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새 보금자리에서 역사를 계속 이어가는 대구의 자존심, 미도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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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가장 오래 된 찻집이자 지금은 대구 어르신들은 물론 젊은 사람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미도다방' 은
1982년부터 영업을 시작하여(내 나이보다도 많은!) 무려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정확히 현 정인숙 여사님 인수 이전 시절을 계산하면 약 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한다)
명실상부 대구 최고의 찻집 중 하나다. 그 미도다방이 최근 건물의 매각으로 어쩔수없이 사를 하게 되어
새로운 보금자리를 잡은 이야기는 예전에 들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미도다방을 가 보게 되었다.
예전 옮기기 전의 미도다방을 한 번 가 본적이 있었다. 그 포스팅은 http://ryunan9903.egloos.com/4333507 참조.

많은 사람들이 큰 걱정을 한 모양이었는데, 대부분의 집기류는 옛날 다방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오고
분위기 또한 그 오래 영업했던 때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결실을 본 건지
새로운 장소에서 출발하는 미도다방은 옛 분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잘 살려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다만 간판이라던가 이런 건 옛날 것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으니 깔끔하게 새단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카페' 라는 이름을 썼지 '다방' 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게 되었다.

커피 또한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라멜 마키아또 이런 게 아닌 그냥 커피, 냉커피 이렇게 두 가지가 전부.
지난 번엔 재료가 다 떨어져서 약차를 마셨는데, 이번엔 이 가게의 자랑거리인 쌍화차를 반드시! 마셔보기로 했다.


수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리 좋더냐!!!
이런 화사한 꽃들이 피어 있는 다소 촌스러운(?) 화분도 일반 카페가 아닌 미도다방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가게 내의 집기류들은 옛날의 것을 최대한 버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그리고 소품들을 이용해 예전 2층에 있던 때의 분위기를 다시 재현하기 위해 엄청 큰 노력을 했다고 한다.

새롭게 가게를 옮기면에 전에 비해 조명도 그렇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꽤 밝아졌다는 느낌이다.

비교를 위해 예전에 2층 영업 시절의 미도다방 컷도 하나. 확실히 그 때에 비해 많이 화사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예전에 사용하던 소파라던가 방석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전부 가져온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옛날 집들을 보면 항상 저렇게 붓글씨가 있는 액자가 걸려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미도다방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은 머리가 하얗게 새거나 혹은 벗겨진 노인들이다.
정장을 입고 오거나, 혹은 말쑥하게 차려입은 대구의 멋쟁이 노인들이 찾아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가벼운 가격의 차 한 잔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는 곳이 바로 이 미도다방이다.
1982년부터 영업을 시작했으니 가게의 역사는 30년 이상,
저 곳에 서 계신 어르신들은 미도다방과 함께 늙어가며 역사를 같이 한 노인들이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생과자, 그리고 이가 약한 분들을 위한 부드러운 웨하스를 집어먹는 것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 이 곳을 찾게 되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일반 카페에서는 나오지 않을 법한 이런 전통과자가 나오는 것도 여기니까 가능한 것이자 감성.

지난 번에 왔을 땐 쌍화차가 없어 아쉬운 대로 약차를 시켜서 먹었는데 못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차 위에 올라간 다진땅콩과 대추, 잣 등의 견과류 고명이 어찌나 많은지 차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

쌍화차라기보다는 그냥 견과류를 잔뜩 올려낸 씨리얼을 먹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심이 굉장히 푸짐했다.
이렇게 완벽하게 담겨 나오는 쌍화차 한 잔이 고작 3500원밖에 하지 않는다니, 진심 서울로 가져가고 싶은 맛과 가격.
맛 또한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견과류, 그리고 계란 노른자가 전혀 비리지 않은 그런 멋진 맛이었다.


미도다방의 주인이자 - 미도다방의 산 역사의 증인이신 정인숙 여사님.(64세)
처음 다방을 시작했을 때는 갓 서른의 젊은 나이였겠지만, 오랜 시간 다방을 하면서 세월이 흘러
지금은 연세를 환갑을 넘기고 얼굴에도 주름이 생긴 - 나이 지긋한 여사님이시다.
하지만 나이가 많이 들어도, 여전히 가게에서는 전통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와 직접 손님들을 맞아주는
뭐라 함부로 표현할 수 없는 - 우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분이기도 하다.
한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아주는 그 모습에서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깊은 품격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이 과거의 분위기가 좋아 새롭게 가게를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이 다시 새로운 미도다방의 단골이 되고
(나야 뭐 외지 사람이니 단골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이렇게 주 손님들이 조금씩 바뀌어가면서도 가게의 역사와 전통은 유지되면서...
그렇게 옛 모습을 잊지 않고 계속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닐까.
이 모습이 언제까지라도 계속 지켜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창문까지 전부 떼 올 순 없기 때문에 저렇게 미도다방의 흔적이 약간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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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오래 된 느낌의 거리로 조성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정소아과 의원'
듣기론 이 건물이 대구 시내 최초의 양식 주택이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당연히 소아과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평범한 개인이 소유한 건물이 되었다고 한다. 지나갈 때마다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이번에도 한 컷.


요새 서울이라던가 지방의 번화가에서 일본요리를 취급하는 곳이 많지만 이렇게 옛날 분위기를 내는 곳 찾기는
상당히 힘든 편인데... 비교적 초창기 때 일본요리를 가져와 장사하는 곳이 아닐까 하는 가게 외관.


보통 이런 가게는 엄청나게 맛있는 숨겨진 곳이라거나, 혹은 그와 정 반대...거나
극과 극인 경우가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과연 이 곳은 어느 쪽일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대구 지역에서 상당히 유명한 잘 나가는 가게라고... 얕잡아봐서 죄송합니다 ㅠㅠ
다음에 대구에 갈 일이 있으면 한 번 찾아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 Continue (다음편은 대망의 부산, 대구여행기 마지막 편입니다) -
// 2015. 7. 18

덧글
이글루스에도 리뷰 올라온적 있고요
주말은 영업안한다네요
물론 전 가보지않았습니다.
대구시민이 될지 얼마안돼서..
이 정도면 오히려 더 잘 되었다고 봐도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