 ㅋㅋ
    가장 기본빵을 맛있게 하는곳이야말로 가장 실력있는 빵집!
    아버지랑 저랑 가끔 새벽에 같이 나갈때 꼭 빵집들려서 전팥빵 아버지는 소보루빵을 주섬주섬 사가지고 나갔는데 광주내려가서 또 그렇게 같이 먹어야겠네요 ㅎㅎ
  • Ryunan 2012/06/13 23:58 #

    저는 특히 '단팥빵'을 그 빵집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진짜 맛있는 단팥빵 하는 집은 웬만한 빵이 다 맛있지요.
  • dunkbear 2012/06/13 19:43 #

    기본 레퍼토리들이죠. 근데 저런 기본도 못하는 백화점 빵집도 있더라는... (ㅠ.ㅠ)
  • Ryunan 2012/06/13 23:58 #

    백화점 빵집은...음...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싸요.
  • 아스테른 2012/06/13 20:36 # 삭제

    온수역 7호선 승강장 쪽이라면 학교 등하교길에 사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Ryunan 2012/06/13 23:59 #

    아, 죄송, 온수역 승강장이 아니라 군자역의 '온수행' 승강장입니다.
  • akes 2012/06/14 01:02 # 삭제

    소보루는 아마 일본말인 걸로 기억합니다.
  • Ryunan 2012/06/14 21:34 #

    그렇군요. 소보루가 일본말이라는 건 오늘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 ㅋㄹㅌ 2012/06/14 06:21 # 삭제

    잠실나루역 앞 엔젤 라뚜라레라는 빵집은 소보루 단팥빵 꽈배기 이 3개 합쳐 천원에 팔더군요:) 맛도 괜찮은 편입니다.
  • Ryunan 2012/06/14 21:35 #

    3개 천원 빵집이군요, 요즘 3개 천원 빵집도 가격이 올라서 2개 천원이라던가 5개 2000원 이런식으로 많이 바뀌었는데 아직 유지해주는 게 참 고맙네요 ㅎㅎ
  • 세너제이 2012/06/14 11:11 #

    거의 집 앞에 있는 빵집이군요...^^ 사먹어본 적은 없지만요..
  • Ryunan 2012/06/14 21:35 #

    지하철을 타야지만 먹을 수 있는 곳이죠. 승강장 안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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