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 오랜 역사의 아날로그적 감성, 미도다방(대구 종로)과 명물 우동불고기 골목(북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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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에서의 해피스카이를 마치고 다시 대구로 돌아오니 어느덧 해가 깜깜하게 져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같이 다녔던 디베님의 여자친구분과 만나 세 명이서 동시에 움직이게 되었고, 그렇게 셋이서 이동한 곳은
대구의 '종로'에 있는 다방인 '미도다방' - 대구를 대표하는 다방 중 하나인 '미도다방'은 그 역사가 무려 80년이나 되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혹은 개인카페의 붐에서 꿋꿋하게 옛날 다방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전통있고 오래 된 다방 중 하나다.
실제로 이 곳의 방문객들 대다수가 중, 장년을 넘어선 노년층. 하지만 고전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호기심에
젊은 사람들도 꽤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여,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로선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 같이 찾아가보게 되었다.

나무 판자에 한자로 쓴 '미도다방'이라는 글씨가 이 곳이 다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글 쓰는 방식도 오른쪽에서 왼쪽.

다방이라는 것을 따로 설명 없이도 직접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마치 5~60년대로 되돌아온 것 같은 타임머신을 탄 느낌이다.
게다가 수석(石)과 국화 화분, 색동저고리에나 들어갈 법한 칼라풀한 방석까지...!!
...분위기 완전 마음에 든다...!!

나이대가 많은 노인 손님 위주로 장사하는 곳이라,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가 없고, 이런 전통차가 메인으로 걸려있는 모습이다.
주머니사정 변변치않은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인지, 가격도 2500원에서 3000원선으로 저렴한 편.
허나 이 가게의 가장 좋은 점은 음료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말고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아래 사진을 통해 설명할텐데...

도자기 뚜껑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미도'라는 글씨가 이 가게의 세월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가정에서 쓸 법한 촌스러운 꽃무늬 쟁반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센베과자와 웨하스. 진짜 어르신들 취향에 제대로 어필하고 있다.

약차는 뭐가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진짜 약용으로 먹는 것처럼 쓴 한약을 먹는듯한 느낌이었지만, 그 향이 굉장히 은은했다.
쓴 약차와 함께 먹어서 그런가 센베과자 역시 그냥 평범한 과자겠지만 훨씬 더 달콤하게 느껴졌고 궁합이 은근히 잘 맞는다.
그래도 내심 계란 동동 쌍화차를 마시지 못했다는 게 못내 아쉬운 건 사실이었지만...

사탕과 같은 단맛의 어르신용 버전이라고 봐야 할까... 입맛에 맞는 건 아니었지만, 이것 역시 독특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내 옆에 있었던 테이블도 대학생 무리가 여럿이 앉아있는 테이블이었고, 그들은 굉장히 편하게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 느낌의 오래 된 아날로그의 감성은 노년층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그리고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호기심으로 어필하는 듯,
구세대,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손님들을 전부 포용할 수 있는 8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미도다방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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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사진을 따로 남기진 않았지만, 가게 주인이신 아주머니(라고 하기엔 이제 할머니쪽에 더 가까운 분)께서
매일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나이대 구분없이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아주는 한국적이면서 포근한 모습 또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집 근처에 일반 프랜차이즈형 카페 대신 이런 곳이 있다면, 밖에서 차 마실 땐 무조건 이 곳으로 향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80년 역사의 미도다방 체험을 마칠 수 있었다.
세 명이서 차 세 잔에 센베과자까지 먹고 쉬고 나가는 비용이 단돈 7500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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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것이 미도다방을 나와 다음에 이동할 저녁 먹을 곳은 독립된 점포가 아닌 천막으로 지은 포장마차이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마다 대구 중심가에서 살짝 서쪽으로 떨어진 북성로에는 천막이 올라가고 야시장과 같은 분위기의 가게가 열리는데
이 곳이 바로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구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정겨운 곳인 '북성로 우동불고기 골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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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불고기' 역시 대구를 상징하는 하나의 음식 문화 중 하나로,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국물 자작한 서울식 불고기에
당면 대신 우동사리를 넣어 끓여먹는 불고기 전골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우동불고기'는 말 그대로 국물 있는 따끈한 우동, 그리고 연탄에 구운 직화 연탄불고기를 같이 먹는거라 그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메뉴판만 보고서는 가성비가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리고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소주 역시 참이슬 대신 대구, 경북지역을 대표하는 소주인 '참'이 팔리고 있다.




딱 3000원이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걸맞는 우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모습.

하지만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동이 '연탄불고기'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음식과의 조합으로 유명해지게 된 것인데...

사진이 많아보이게 나오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큰 접시에 한 입에 집어먹기 좋은 불고기가 마치 산처럼 쌓여 나온다.
웬만한 족발집의 뼈를 포함한 대 사이즈 족발에 필적할 정도의 연탄에 구운 불고기가 쌓여 나오는데 진짜 놀라운 수준의 양.
게다가 이것이 뼈 없는 순살에 야채라던가 다른 재료 없이 순수하게 고기만 구워내어 이렇게 나오는 것이니 와...대박;;;
우동불고기는 육쌈냉면과 같이 우동과 함께 고기를 먹으며 배를 채우고, 그리고 남은 고기를 술안주하며 즐기고,
이런 식으로 즐기는 것 같았다. 대 사이즈 하나로 우동이 같이하면 네 명이 달아붙어도 거뜬할 정도의 양이란 생각이 든다.

불맛와 함께 살짝 달콤하게 뒷맛을 감도는 불고기의 맛이 육쌈냉면에 나오는 직화고기의 그것보다 훨씬 더 본격적이다.
게다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양. 대성원의 고담탕수육부터 시작하여, 동성로의 파르페, 그리고 북성로 우동불고기까지...
진짜 대구사람들... 통 크다...!!

이 날 나눴던 이야기 중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으로, 대구의 지역음식점 '미즈컨테이너',
그리고 서울의 도너츠 전문점 '크리스피 크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미즈컨테이너는 본래 대구에 본점이 있는 대구 지역에 기반을 둔 레스토랑으로, 서울 강남에 진출을 하면서 서울에서는
'파스타샐러드' 라던가 '떠먹는 피자' 를 맛보기 위해 주말마다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은 가게다 - 라고 이야기를 하니,
대구 사시는 이 분들은 '아니, 미즈컨테이너 같은 가게를 왜 줄 서서 가요?' 라고 이해를 못 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역으로 이번엔 '대구에 크리스피 크림 생겼는데, 오픈할 때 엄청나게 줄 서서 들어갔다면서요,
아니 크리스피 크림을 왜 줄을 서서 먹나요...ㅠㅠ' 라고 반문. 그리고 터진 폭소.
미즈컨테이너 줄 서는 걸 이해 못하는 대구 사람,
그리고 크리스피 크림에 줄 서는 걸 이해 못하는 서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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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한민국 땅에 살면서도 이런 사소한 것에서 나는 인식 차이가 나쁘다기보다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생각된다.
어느 쪽이 촌스럽고, 어느 쪽이 세련되고 구분할 것이 있을까. 저마다 다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는 그 지역만의 문화가 있는 법.
이런 것이 있어 지방 사람은 서울 올라오는 걸 즐거워하고 서울 사람은 지방 놀러가는 걸 즐거워하는 것이 아닐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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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구에서의 두 번째 날도 마무리,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일찍 아침 먹고 바로 서울로 돌아가는 것만이 남았다.
- Continiue -
// 201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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