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지하철 타고 출근할 때 일이었다. 사람 많은 잠실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배차가 벌어져서 약 6~7분을 기다린 뒤에야
지하철이 들어왔다. 당연히 지하철역 안은 내리는 사람, 그리고 타려는 사람들로 일약 아수라장이 됐고 간신히 잡아 탄 지하철 안은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어느 정도로 심했냐 하면 지하철 유리에 성에가 껴서 물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뭐 늘상 있는 일이고 어짜피 오래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지하철을 타려 했는데 문제는 냉방. 도저히 냉방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선풍기 바람만도 못한 송풍이 열차 안에서 나오는데 당연히 사람들 얼굴에선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내 앞에 낑겨있던 젊은 아가씨 한 분은 얼굴화장이 다 지워지고 빨갛게 달아올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 보일 정도.
그래서인지 기관사도 열차 안이 덥다는 것을 이해했는지 출발할 때 육성 안내방송을 해 주었는데 문제는 안내방송의 내용이었다.
'고객여러분, 지금 열차안이 매우 덥지만, 정부시책으로 인한 에너지절약을 위해 저희는 차내 냉방을
상향 조정하여 가동하고 있습니다. 좀 덥더라도 고객 여러분의 넓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간단히 말해 고객들이 덥든 당장에 낑겨죽든 간에 정부의 정책으로 에너지절약은 해도 되고 차내 냉방을 세게 틀 수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차내 사람들은 모두 욕설과 함께 불평을 해댔고 단 세 정거장 이동만으로 나는 5km 단축마라톤이라도 뛴 양 셔츠가 완전히
젖어버린 채 목적지에 도착, 아침부터 진이 빠지고 온 몸은 땀냄새에 절어 찝찝해진 상태로 최악의 하루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 . . . . .
작년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그 때 내가 일했던 사무실에서도 일시적인 정전이 터져 잠시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일 이후 정부에서는 전력 수요가 커지는 시기마다 극도로 경계하며 절전에 대한 공익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물론
그런 대규모 정전사태는 전력 수요가 커서 그걸 감당못해 생긴 사고라 생각하고, 앞으로 그런 사고가 또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장 기본적인 것부터 전기를 아껴써야 하는 절약정신을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나 역시 일상속에서 실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력수급 위기극복을 위해 많은 시민들의 출근길을 아침부터 땀에 절고 힘들게 만들어야 한다, 이건 좀! 아주 많이 아닌다.
정부에서 권장과 동시에 강제하는 여름철 적정온도는 26도에서 28도.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매장, 그리고 카페나 극장 등 공통으로
적용되는 여름철 온도인데, 이 때문에 공공시설에서의 냉방시설은 26~28도에 맞춰 가동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 해도, 조금이나마
유연성을 발휘할 수는 없는 것일까? 똑같은 공공시설이라 할지라도 일시적으로 혼잡도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버스나 지하철 등의
공간, 그리고 그것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공간이 똑같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공정하지 않고
이는 만원지하철, 버스 이용객들의 불편만 가중시키고 '전기절약' 의 명목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좋지 않은 정책이라는 생각이다.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람이 많이 몰려 땀이 줄줄 흐르고 고된 출퇴근길 만원지하철, 이 지하철의 사람을 줄일 순 없지만
최소한 그 안의 냉방이라도 약간만 조절시켜 조금이나마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인데 이게 그리 큰 욕심인 것일까...?
물론 그 와중에 춥다고 하는 분들도 있기 마련이지만, 출퇴근길의 만원지하철의 그 혼잡함 속에서 이리 낑기고 저리 낑기며 극도의
더위와 싸움하는 수많은 다수를 위해 정부, 그리고 지하철 운영사 측에서 냉방에 대한 탄력적인 조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용하는
시민들이 쾌적하게 지하철을 이용해줄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비단 이 생각이 나 혼자만의 욕심이 아니길 바란다.
- Fin -
// 2012. 7. 10 by RYUNAN

덧글
쥐겨야됨
그게 문제가 되어서 뉴스에 나온 적이 있었다지.
이런거 자동 조절 장치 만들어라 카이스트(...)
아우.. 저야 뭐 그러려니.. 하겠지만 보통은 '이게 뭔.................' 이겠어요 ㅠㅠ
자기들은 차타고다니면서 에어컨 키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