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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41. 주말의 2박 3일 대구,구미 여행기 (12) 오랜 역사의 아날로그적 감성, 미도다방(대구 종로)과 명물 우동불고기 골목(북성로) by Ryunan

2013-438. 주말의 2박 3일 대구,구미 여행기

(12) 오랜 역사의 아날로그적 감성, 미도다방(대구 종로)과 명물 우동불고기 골목(북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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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반월당의 미도다방.

경산에서의 해피스카이를 마치고 다시 대구로 돌아오니 어느덧 해가 깜깜하게 져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같이 다녔던 디베님의 여자친구분과 만나 세 명이서 동시에 움직이게 되었고, 그렇게 셋이서 이동한 곳은
대구의 '종로'에 있는 다방인 '미도다방' - 대구를 대표하는 다방 중 하나인 '미도다방'은 그 역사가 무려 80년이나 되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혹은 개인카페의 붐에서 꿋꿋하게 옛날 다방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전통있고 오래 된 다방 중 하나다.

실제로 이 곳의 방문객들 대다수가 중, 장년을 넘어선 노년층. 하지만 고전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호기심에
젊은 사람들도 꽤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여,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로선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 같이 찾아가보게 되었다.


다방은 건물 2층에 있다. 마치 사무실 입구 같은 건물 2층의 철문 안으로 들어서면 다방이 나오는데, 철문 위에 있는
나무 판자에 한자로 쓴 '미도다방'이라는 글씨가 이 곳이 다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글 쓰는 방식도 오른쪽에서 왼쪽.


약간 어두운 듯한 형광등 불빛 아래 놓여진 소파와 탁자, 그리고 벽에 붙어있는 수많은 붓글씨 액자들은 이 곳이 정말 오래된
다방이라는 것을 따로 설명 없이도 직접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마치 5~60년대로 되돌아온 것 같은 타임머신을 탄 느낌이다.
게다가 수석(石)과 국화 화분, 색동저고리에나 들어갈 법한 칼라풀한 방석까지...!!

...분위기 완전 마음에 든다...!!


이 가게의 대표메뉴 세 가지. 쌍화차는 정말로 말로만 듣던 '노른자 동동' 쌍화차라 하고 그 외에 약차 등이 판매되고 있다.
나이대가 많은 노인 손님 위주로 장사하는 곳이라,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가 없고, 이런 전통차가 메인으로 걸려있는 모습이다.
주머니사정 변변치않은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인지, 가격도 2500원에서 3000원선으로 저렴한 편.
허나 이 가게의 가장 좋은 점은 음료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말고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아래 사진을 통해 설명할텐데...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설탕단지, 나머지 하나는 프림단지였는지 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도자기 뚜껑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미도'라는 글씨가 이 가게의 세월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이것이 바로 미도다방이 짱짱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 추가요금 내는 것 없이 차음료를 시키면 센베과자가 공짜로 나온다.
가정에서 쓸 법한 촌스러운 꽃무늬 쟁반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센베과자와 웨하스. 진짜 어르신들 취향에 제대로 어필하고 있다.


원래 쌍화차를 마시려 했는데 쌍화차가 다 떨어졌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에 추천받아 시킨 약차, 그리고 센베과자.
약차는 뭐가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진짜 약용으로 먹는 것처럼 쓴 한약을 먹는듯한 느낌이었지만, 그 향이 굉장히 은은했다.
쓴 약차와 함께 먹어서 그런가 센베과자 역시 그냥 평범한 과자겠지만 훨씬 더 달콤하게 느껴졌고 궁합이 은근히 잘 맞는다.

그래도 내심 계란 동동 쌍화차를 마시지 못했다는 게 못내 아쉬운 건 사실이었지만...


서비스로 잘게 썬 절인 생강이 약간 나왔는데, 이 생강은 설탕을 묻혀 먹으면 된다고 한다. 절인 생강의 매운맛과 설탕의 단맛.
사탕과 같은 단맛의 어르신용 버전이라고 봐야 할까... 입맛에 맞는 건 아니었지만, 이것 역시 독특한 느낌이었다.


본래 주 방문객층이 노인들이라 하지만, 젊은 사람들도 이 아날로그적인 분위기에 도취되어 우리처럼 자주 찾아오는 듯.
실제로 내 옆에 있었던 테이블도 대학생 무리가 여럿이 앉아있는 테이블이었고, 그들은 굉장히 편하게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 느낌의 오래 된 아날로그의 감성은 노년층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그리고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호기심으로 어필하는 듯,
구세대,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손님들을 전부 포용할 수 있는 8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미도다방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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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사진을 따로 남기진 않았지만, 가게 주인이신 아주머니(라고 하기엔 이제 할머니쪽에 더 가까운 분)께서
매일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나이대 구분없이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아주는 한국적이면서 포근한 모습 또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집 근처에 일반 프랜차이즈형 카페 대신 이런 곳이 있다면, 밖에서 차 마실 땐 무조건 이 곳으로 향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80년 역사의 미도다방 체험을 마칠 수 있었다.

세 명이서 차 세 잔에 센베과자까지 먹고 쉬고 나가는 비용이 단돈 7500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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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다방을 나오니 바깥의 비가 꽤 강해졌다. 우산이 있지만 그래도 비가 많이 오는 건 별로 좋지 않은데...;;
그도 그럴것이 미도다방을 나와 다음에 이동할 저녁 먹을 곳은 독립된 점포가 아닌 천막으로 지은 포장마차이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마다 대구 중심가에서 살짝 서쪽으로 떨어진 북성로에는 천막이 올라가고 야시장과 같은 분위기의 가게가 열리는데
이 곳이 바로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구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정겨운 곳인 '북성로 우동불고기 골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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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불고기' 역시 대구를 상징하는 하나의 음식 문화 중 하나로,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국물 자작한 서울식 불고기에
당면 대신 우동사리를 넣어 끓여먹는 불고기 전골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우동불고기'는 말 그대로 국물 있는 따끈한 우동, 그리고 연탄에 구운 직화 연탄불고기를 같이 먹는거라 그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이 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고기와 우동이 전부. 불고기 가격은 접시 크기에 따라 차등되는데
메뉴판만 보고서는 가성비가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리고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소주 역시 참이슬 대신 대구, 경북지역을 대표하는 소주인 '참'이 팔리고 있다.


야외에 쳐놓은 천막 안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이 곳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부분 중 하나.


단무지와 깍두기, 그리고 양파간장이 세팅.


이런 분위기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와 소주. 평소 소주를 절대 좋아하진 않지만 이 날은 분위기가 분위기니만큼...^^;;


불고기와 함께 우동이 이렇게 나온다. 우동은 말 그대로 진짜 평범한 유부 좀 올라간 전형적인 고속도로 휴게소 우동의 모습이다.
딱 3000원이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걸맞는 우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모습.


맛 또한 사실 뭐라 달리 설명할 방도 없이 '사진을 보면 딱 느껴지는' 그런 맛이다. 지극히 평범한 맛이라는 것.
하지만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동이 '연탄불고기'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음식과의 조합으로 유명해지게 된 것인데...


북성로불고기(대). 15000원.

사진이 많아보이게 나오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큰 접시에 한 입에 집어먹기 좋은 불고기가 마치 산처럼 쌓여 나온다.
웬만한 족발집의 뼈를 포함한 대 사이즈 족발에 필적할 정도의 연탄에 구운 불고기가 쌓여 나오는데 진짜 놀라운 수준의 양.
게다가 이것이 뼈 없는 순살에 야채라던가 다른 재료 없이 순수하게 고기만 구워내어 이렇게 나오는 것이니 와...대박;;;

우동불고기는 육쌈냉면과 같이 우동과 함께 고기를 먹으며 배를 채우고, 그리고 남은 고기를 술안주하며 즐기고,
이런 식으로 즐기는 것 같았다. 대 사이즈 하나로 우동이 같이하면 네 명이 달아붙어도 거뜬할 정도의 양이란 생각이 든다.


고기가 아주 좋은 부위인지는 잘 모르겠고, 부분부분 이렇게 비계도 많이 붙어있지만 불에 구워낸 직화의 맛만큼은 일품이다.
불맛와 함께 살짝 달콤하게 뒷맛을 감도는 불고기의 맛이 육쌈냉면에 나오는 직화고기의 그것보다 훨씬 더 본격적이다.
게다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양. 대성원의 고담탕수육부터 시작하여, 동성로의 파르페, 그리고 북성로 우동불고기까지...

진짜 대구사람들... 통 크다...!!


열심히 먹어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불고기 접시와 함께, 분위기에 무르익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고마웠다.
이 날 나눴던 이야기 중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으로, 대구의 지역음식점 '미즈컨테이너',
그리고 서울의 도너츠 전문점 '크리스피 크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미즈컨테이너는 본래 대구에 본점이 있는 대구 지역에 기반을 둔 레스토랑으로, 서울 강남에 진출을 하면서 서울에서는
'파스타샐러드' 라던가 '떠먹는 피자' 를 맛보기 위해 주말마다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은 가게다 - 라고 이야기를 하니,
대구 사시는 이 분들은 '아니, 미즈컨테이너 같은 가게를 왜 줄 서서 가요?' 라고 이해를 못 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역으로 이번엔 '대구에 크리스피 크림 생겼는데, 오픈할 때 엄청나게 줄 서서 들어갔다면서요,
아니 크리스피 크림을 왜 줄을 서서 먹나요...ㅠㅠ'
라고 반문. 그리고 터진 폭소.

미즈컨테이너 줄 서는 걸 이해 못하는 대구 사람,

그리고 크리스피 크림에 줄 서는 걸 이해 못하는 서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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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한민국 땅에 살면서도 이런 사소한 것에서 나는 인식 차이가 나쁘다기보다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생각된다.
어느 쪽이 촌스럽고, 어느 쪽이 세련되고 구분할 것이 있을까. 저마다 다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는 그 지역만의 문화가 있는 법.
이런 것이 있어 지방 사람은 서울 올라오는 걸 즐거워하고 서울 사람은 지방 놀러가는 걸 즐거워하는 것이 아닐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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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로 우동불고기와 함께, 대구에서의 두 번째 날 일정을 마치고 대구 신천역 근처의 궁전라벤더 찜질방에서 1박.
이렇게 대구에서의 두 번째 날도 마무리,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일찍 아침 먹고 바로 서울로 돌아가는 것만이 남았다.

- Continiue -

// 201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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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ㅇㅅㅇ 2013/12/22 01:27 # 삭제

    포스터 뭐야 무서워..ㄷㄷㄷ
  • Ryunan 2013/12/22 15:26 #

    별로 안 무서운데;;;
  • 알렉세이 2013/12/22 01:45 #

    참고로 미도다방의 위치는 반월당이 아니라 종로 입니다. :)
  • Ryunan 2013/12/22 15:26 #

    수정하였습니다. 대구에도 종로라는 지명이 있군요.
  • 2013/12/22 03: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2/22 15: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12/22 10:4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2/22 15: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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