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며칠 이상할 정도로 맑은 날씨에 무더위가 심합니다. 여름에 더운 거야 당연한거라손 쳐도 무슨 6월 날씨가 8월 한여름을 보는
듯한 날씨라 땀이 많은 저로서는 매일매일이 정말 고되네요.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어디 건물안을 들어가도 정부
에너지규제 정책 때문에 에어컨도 뜨뜻미지근하고 당최 시원하게 있을만한 곳이 없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 건대에서 모 분을 뵈어
가볍게 식사를 하고 간단하게 맥주를 한 잔 하려 했는데 어디서 맥주를 마실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한강으로 나갔습니다.
괜히 사람많고 에어컨 뜨뜻미지근한 호프집에서 비싼 맥주 마시느니 시원하게 한강 가서 강바람이나 쐬자는 제 주장으로 갔지요.

건대 근처의 부어치킨에서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 포장, 그리고 뚝섬유원지 근처 편의점에서 산 시원한 캔맥주와 함께 건대에서
가장 가까운 한강의 뚝섬유원지로 나가니 저희처럼 더위를 식히려고 한강에 놀러 온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강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캔맥주, 그리고 방금 튀겨내어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치킨을 꺼냈습니다. 하늘이 내린 조합이군요.

시원시원하게 부는 강바람을 맞으면서 먹는 치킨은 참 좋네요. 호프집 마냥 편한 좌석도 아니고 그냥 아무데나 적당히 걸터앉아
먹는 불편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면서 강바람과 함께 즐기는 여름저녁의 치킨은 되려 더 먹기 좋았습니다.
어렸을 적엔 가족끼리 한강고수부지 (지금은 시민공원이라 하지만 당시는 그냥 고수부지라 불렀지요)에 많이 놀러갔었습니다. 집이
워낙에 더워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땐 돗자리 하나 들고 고수부지 잔디밭에 자리 깔고 누우면 그 자리가 바로 침실이 되었지요.
거기서 음식도 먹고 시원한 강바람 맞으면서 잠도 자면 정말 좋았었는데, 한강바람이 시원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더군요.
무더운 한여름, 자주 이렇게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자리는 더 불편할 지 모르지만 분위기만큼은 정말 좋습니다. 꼭 좋은 음식점,
시원한 에어컨시설이 있어야만 좋은 장소가 되는 건 아니지요. 그냥 맥주 한 캔 들고 강바람 맞으며, 강물 바라보면서 즐기는 이런
분위기와 장소는 접해 본 사람들만이 아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분위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에 한 번 나가봅시다!

나는 차가운 도시남자 L, 하지만 내 기아타이거즈와 삼통 마늘치킨, 조기퇴근, 리플렉비트, 디아블로에게는 매우 상냥한 남자지.
아마 이 사진 올린 죄로 조만간 이 사진의 주인공인 분을 만나면 저는 크게 괴롭힘을 당할 것 같습니다(...) 저 아니에요 이 사진!!!!

7호선 열차가 수시로 지나다녀서 열차 다닐 땐 좀 시끄럽지만 다리 밑이라 그 어느구역보다 바람이 기가막히게 잘 부는 이 곳.
여튼 앞으로 주말에 가볍게 사람들과 대화 나누거나 맥주를 즐길 땐 한강을 자주 찾을 것 같습니다. 같이 이 강바람을 즐깁시다!
- Fin -
// 2012. 6. 30 by RYUNAN

덧글
날 불렀어야지 ㅠㅠ
반갑네요.. 전남분이신가요?
사진 하나로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