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식 식당에서 분위기있게 먹어보고 싶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없어 도쿄로 돌아가는 열차의 에키벤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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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센다이의 지역명물, 규탕(우설구이) 에키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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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시각표대로 딱딱 맞춰 바로 열차를 탈 수 있으면 좋은데, 열차가 지하철처럼 바로바로 오는 게 아니라
최대한 시간에 맞춰 열차를 탄다 하더라도, 다음 열차까지의 환승에는 이렇게 대기시간이 생기기 마련.
원래 마츠시마에서 굴버거를 먹었어야 하는데, 그것을 먹지 못하고 센다이 올 때 먹은 에키벤이
점심에 먹은 것 전부라 여기서 저녁을 해결해야 했다. 허나 30분 정도만에 식사를 할 만한 곳은 마땅치않고
그렇다고 센다이까지 와서 아무거나 대충 먹고 갈 수는 없고... 그래, 결국 에키벤인가...!!
센다이의 명물음식으로는 '규탕' 이라는 음식이 있다. 소 혀를 구운 음식(우설구이)로
이 지역에서 나온 우설을 최고로 친다고 하며, 지역 사람들 역시 이 우설을 엄청나게 많이 먹는다고 한다.
당연히 우설구이가 명물인 만큼, 이 요리를 메인으로 한 에키벤(철도도시락)도 엄청나게 많이 팔리고 있으며
센다이역에서 판매하는 규탕 에키벤은 인터넷, 언론에도 소개될 정도로 매우 유명하다고 한다.
또 센다이는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에키벤이 팔리는 곳으로도 잘 알려진 지역이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바깥 간판을 보니 도시락용 테이크아웃도 판매하고 있는 듯.
규탕과 밥을 따로따로 2단으로 담은 도시락이 1180엔, 1510엔... 꽤 괜찮아보이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정식 가게에서 파는 규탕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 포기하기로 한다.

처음에는 인터넷상에서 발견한 규탕 도시락을 사기로 했는데, 그것이 잘 보이지 않아서... 한참 찾다가...

샘플 제품은 가운데가 투명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속에 규탕이 들어있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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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약간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는데, 처음에 이 규탕 도시락을 두 개 사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사진으로 본 것과 같은 제품이 없길래 역 안의 다른 도시락점에서 그냥 다른 규탕 도시락을 두 개 샀다.
그런데 그 도시락을 산 상태에서 이 도시락을 편의점에서 발견하게 되고...!! 아 이제 발견하면 어쩌나...하며
어떻게 할까 할까 하다가... 조금 비매너라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나 저질러버렸다.
바로 앞서 구매한 에키벤 두 개 중 하나를 반품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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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합니다, 하나는 반품할 수 없습니까? 라고 요청을 했고 다행히 반품요청은 혼쾌히 받아들여져서
이것과 다른 규탕 도시락은 한 개, 그리고 이것 한 개 (가격은 둘 다 1050엔으로 동일하다)를 사서
도쿄로 돌아가는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에키벤 매대의 아주머니가 이 글을 볼 순 없겠지만, 그 때 반품해서 정말 너무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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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 신칸센 코마치 + 토호쿠 신칸센 하야부사 - 의 병결 운행 편성인데 돌아가는 열차는 하야부사를 탄다.
하야부사 등급은 미니 신칸센이 아닌, 정식 신칸센 규격이라 좌석 배열이 저렇게 3대 2로 되어있다.
그리고 돌아가는 열차는 비교적 좌석 여유가 있어 둘이 같이 붙어앉을 수 있었고...

인터넷상에도 소개된 유명한 그 규탕 에키벤. 둘 다 가격은 1050엔으로 동일하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물, 음료도 각각 하나씩 구입. 편의점에서 물을 사면 좀 아깝단 생각이 든다.


용기를 개봉한 뒤 저 끈을 잡아당기면 '촤아아아악' 하고 바닥에서 엄청나게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오며
급격하에 올라온 열기로 인해 밥과 반찬의 내용물이 데워지는 것.
이 때 '촤아아아악' 소리와 함께 엄청나게 뜨거운 수증기와 열이 올라오니 화상을 입지 않게 주의할 것.

갓 지은 밥처럼 먹기 힘들게 아주 뜨거워졌어. 도저히 찬 음식이 순식간에 데워졌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용물은 쌀밥, 그리고 그 위에 양념이 된 규탕 다섯 조각과 어째서인지 슬라이스한 꽃모양 당근 하나.
그리고 반찬으로는 오이피클...이 아니라 절인 츠케모노 같은 오이 장아찌가 있다.

아니 저것도 소에서 나온 부위니까 고기가 맞긴 한데, 그런데 뭔가... 여튼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있고
고기 자체에 양념이 되어있으면서 또 '따끈따끈한' 상태라 굉장히 식욕을 자극한다.

요시노야 같은 덮밥집에 반찬으로 나오는 채 썬 빨간 생강이 같이 들어가 있다.
허나 나중에 따로 얘기할 거지만 오히려 J는 이 오이 츠케노모보다 내 쪽 도시락의 반찬이 더 좋았다고...

고기가 양념이 잘 배어있고 또 우설구이 특유의 특징인가 굉장히 쫄깃쫄깃한 식감이 강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겉모습은 내가 먹은 것보다 J의 도시락이 규탕이 훨씬 더 먹음직스럽게 생겼던 것 같다.

가격은 1050엔으로 동일. 하얀 박스에 '센다이 명물' 이라고 써 있는것이 눈에 띈다.

아래 도시락을 데우는 열이 발생하는 팩의 무게 때문. 그렇기 때문에 실제 들어있는 음식의 양은
도시락 용기 무게의 절반 정도다. 그래도 보통 한 끼 식사 정도 분량의 양은 들어있지만...

어느 정도로 수증기가 올라오냐 하면 뚜껑을 닫은 도시락에 저 줄을 잡아당기면 수증기가 올라오는 힘으로
뚜껑이 열리다 못해 약간 과장해서 공중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의 수증기가 생겨난다.

어째서인지 여기서도 꽃 모양의 당근조각이 얹어져 있다. 일종의 모양을 내기 위해 다 통일시킨 것일까?
규탕 고기는 J의 도시락과 동일하게 총 다섯 조각이 들어있는데, 용기 크기 때문인가
내용물이 J의 도시락에 비해 약간 부실하다는 느낌. 아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 양은 똑같았지만...

양은 적은 편이지만, 반찬은 J의 오이 반찬보다 내 쪽이 훨씬 더 본격적이라고 해야 할까, 저 된장의 풍미가 좋고
또 일본에서나 먹어볼 수 있는 독특한 된장절임맛을 잘 살려서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괜히 내가 산 도시락이 좀 더 초라해보이고 그런 아쉬움과 실망감이 약간 들었는데...
여기서 조그마한... 사소한 반전이 하나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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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먹음직스럽게 생겼는데, 정작 외형이 아닌 내실 - 즉 고기의 맛은 내 것이 더 좋았던 것.
물론 J의 규탕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지만, 풍미라던가 씹는 맛, 그리고 고기의 품질이 월등히 내 것이 좋았다.
오히려 서로 한 조각씩 교환해서 먹을 때 J가 '내 도시락이 더 낫다' 고 말했을 정도니까...
뭐 결론은 규탕 도시락은 굉장히 맛있었다.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식감과 함께 따뜻한 밥과 먹으니 그야말로 천국.
우설구이라는 건 익히 들어봐서 그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맛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오오, 이런 맛이구나' 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귀중한 식사였던 것 같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밥의 양에 비해 규탕이 좀 적어 약간 싱겁게 먹어야 했던 것이지만...^^;;

맛있는 지역 특산물 음식을 먹으면서 즐기는 기차여행, 이런 게 행복이지.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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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첨된 항공권 ANA와 함께 도쿄 국제공항으로...
(2) 일본 최성수기, 오봉 기간을 너무 얕보았다.
(3) 푹 끓인 맛있는 것이 한가득! 명물 신바시 니쿠메시 오카무라야(岡むら屋)
(4) 본격적인 기차여행의 시작, 특급 시오사이를 타고 쵸시(銚子)로.
(5) 누레센베로 다시 일어서다, 쵸시전기철도(銚子電気鉄道) - 쵸시덴.
(6) 쵸시전철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은인, 누레센베를 맛보다.
(7) 해가 제일 먼저 뜨는 바다의 지킴이, 이누보사키(犬吠埼台) 등대.
(8) 모스버거 하나 먹고 다시 도쿄로 돌아오다.
(9) 첫 날의 마지막은 게임, 그리고 맥주와 함께!
= 2일차 =
(10) 빌라폰테뉴 우에노 호텔에서 즐기는 풍성한 아침식사.
(11) 호텔 근처의 아침 풍경.
(12) 생애 처음으로 신칸센을 타 보다, 토호쿠 신칸센(東北新幹線) 맥스토키.
(13) [오미야 철도박물관 鐵道博物館 1] - 입장하기.
(14) [오미야 철도박물관 2] - 최초의 증기기관차와 19~20세기초의 철도.
(15) [오미야 철도박물관 3] - 고마워, 꿈의 초특급... 신칸센 0계.
(16) [오미야 철도박물관 4] - 어마어마한 규모, 이게 다 열차들이라니!
(17) [오미야 철도박물관 5] - 1987년, 일본국유철도에서 JR로...
(18) [오미야 철도박물관 6] - 철도에 대한 모든 것, 그 곳은 철도박물관.
(19) [오미야 철도박물관 7] - 기념품과 함께 철도박물관과의 작별.
(20) 에키벤과 함께하는 신칸센 기차여행.
(21) 대지진의 아픔이 약간은 남아있는 그 곳, 센다이(仙台)
(22) 일본 3대 절경, 마츠시마(松島 - 1)
(23) 일본 3대 절경, 마츠시마(松島 - 2)
(24) 일본 3대 절경, 마츠시마(松島 - 3) 그림 같이 아름다운 섬.
(25) 센다이의 지역명물, 규탕(우설구이) 에키벤.
// 2014.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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