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한마디 잘 못 하며 얼굴 빨개지는 수줍은 소녀풍인데,
나오는 음식 양은 무슨 건설현장 함바집급인
괴악한(?) 돈까스집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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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게이머분들을 위해 위치설명을 하면, '까치산 오신 청소년게임장' 바로 옆골목에 있는 곳이지요.

운영하던 건물을 인수받아 돈까스집으로 바꾼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고, 그냥 제가 봤을 때 외관 분위기가 그런 것 같았어요.

막 창틀에 꽃이 장식되어있고 건물 분위기도 샤방샤방한 것이 70년대 순정만화에 나올법한 분위기였어요.
일단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뭐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겠지... 하고 한 번 들어가보았습니다.
좀 늦은 시간에 들어갔는데 안에서 서빙하는 분들은 다 20대 정도로 뵈는 젊은 여성분들이더군요.

이렇게 보니 원래 주택집이었던 걸 개조해서 식당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카페였는지, 아니면 파스타나 피자 같은 걸 파는 레스토랑이었는지... 여튼 그런 류의 분위기였습니다.
일반 식당은 아니고 커플끼리 와서 분위기있게 데이트 식사를 하는 그런 가게...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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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와 오믈렛은 뭐 그렇다쳐도 여기에 같이 껴 있는 물냉면과 비빔냉면... 것도 왕냉면이라니...;;
게다가 가격도 엄청 비싼 게 아니고 그냥 일반 식당에서 파는 가격수준... 아니 김밥천국보다 약간 비싼 정도;
뭔가 미묘하게 일관성이 약간 없어보이는 메뉴도 메뉴고 가격도 분위기와 다르게 저렴해서
여기 대체 뭐지? 라고 생각하며 일단 저는 가장 대표메뉴인 왕돈까스를 주문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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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찌됐든 사실 주문할 때까지만 해도 가게 분위기라던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에
양이라던가 가성비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이런 분위기의 가게 음식은 여성 중심이기 땜에
막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한줌 나오는 파스타처럼 양이 엄청나게 적을거고, 별거 없을거다.
보나마나 엄청나게 양 매우 적은 여성들이 아슬아슬하게 한 끼 먹을만한 양의 돈까스를 내놓을거야...
그래도 뭐 가격이 비싼 건 아니니 그럭저럭 간단히 먹기 괜찮겠어... 라고 방심을 했죠.
그리고 이윽고 메인음식이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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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긴 뭐야, 연약한 소녀풍 분위기의 식당에서 나온 5천원짜리 왕돈까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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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스테이크는 모양새를 보니 직접 만드는 건 아니고 완제품의 느낌이 났습니다.

역시 상당한 양... 아니 엄청 큰 접시에 가득 담겨나오는 굉장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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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가게 분위기나 가격이랑은 전혀 매치되지 않는 엄청난 양의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뭐야, 이건 이런 분위기의 가게에서 나올 음식의 양이 아니잖아. 이 정도의 가격대비 양이면 기사식당...
아니 거의 건설현장 함바집 같은데서나 나올 돈까스의 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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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얻어먹어보았는데, 계란이 막 엄청 촉촉하고 절묘하게 구워진 것까지는 아니고
그냥 적당히 평범하게 완숙된 맛이지만 속에 들어있는 치즈의 쫄깃함과 함께 소스와의 조화가 잘 맞더군요.


뭐 오믈렛이 좀 화려하긴 한데, 샐러드라던가 밥은 그냥 평범한 편이에요. 특출난 건 없어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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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접시가 굉장히 큰 편이라 돈까스 면적이 거의 보통 김밥천국 돈까스의 두 배는 됨직하게 나왔습니다.
소스는 돈까스 위에 직접 뿌려나오는 양식(경양식이나 분식) 스타일의 돈까스.

막 고기를 종잇장처럼 얇게 펴서 만들어내는 것과는 달라요. 약간 두께는 있다고 보면 되겠네요.
또 꽤 바삭하게 튀겨낸 편입니다. 냉정하게 촉촉하고 부드럽다기보단 약간 단단한 편이라고 보면 될 듯.

자극적이지 않은 평범한 돈까스 소스맛이라고 해야 할까... 이 음식을 먹은 지 좀 되었는데 맛이 어땠는지
크게 기억에 남지 않은 것을 보면 꽤 무난하거나, 혹은 뭔가 크게 인상이 남았던 건 아니었겠지요.
그냥 먹으면서 불편한 게 없었다 정도? 라는 기억만 있으니 특별히 나쁜 맛은 아니었을 겁니다.
뭐 어쨌든 양이 굉장히 많이 나왔고, 이 의외의 엄청난 양 때문에 배 두들기면서 열심히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방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뭔가 접시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시더군요.
그 아주머니가 들고 온 접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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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돈까스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면서 하시는 말씀.
'...아까 돈까스를 너무 작은 조각을 준 것 같아서... 더 드시라고 하나 더 튀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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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이서 갔는데, 셋이 이 추가로 나온 걸 보면서 잠시 할 말을 잃고 벙찐 표정으로 돈까스를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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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상황을 설명하자면 아까 돈까스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들이 나왔을 때
여직원 한 분이 좀 미안하다는 말투로 '돈까스 오믈렛' 을 시킨 지인에게
'죄송한데 돈까스가 좀 작은 덩어리가 튀겨졌어요. 혹시 더 필요하시면...' 이라고 한 적이 있긴 했습니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덩어리가 나와서 '아니, 괜찮습니다. 그냥 먹겠습니다. 전혀 안 작은데요...' 라고
말하며 주저주저하는 직원에게 괜찮다고 답변. 그리고 저 음식을 먹고 있는 도중이었는데,
이번에 주방 아주머니가 직접 접시에 튀긴 돈까스를 가져와서 '아까 조각이 너무 작아서... 더 드세요' 하면서
저희 접시에 새로 튀긴... 것도 아까전에 나온 것보다 훨씬 큰 조각을 갖다주신 것.
...아니 뭐 조각이 작아서 더 갖다줄 수도 있다 치고,
실제 다른 식당에서도 이런 돈까스 양이 좀 적다싶을 때 조그마한 조각을 잘라 덤으로 더 주는 경우도 없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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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아까 전 나온 음식 양이 상당히 많았고, 그걸 다 먹어치운 뒤 헉헉대고 있었는데
다 먹을 때 즈음 이렇게 큼직한 덩어리가 하나 더 나와서... 절대 공짜로 준 성의를 위해서라도
남기면 안 된다는 신념하에... 셋이서 공평하게 조각을 나눠 다 먹어치우긴 했습니다.

그리고 세 명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음식에 다른 의미로 멘탈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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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이런 음식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의 가게인데, 거의 함바집 급의 양을 자랑하는
손큰 어머니가 만든 듯한 음식이 나와... 게다가 가격은 김밥천국보다 약간 더 비싼 정도밖에 안 돼...
맛은 그럭저럭 평범한 편이었지만, 예상을 깨는 음식의 양에 여러가지로(?) 충격을 받았던 곳이었습니다.
그래, 역시 가게는 외관이나 분위기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구나...ㅠㅠ
정말 먹을만한 곳 없는 오신 청소년게임장 근처인데, 이 곳에서 식사하기에 정말 괜찮았던 곳이었습니다.
적어도 5천원에 이 정도 크기의 돈까스를 맛볼 수 있는 곳을 근처에서 찾긴 힘들 테니까요...
다만 제가 이 가게를 방문한 것은 이 날 하루가 전부. 그나마도 좀 늦은 시각에 방문한 것.
문 닫을 때 즈음의 늦은 시각이라 서비스가 좋았던 것인지 원래 이런건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이 게임센터를 다시 찾아갈 때 또 방문할 생각이 있으니 그 때 가면 알게 되겠지요.
※ 가게 상호로 찾아보니 점포 수는 적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더군요. 게다가 다른 지점도 양이 비슷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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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10 .4

덧글
그런데, 진짜 음식양이 어마어마하네요....
크고 아름다운 양이 멋지군요. 좀... 무섭기도 하고.
우동하나돈까스하나시켜서나눠먹는게짱..
굳이 멀리서 찾아올 필요는 없고 지나가다 가성비 좋은곳 갈까?하면 괜찮은 곳이지요 ㅎㅎ
사실 처음에 갔을때 남친이랑 계속 외관과 메뉴가 언발란스해서 신경쓰여하다가 갔는데 커플 셋트 시켰다가 결국 남기고 왔던 기억이..ㅋㅋㅋ
회원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해주신 이 게시글이 10월 7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 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10월 7일 줌에 게재된 회원님의 게시글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역시 인터넷 첫번째 블로그 후기 보고 음식점 가면 안된다는 말이 맞음.
가격은 6000원이고요.
돈까스 2장나오는데 약간 두께는 있어요. 돼지 비린잡내 나는 이런 돈까스는 처음 봤네요. 우엑.ㅜㅜ
국물은 조미료맛밖에 안나던데요.
단무지가 제일 맛있었네요. 차라리 김밥천국가서 돈까스 먹는게 나을듯 싶네요.
블로그 후기는 어디까지나 참고만 할 뿐이지 전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되는 게 맞습니다. 제 글도 마찬가지고요.
여튼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