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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26. JR패스로 전국을 누비다! 8월의 여름휴가 / (27) 이 곳은 천국인가, 지옥인가? 2014 여름 코믹마켓(코미케) by Ryunan

목숨걸고 첫 차를 사수하라!!!

첫 차를 놓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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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패스로 전국을 누비다! 8월의 여름휴가

(27) 이 곳은 천국인가, 지옥인가? 2014 여름 코믹마켓(코미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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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세번째 날. 현재 시각은 새벽 4시 40분.
아직 아침식사 시간이 되지도 않아 그런지 호텔 로비는 인기척 하나 없이 마치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새벽 5시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날은 밝았다. 같은 위치라 해도 도쿄가 서울보다 해가 일찍 뜨지...
눈앞에 자전거 타는 사람(이 시간에?) 한 사람 외에는 길거리에도 사람 한 명 없다.

새벽 5시가 되지않은 이 거리를 아침부터 J와 나는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JR오카치마치 역.

어젯밤에 불을 밝히고 시끌벅적했던 주점도 이 시각에는 굳게 문이 닫혀있었다.
아마 밤 늦게까지 영업을 끝내고 이제 쉬고 있겠지...

마침내 야마노테선이 지나는 선로 근처에 도착. 길거리에 문을 연 상점은 편의점이 전부.
그 외에는 길거리 곳곳에 외롭게 서 있는 자판기 불빛만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오카치마치역 도착. 어서 역 안으로 들어가자.

첫 차는 아니지만, 5시 11분에 들어오는 케이힌토호쿠선을 타야 한다.
아직 야마노테선을 운행하지 않을 시각. 평소엔 그렇게 자주 오는 열차지만 새벽시간대 배차간격은 길어진다.

마침내 케이힌토호쿠선의 전동차가 도착.

열차 안에서 보여주는 오늘의 날씨. 오늘은 8월 15일 금요일, 도쿄의 날씨는 맑음. 낮 기온 33도.
일본에 오고 나서 13일, 14일 모두 흐린 날씨만 볼 수 있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맑은 날씨를 보게 된다.
도쿄의 무더위는 살인적인 수준이라고 하는데, 오늘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경험할 것이다.

그런데 이 열차... 새벽 5시 11분에 탄 열차인데, 좌석을 전부 채운 건 물론 입석도 상당히 많다.
게다가 입석 손님들 대부분이 다 젊은 사람들... 대체 이 시간에 왜...?

여기가 신바시역이었나... 유리카모메로 갈아탈 수 있는 신바시역에 젊은 사람들이 우루루 내린다.
대체 이 사람들은 이 이른 새벽부터 어디를 가기 위해 이렇게 일찍 나온 것일까?

어쨌든 우리가 탄 열차도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이동 중. 서서히 하늘이 밝아지며 해가 뜨기 시작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인 오이마치역에 곧 도착.

오이마치역에 도착한 전동차 문이 열리자마자... 열차 안에 있는 대부분의 젊은 손님들이 일제히 내려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린카이선 전동차로 갈아타는 곳을 향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한다...

시나가와역에서 한 정거장 더 이동, 이 곳은 JR야마노테선과 나란히 달리다가
케이힌토호쿠선이 처음으로 분기한 오이마치역.

이윽고 나가는 계단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차게 되고, 도저히 새벽 5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철역 승강장은 이내 북적거리는 마치 출,퇴근시간대 풍경으로 바뀌게 된다.

저 사람들 대부분이 뛰고 있다. 천천히 여유있게 걷는 게 아니라 마치
곧 떠날 환승열차를 잡기 위한 사람들처럼 다함께 약속한 듯이 필사적(?)으로 뛰고 있는 모습.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개찰구를 나가 한쪽 방향을 향해 급하게 이동하고 있다.

오이마치 역의 노선도 및 요금표.
케이힌토호쿠선은 니시닛포리 역부터 시나가와 역까지 야마노테선 구간와 완벽하게 나란히 달리다가
바로 전 역인 시나가와역에서부터 야마노테선과 분리되어 독자적인 노선으로 운행된다.

이쪽은 치바, 나리타 공항 쪽 노선도가 연결되어 있는 부분.
일본의 JR은 각 지역마다 단절되는 구간이 거의 없이 대부분이 다 저렇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노선도 하나에 모든 노선을 다 표기할 수 없어, 저렇게 표시할 수 있는 역까지만 표시해놓는 게 보통이다.

어쨌든 우리는 여기서 저 안내판의 '린카이선'을 타야 한다.
참고로 도쿄임해고속철도 린카이선은 유리카모메와 함께 오다이바 지역을 들어가는 궤도교통 노선 중 하나.
유리카모메가 모노레일이라면 이 쪽은 중전철이 들어가는 노선이다.

신키바행으로 가는 린카이선의 첫차는 5시 40분에 들어온다. 그렇다 아직 첫 차도 운행할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첫 차도 다니지 않는 이 시각에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 것도 젊은 사람들이 몰렸을까?

대체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린카이선 노선도. 현재 우리가 있는 역은 오이마치역.

바로 전 역인 야마노테선과 만나는 오사키역부터 신키바역까지 총 8개 역을 운영하는
이 조그마한 노선이 바로 도쿄 임해고속철도 린카이선이다. 직통 운행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간은 오다이바를 들어가는 사철 노선이기 때문에, 따로 표를 끊어야 함은 물론 요금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거의 JR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엄청나게 높은 요금이 부담스러워
일전 4월 일본여행 때 유리카모메 대신 한 번 타볼까... 하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린카이선 오이마치역의 개찰구. 지상 - 지하의 환승이기 때문에 환승 동선이 상당히 긴 편이다.
그리고 이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면...

이 곳부터 다시 사람들의 목숨 건 질주를 볼 수 있다.

(그 와중에 굉장히 한가한 분들도 있긴 하지만...)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알려드리기 위해, 이 와중에 동영상으로 남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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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 지켜 공공장소에서 뛰지 않는 것? 미안하지만 이 곳에서는 그런 것 없다.
그렇게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직 첫 차가 들어오지 않은 린카이선 오이마치역 승강장을 내려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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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잘못 온 건가? 뭔가를 잘못 본 건가?

일단 역명판을 보니 린카이선 오이마치역에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데...;;;;;

...현재시각 새벽 약 5시 35분.

아직 첫 차도 들어오지 않은 새벽의 승강장.

출퇴근시간대 열차사고로 지연되어서 승객이 누적된 것이 아니다.

이거...
아직 첫 차도 안 다니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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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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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승강장에는 역무원들 여럿이 나와서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초비상 근무 중이었고
역사 내 안내방송은 수시로 계속 '뛰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절대 뛰지 마세요!' 라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역사 내에서 또 다른 안내방송이 나왔는데...

'이번에 들어오는 첫차는 전역인 오사키역에서 이미 만차입니다'

이미 만차입니다.

만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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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역부터 ...꽉 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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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가 들어오기도 전에 만차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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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해서 거의 99%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전부 예측을 했을테지만,
대체 6시도 안 된 새벽시간대부터 이 난리가 벌어진 이유는... 바로 나의 여행 세번째 날, 8월 15일이
1년에 단 두 번 치루는 일본 내 모든 행사 중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형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바로...



コミックマーケッ(코믹마켓)


여름과 겨울, 1년에 두 번 오다이바의 도쿄 국제전시장에서 개최되는 한국 코믹월드와 비슷한 성격의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의 동인 이벤트로, 동인행사 규모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큰' 이벤트다.
특히 여름에 열리는 이번 코미케는 나츠코미(夏コミ) 라고 불린다. 겨울 코미케는 후유코미(冬コミ).

한국의 코믹월드 행사와 비슷한 성격의 이벤트라고 보면 되지만
(정확히는 한국 코믹월드가 일본 코미케 행사의 성격을 가져온 것이라고 보면 되지만...)
그 규모는 한국의 코믹월드는 감히 비교도... 아니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정도의 엄청난 스케일.
코미케 행사 때 찾아오는 방문객의 수는 1년에 약 110만 명.

이 수치가 실감이 안 나는 분은, 2011년 부산 벡스코의 지스타 행사 때 방문객이 29만명이라는 것과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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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마켓이라는 행사가 바로 이런 규모의 행사인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먼저 좋은 책자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것은 기본이며
특히 인기있는 책의 경우 금방 매진되어버리는 것 때문에, 그 경쟁률이 엄청나게 치열한 것은 기본,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고...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좀더 일찍 나오게 되고...
결국 이렇게 새벽 첫차부터 코믹 마켓에 가기 위해 몰리는 사람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행사장 입장은 오전 10시부터.
그런데 현재 시각은 오전 10시는 커녕 6시도 되기 전 시각. 미리 도착해서 뭘 하냐고?
...그냥 입장할 때까지 마냥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또 첫차에 이렇게 다들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첫차 이용객 특전' 때문.
오다이바로 들어가는 열차는 린카이선과 유리카모메, 둘 다 '첫 차를 이용해서 도착한 승객에 한정' 해서
입장할 때 제일 먼저 입장할 수 있도록 줄을 세워주는 특전이 있다. 이걸 놓치는 순간 줄이 한참 밀리는 것.
어쨌든 중요한 것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첫차를 타는 건 필수라는 것이다.

뭐 자세한 내용은 코믹 마켓에 대한 링크를 참조해서 읽어보시기를... 읽을만한 것이 많다.
(코믹 마켓 : https://mirror.enha.kr/wiki/%EC%BD%94%EB%AF%B9%20%EB%A7%88%EC%BC%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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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미리 말하는데, 나는 코믹마켓 행사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다.
어떻게든 코믹마켓을 반드시 가야 하는 사람은 J였고, 나는 그냥 들러리(?)로 같이 따라나온 사람, 말동무.
그런데 코믹마켓 자체엔 관심이 없어도, 첫 차를 타고 줄을 서기 위해 몰려드는 이 사람들...
이런 필사적인 분위기는 한 번 체험해보고 싶었고, 그걸 구경하기 위해 따라나온 것 뿐.
나는 정식 입장을 하기 전에 미리 빠져나와 다른 곳을 여행하다 오후에 J와 다시 합류하기로 미리 얘기했다.
즉 나는 '아침에 사람들이 뛰는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온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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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좀 전, 이미 오사키역에서 출발한 린카이선 첫차는 이미 만차라는 소리가 나왔지...;;
그래도 어떻게 밀어넣으면 탈 수 있겠거니... 나는 이미 서울 2호선과 9호선(급행)의 지옥을 겪어본 사람이라
얼마든지 밀어넣으면 열차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라고 자신만만한 의욕에 차서
J에게 '나만 믿고 따라와라, 무조건 너 첫 차를 타게 해 주겠다!' 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리고 이윽고 열차가 도착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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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아아!!!!!!!


이건 억지로 밀어넣는다고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냐,

물리적으로 승차하는 것이 불가능해!!

간신히 도착한 첫차는 이미 출입문이 열리기 전부터 서울 2호선 출근시간대 강남구간 수준 이상으로 가득찼고
그 안으로 어떻게든 앞에 선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들어가려 몸을 밀어넣고 있었지만,
도저히 상식적으로 더 이상의 사람이 열차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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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울에서 출퇴근하면서 각종 출퇴근시간의 러시아워를 전부 겪은 나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붐비는 열차 억지로 밀어타는 건 자신이 있다지만... 이건 아니다...
이런 미친 열차는... 진심으로 처음 본다.


그래... 저 첫차 풍경은 딱 이런 걸 보는 느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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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강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1/5도 제대로 태우지 못하고 첫 차는 출발.
솔직히 나는 별 상관이 없었는데, 어떻게든 첫 차를 타기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짜내며 시간 계산을 했던 J는
겉으로는 괜찮은 척 했지만, 속으론 계산을 잘못해서 첫차를 놓친것에 대해 많이 멘붕한듯.

케이힌토호쿠선 대신 야마노테선을 타고 오사키역에서부터 린카이선을 타고 왔어야하는데,
이 곳에서도 첫차를 탈 수 있으니 안전하게 탈 수 있을거라 생각한 자신의 큰 판단 미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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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무하게 첫차가 떠나자마자 바로 뒤에 후속열차가 들어왔다. 그것도 '코미케 기간 임시 편성' 으로.
참고로 코믹마켓이 열리는 여름과 겨울의 각각 3일, 총 6일동안은 '비상 근무 기간' 으로
코믹마켓 행사장인 국제전시장을 가는 두 회사, '린카이선'과 '유리카모메'는 전 직원이 비번 없이 출근하여
비상근무를 선다고 한다. 게다가 1년 열차 매표 수익의 대부분이 이 6일동안에 집중해서 나올 정도로...

코믹마켓은 린카이선, 그리고 유리카모메를 먹여살리는 최고의 밥줄 중 하나이다.

첫 차가 떠난 바로 뒤에 뒷차가 들어온다고 했지만, 뒷차는 바로 승강장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미 첫차를 탄 앞차가 포화상태를 넘어선 수준으로 사람이 몰려 각 역에 설 때마다
열차 문을 제대로 열고닫지 못해 거기서 지연이 엄청나게 발생했기 때문.
이 때문에 두 번째 차가 들어오는데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렸던 것 같다. 물론 승강장 정차시간이 늘어나는 건 말할것도 없고.

다만 이미 첫 차를 놓친 시점에서 우선입장의 메리트는 사라지므로 두번째 차는 비교적 여유있는 편.
그나마 출퇴근시간대의 서울 2호선 정도의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마침내 목적지인 국제전시장 역 도착.
열차 안에 단 한 사람도 안 남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모든 승객이 전부 국제전시장역에서 내린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 올라온 국제전시장 역의 대합실과 개찰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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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생지옥의 강림...


개찰구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몰려든 사람들... 인산인해.. 아수라장의 레벨 초과.

그런데 이게 그나마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두 번째 열차를 타고 내렸을 때의 풍경이다.
우리가 탄 열차의 두 배는 탔을 것 같은 첫 차가 도착했을 때의 풍경은 과연 어땠을까...? 상상하기가 무섭다.
어떻게 이 곳 개찰구를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리고 진짜 믿기 힘든 엄청나게 놀라운 풍경을 개찰구를 나가자마자 다시 볼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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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찰구를 나와 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수많은 코믹마켓 자원봉사자들이 이동 동선 안내를 하고 있었다.
마치 미리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양 역 바깥으로 쏟아지는 인파를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역 바깥으로 빠져나온... 지옥의 전철에서 해방된 사람들... 아니 해방이 아닌 새로운 지옥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이렇게 자원봉사자의 유도 안내에 따라 한 곳 방향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여기서 정말 놀라운 것은... 아까 전 전철 안, 그리고 이 곳으로 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뛴 사람들...
전철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먼저 나오기 위해 무질서하게 달렸던 이 사람들이...
역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뛰는 걸 멈추고 질서를 맞춰 걷기 시작한다는 것.
아까 전의 그 무질서한 카오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 - 한순간에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바뀌는 건 대체 뭐야?!

이것도 일종의 코미케만의 암묵적인 매너 중 하나.
자원봉사자가 안내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는 다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질서정연하게 유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
물론 그 전에는 어떻게든 일찍 와서 먼저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데
자원봉사자들의 유도가 나온 시점부터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질서정연하게 걸어가는 모습.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유도 안내에 따라 행사장 쪽을 향해 이동한다.

부분부분 이렇게 대열 밖을 벗어나지 않도록 시설물을 설치해 놓은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직선거리로 국제전시장 쪽을 가지 않고 일부러 줄을 빙빙 돌려서
멀게 돌아가는 방식으로 동선 유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줄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렇게 하여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국제전시장 동관 옆의 대형 광장.
이미 시각은 오전 6시가 넘었고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저마다 수건, 모자 등을 준비해온 모습.

이렇게 이 곳에 도착하여 자리에 앉은 이후부터는 어떻게 하면 된다?
...10시 입장이 시작될때까지 이 곳에서 자기 줄을 지키며 한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아침식사도 하지 않고 나왔기에, 아침을 버티기 위해 전날 미리 사 놓은 블랙커피를 꺼낸다.

그리고 역시 전날 이온 슈퍼마켓에서 미리 사 온 아침식사 대용 빵도 꺼내고, 깔고 앉을 신문도 꺼내고...

전날 100엔인가 주고 샀던 도넛이었는데, 웬만한 던킨도넛 못지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굉장히 좋았다.
이 도넛과 함께 진한 블랙커피를 마시면서 아침식사를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한다.
...호텔의 아침 조식이 슬슬 시작될 시간이지만, 호텔 조식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곳에 온 것이다.

그나마 옛날에는 아스팔트가 아닌 흙바닥이었다고 하는데, 아스팔트든 흙바닥이든 간에 중요한 건
이 곳은 그늘 하나 없이 태양이 제대로 내리쬐는 곳이기 때문에 저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얼굴이 타는 것을 막기 위해 저렇게 수건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
양산으로 그늘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양산을 꺼낼 경우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 있으니 가져온 사람은 없다.

이렇게 입장이 시작할 때인 10시까지, 그냥 이 곳에서 한없이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다들 이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게임기를 가져오거나,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저마다 시간을 보낸다.
가끔 여럿이 일행이 올 경우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주제로 한 토론회(?)도 벌어질 때가 있다고...

물론 입장 1시간 전까지는 자리를 맡아놓고 화장실 등을 다녀오거나 급한 볼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행이 있으면 교차로 다녀오면 되지만, 일행이 없이 혼자 온 경우라고 해도
주변의 다른 모르는 사람에게 자리 좀 맡아달라고 하면 거의 100%는 혼쾌히 자리를 맡아준다고.

다만 워낙에 줄이 길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한없이 많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땐 저렇게 자리 앞에 있는
자신의 열 번호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8시 반 이후에는 가급적 이동을 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그 때가 되면 이 자리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대열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

아침 6시 반 정도였는데, 거의 한여름의 오후 2시를 보는 것 같이 태양이 엄청나게 뜨거웠다.
아침부터 이미 30도는 넘은 것 같았는데, 덥다기보다는 그냥 뜨겁다... 그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도 정말 대단한 것이, 이렇게 뜨거운 곳에 장시간 앉아 기다리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모두가 질서를 잘 지켰고,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굉장히 잘 따랐다.

자원봉사자 역시 딱딱하고 권위주의적면서도 강압적으로 이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너희들과 같은 코믹마켓 참가자다 - 라는 마음으로 굉장히 유하고 부드럽게(?) 때론 농담을 던져가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가끔씩 확성기를 들고 안내를 하면서
농담을 한두마디씩 던지면,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로 화답할 때도 있고... 여튼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빠져나왔다. 화장실 겸 행사장 입구 풍경도 조금 궁금해서 둘러보기로 한다.

줄을 선 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어느덧 시계는 7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

국제전시장 주변안내 지도. 코믹 마켓이 열리는 전시장은 크게 동관, 그리고 서관 두 군데로 구분된다.
일반 부스가 들어오는 동관, 그리고 기업 부스가 들어오는 서관으로 분리된다고 하는데,
자신이 어떤 물건을 살 것이냐에 따라서 동관 쪽 줄을 설지, 서관 쪽을 설지를 판단해야 하며
구매 계획을 철저하게 잘 세워야 한다고 한다. 안에 들어간다고 바로 살 수 있는 건 아닌 또 줄을 서야 하니까...

저 앞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신호등 앞에선 저렇게 경찰이 서서 사람들을 안내해주고 신호등을 건널 땐
일정 인원이 건너갔다 싶으면 다시 다음 신호에 가라고 차단을 하고... 뭐 그렇게 이동 인원을 조정한다.

열심히 코믹 마켓 참가자들을 실어나르고 있는, 역시 초비상 근무에 들어간 유리카모메.
이미 이 열차는 국제전시장 앞에서 사람들을 다 내려주고 빠져나가는 열차다.

저 멀리 국제전시장의 상징인 건물이 보인다. 저 입구에는 과연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까?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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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

(1) 당첨된 항공권 ANA와 함께 도쿄 국제공항으로...
(2) 일본 최성수기, 오봉 기간을 너무 얕보았다.
(3) 푹 끓인 맛있는 것이 한가득! 명물 신바시 니쿠메시 오카무라야(岡むら屋)
(4) 본격적인 기차여행의 시작, 특급 시오사이를 타고 쵸시(銚子)로.
(5) 누레센베로 다시 일어서다, 쵸시전기철도(銚子電気鉄道) - 쵸시덴.
(6) 쵸시전철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은인, 누레센베를 맛보다.
(7) 해가 제일 먼저 뜨는 바다의 지킴이, 이누보사키(犬吠埼台) 등대.
(8) 모스버거 하나 먹고 다시 도쿄로 돌아오다.
(9) 첫 날의 마지막은 게임, 그리고 맥주와 함께!

= 2일차 =

(10) 빌라폰테뉴 우에노 호텔에서 즐기는 풍성한 아침식사.
(11) 호텔 근처의 아침 풍경.
(12) 생애 처음으로 신칸센을 타 보다, 토호쿠 신칸센(東北新幹線) 맥스토키.
(13) [오미야 철도박물관 鐵道博物館 1] - 입장하기.
(14) [오미야 철도박물관 2] - 최초의 증기기관차와 19~20세기초의 철도.
(15) [오미야 철도박물관 3] - 고마워, 꿈의 초특급... 신칸센 0계.
(16) [오미야 철도박물관 4] - 어마어마한 규모, 이게 다 열차들이라니!
(17) [오미야 철도박물관 5] - 1987년, 일본국유철도에서 JR로...
(18) [오미야 철도박물관 6] - 철도에 대한 모든 것, 그 곳은 철도박물관.
(19) [오미야 철도박물관 7] - 기념품과 함께 철도박물관과의 작별.
(20) 에키벤과 함께하는 신칸센 기차여행.
(21) 대지진의 아픔이 약간은 남아있는 그 곳, 센다이(仙台)
(22) 일본 3대 절경, 마츠시마(松島 - 1)
(23) 일본 3대 절경, 마츠시마(松島 - 2)
(24) 일본 3대 절경, 마츠시마(松島 - 3) 그림 같이 아름다운 섬.
(25) 센다이의 지역명물, 규탕(우설구이) 에키벤.
(26) 수요일의 고양이와 함께, 또 하루를 마무리짓다.

= 3일차 =

(27) 이 곳은 천국인가, 지옥인가? 2014 여름 코믹마켓(코미케)

// 2014. 9. 26

덧글

  • 사노 2014/09/26 12:53 #

    아리아케 코미케 2회차 후유코미에 가본 그 옛날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 땐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 Ryunan 2014/09/27 00:53 #

    겨울 코미케는 여름에 비해선 많이 낫다고들 하더군요.
  • Hyth 2014/09/26 14:02 #

    사진들 보고 있자니 코미케를 가려면 겨울이 그나마 낫겠단 생각이 절로 드네요(...)
  • Ryunan 2014/09/27 00:53 #

    그나마 겨울이 많이 낫다고 합니다. 그런데 겨울도 뭐... 밖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건 힘들다고...
  • 다채로운 펭귄알 2014/09/26 17:15 #

    Hell? Or Heaven?
  • Ryunan 2014/09/27 00:53 #

    누군가에겐 헬, 누군가에겐 헤븐이겠지요.
  • 조슈아 2014/09/26 21:06 # 삭제

    UCC black 한국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해서 너무 좋아요!!
  • Ryunan 2014/09/27 00:54 #

    좋죠, 게다가 꽃게마트에서는 싸게 살 수도 있고...
  • 알렉세이 2014/09/26 22:51 #

    사람이 박터지네요.ㅎㄷㄷㄷ
  • Ryunan 2014/09/27 00:54 #

    상상 이상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행사입니다.
  • Tabipero 2014/09/26 23:18 #

    나름 진풍경이라 한번 가보고 싶긴 한데 갔다오면 탈진할 것 같아보이네요(...)
    차라리 오사키 역에서 줄서있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역에서 못탈정도라니....
  • Ryunan 2014/09/27 00:55 #

    저도 돌이켜보면 그렇게 하면 첫차를 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솜사탕 2014/09/27 01:00 #

    아침부터 사람이 저렇게 많구나
    갈려면 이전 날부터 기다려야겠다.
  • Ryunan 2014/09/29 22:41 #

    전날부터 기다리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 hook 2014/09/27 10:18 #

    특정한 물건을 찾지 않는 이상 저런 짓을 할 필요없죠 어느 부스는 줄이 미어터지는데 어느 부스는 울상인 곳이 코미케의 현실
  • Ryunan 2014/09/29 22:41 #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미어터지는 줄에 서기 위해 저렇게 노력한다는 거죠(...)
  • muhyang 2014/09/28 01:23 #

    까놓고 말해 저런 아수라장을 뚫고 얻어낸 전리품이라고 해도 당일날은 프리미엄 붙여서 (아마 줄서다 몸 축나는 거에 비하면 쌀 듯), 한두달 있으면 별 아쉽지 않은 단가로 밖에서 구할 수 있으니까요. 저 난장판을 즐길 수 있을 때나 끼는 거겠지요.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오후에 분위기 느끼기로 한바퀴 돌고 나와도 나름 재미는 있더군요.
  • Ryunan 2014/09/29 22:41 #

    실제로 바로 다음날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놈의 '초회특전' 이라는 것의 메리트가 상당히 크다고 들었습니다.
  • 듀얼콜렉터 2014/09/29 15:26 #

    지옥을 경험하고 오셨군요... 그래도 첫날이라 저정도였지(?) 마지막 날이었으면 헬게이트 보셨을것 같아요, ㅎㄷㄷ...

    저도 첨엔 이 첫차러쉬를 각오하고 왔는데 도저히 체력이 안 될것 같아서 그냥 마지막날에 철야했습니다(응?) 쿨럭.
  • Ryunan 2014/09/29 22:41 #

    저 날은 첫 날이 최고였다고 합니다. 첫날이 칸코레...가 나오는 날이라고 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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