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빵집과 달리 그 곳은 '건강빵'이라 하여 보통 빵집에 없는 독특한 종류의 빵들을 팔고 있었고
그 대부분이 달콤한 과자빵이나 크림 들어간 케이크가 아닌 퍽퍽하고 볼품없는, 그리고 굉장히 맛없게 생긴 빵 위주였죠.
지금 기억하고 있는 빵 중에는 호밀빵, 마늘빵, 보리빵, 그리고 무려 쑥이 들어간 '쑥빵' 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저는 부모님이 건강에 좋고 달지 않은 거라며 그 곳에서 사오는 빵을 굉장히 싫어했었습니다.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게 달콤한 단팥빵, 부드러운 슈크림빵, 그리고 재료가 듬뿍 들어간 피자빵 같은 것과 달리
건강빵이랍시고 나온 둥그렇고 큼직하며 못 생긴, 하얗지도 않고 시커멓고 퍽퍽한 그 빵은 맛이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특히 '쑥빵'이라고 하는 지금은 녹차 카스테라와 같은 색을 갖고있는...
마치 녹즙같이 쓴맛이 느껴졌던 그 빵을 먹는 건 진짜 어릴 때 먹기 싫은 반찬을 억지로 먹는 것 이상의
끔찍했던 고역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대체 왜 이런 맛도 없는 빵을 더 비싸게 파는건가 하며 그 가게를 참 싫어했지요.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고, 지금 그 자리에 그 싫었던 건강빵집의 흔적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요즘 가끔씩 빵을 사갖고 집에 들어갈 때 한번씩 그 건강빵집의 싫었던 빵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밋밋하고 단맛없는 보리빵, 퍽퍽하기만 했던 호밀빵, 그리고 쓴맛이 느껴져서 끔찍했던 쑥빵...
그때는 그렇게 싫었던 어린아이 입맛에 정말 맛없는 빵들이 왜 지금은 그렇게 생각이 나는 것일까요?
특히 쑥 들어간 찐빵같은 게 아닌, 쑥즙이 들어가 마치 녹차 카스테라 같은 색이었던 구운 쑥빵이 많이 생각납니다.
괜히 홈플러스에서 일반식빵이 아닌 호밀식빵을 사들고 가면서 문득 들었던 한밤의 감상이었습니다.
// 201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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