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게티의 판쵸(スパゲッティーのパンチ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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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쿄에서 쌈마이한 분위기의 나폴리탄 스파게티로 유명한 가게가 어디 있나 찾아본 뒤 결정한 곳은
'스파게티의 판쵸(スパゲッティーのパンチョ)' 라는 아키하바라에 있는 나폴리탄 스파게티 전문점이다.
처음에 발견한 판쵸는 신바시 쪽에 매장이 있어, 여기서 전철을 타고 신바시를 가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다행히도 아키하바라 안에 판쵸 아키바 지점이 있어 굳이 이동할 필요 없이 쉽게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가게 영업이 11시부터인가 시작하기 때문에, 미리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 게임센터에서 잠시 시간을 때웠던 것.

이 간판만 봐도 그냥 평범한 식당이 아니라는 아키하바라 특유의 묘한 분위기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먹을 수 있을테면 먹어봐라...!! 라니...;;;
비단 이 곳 말고도 아키하바라에는 남성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지역 특성 때문인가,
약간 만화같기도 한 재미나고 독특한 컨셉을 가진 - 데이트코스론 적합치않은(^^;;) 식당들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다.

새콤달콤하고 자극적인 맛을 내세운 '이탈리아에는 없고 일본에 있는 독특한 파스타' 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양식 세트 등을 주문하면 사이드 메뉴로 조금 나오는 새콤달콤한 스파게티라고 봐도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느낌의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맛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일본에 오면
꼭 한 번 제대로 된 - 뭔가 약간 싼티나기도 한 독특한 감성의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먹어보고 싶었다.
기본 스파게티를 베이스로 하여 다양한 토핑을 추가한 메뉴들이 존재한다. 물론 가격도 천차만별.




가장 기본인 작은 사이즈는 300g, 곱배기는 400g, 특곱배기는 600g,
그리고 저 뒤의... 바라보기만 해도 공포에 질려버릴 것 같은 저... 무시무시한 모형은 무려 2.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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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kg짜리를 고르면 훌륭한 포스팅거리 및 여행 무용담이 되겠지만(...)
나는 제대로 된 음식을 즐기고 싶었고, 살아서 돌아가고 싶었기에 400g의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선택했다.


이 식당을 이용할 때 지켜야 할 룰로, 같은 가격에 양이 많이 나오니 나눠먹지 못하게 막는 것인듯. 이해는 간다.

젊은층의 손님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직장인들이 많았고 나이 많은 아저씨들도 있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찾아온 손님들 대부분이 남자들, 그것도 혼자 찾아온 남성들 위주였다는 것.


파마산 치즈는 보통 둥그런 통 안에 담겨서 솔솔 뿌려먹게끔 내오는 것인데, 저렇게 호쾌하게 큰 통에 담은 뒤
수저로 퍼서 먹게 하는 가게는 진짜 처음 본다(...) 이 가게 뭔가 범상치 않은 가게라는 느낌.



쟁반 위에 담겨져 나왔으며, 미소장국이 세트로 같이 온다. 스파게티와 미소장국의 조합이라... 뭔가 묘한 만남이다.

소시지와 양파 등을 케첩과 함께 볶아낸 스파게티 위에 노른자 반숙의 계란 한 개가 얹어져 나오는데
가격을 더 추가하면 베이컨이라든가 치즈 등의 다른 메뉴들도 추가할 수 있다.

모양이 조금도 흐트처지지 않은 진한 노란색의 노른자가 반숙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식욕을 자극하는 느낌.
계란후라이 위에는 살짝 후추를 뿌려 마무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면 양이 그렇게 많아보이지 않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볼 때 양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만일 여기서 나온 스파게티가 정통 이탈리안 파스타였다면, 이런 미소장국이 별로 어울리지 않았을텐데
일본에서 파스타를 재해석하여 새롭게 창조해낸 나폴리탄은 어떻게 보면
일본 사람들이 많이 먹는 국물인 미소장국과 잘 어울리는 요리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먹는 방법도 음식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맞게 즐기면 되지 않을까...

어쩐지 이 스파게티는 이렇게 먹어줘야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타바스코 소스도 팍팍 뿌려야 될 것 같지만, 타바스코의 시큼한 맛은 좋아하지 않으므로 패스.

케첩 소스에 볶아 새콤달콤하면서도 듬뿍 뿌린 파마산 치즈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아무리 봐도 고급스럽다고 할 수 없는, 토마토 스파게티와는 확연히 다른 소위 싼 느낌이 음식 전체에서 느껴지는데,
거기다 토핑으로는 빨간 색 소시지를 썰어넣었고 계란후라이 노른자를 터뜨려 면과 같이 비벼먹는 음식...
딱 봐도 예상가는, 그리고 쌈마이한 맛이라지만, 그렇다고 절대 싫다고 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맛.
음, 그러니까 이게 옳은 비유일 지 모르지만 한솥도시락 매장에서 반찬 밑에 깔아주는 삶은 스파게티면,
도련님 도시락 같은 거 시켜먹고 바닥에 깔려있는 스파게티면을 남은 소스에 대충 비벼먹는 그런 느낌이랄까.
진짜 가끔 한 번씩, 아 이런 거 먹고 싶다 - 라고 생각날 것 같은 묘한 매력과 만족감을 먹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첫날 나고야에서 접한 앙카케 스파게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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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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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
(1) 늦은 휴가를 즐기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세우다.
(2) 입 안이 얼얼하지만 멈출 수 없는 매력, 샨츠-단단몐(想吃担担面)의 탄탄멘과 안닌도후(杏仁豆腐)
(3) JR도카이 리니어 철도관으로, 제3섹터 나고야 임해고속철도(名古屋臨海高速鉄道) 아오나미선.
(4) JR도카이 리니어 철도관 (JR東海 リニア鉄道館)
(5) JR도카이 리니어 철도관 (JR東海 リニア鉄道館) - 2
(6) 나고야 명물, 앙카케 스파게티 전문점 '마 메종(MA MAISON)'
(7) 사카에에 숨어있는 원조 미소카츠동(元祖みそかつ丼), 아지도코로 카노(味処 叶)
(8) 나고야 대표 미소카츠(みそかつ), 미소카츠 야바톤 본점(矢場とん本店)
(9) 오스시내 대형 게임센터 두 군데에서... 게임,게임,게임의 밤!
(10) 나고야의 명물, 테바사키(닭날개튀김)전문점 후라이보(風来坊)로 물드는 밤.
= 2일차 =
(11) 토요코인 나고야에키 사쿠라도오리구찌 혼칸(東横INN名古屋駅桜通口本館)의 아침식사.
(12) 호텔조식에 이은 두 번째 아침식사...-_-;; 코메다 커피점(コメダ珈琲店)
(13) 미에 현(三重県) 이세시(伊勢市)를 향해 떠나는 길.
(14) 이세신궁 - 외궁 (伊勢神宮 - 外宮)
(15) 특이한 이세우동 전문점, 유명 이세우동 야마구치야(名代 伊勢うどん 山口屋)
(16) 이세신궁 내궁 앞 상점가 화과자집, 아카후쿠(赤福) 본점(本店)
(17) 이세신궁 - 내궁 (伊勢神宮 - 內宮)
(18) 한적한 바다의 시골마을, 토바(鳥羽)
(19) 1년 2개월만에 그 길을 다시 밟다, 킨테츠 타고 교토(京都) 가는 길.
(20) 1년 2개월만에 재회한 교토 지인들과의 밤.
= 3일차 =
(21) 교토의 특유의 갈색 간판 스키야(すき家)에서의 규사라 정식(牛皿定食)
(22) 한큐 카츠라역 앞 푸근한 동네의 베이커리 카페, OAK FOOD의 앙팡만(호빵맨) 단팥빵.
(23) 타베로그(食べログ) 2009년 베스트 레스토랑, 교토 카라스마 함바그 라보(Hamburg LABO)
(24) 손을 벌벌 떨면서 신칸센(新幹線) 티켓을 끊다.
(25) 도쿄 가는 길, 교토 시즈야의 홋카이도 멜론을 넣은 멜론빵과 히로의 에키벤 和牛姿焼弁当(와규 통구이 도시락)
(26) JR 시나가와(品川)역에서 토부 미즈호다이(みずほ台)역까지, 험난한 이동.
(27) 이자카야에서 실컷 먹고 마시고, 집에 와서도 또 먹고 마시고...
= 4일차 =
(28) 한 주의 시작, 월요일 아침을 여는 지옥(?)의 도쿄 출근길 풍경.
(29) 군마 현(群馬縣)으로 가는 길, 아침식사는 간단히 규동. 그리고 KFC의 연어튀김.
(30) 성지순례! 이니셜 D의 무대, 아키나(秋名)와 아카기(赤城)의 실제도로를 직접 달려보다!!
(31) 대중적인 프랜차이즈지만 든든하게 맛있다! 카츠동 & 돈카츠 전문, 카츠야(かつや)
(32)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 5일차 =
(33) 성지순례, 슈타인즈 게이트 in 아키하바라 (Steins;Gate in Akihabara)
(34) 어쩐지 아키하바라와 어울리는 나폴리탄, 스파게티의 판쵸(スパゲッティーのパンチョ)
// 2016. 1. 25


덧글
라고 써있는 음식점에서 덮밥먹고 크게 실망하고 그뒤로 아키하바라에서는 평범한 가게만 되었습니다
아키하바라에 요란한 음식점이 만긴 많지만 그렇게 맛은 신촌 홍대 수준이라고 할까요
왠지 저 건물이 낯이 익은데, 멋도 모르고 들어가보니 므흣한 광매체나 책들이(...)
음음, 저런 가게들 들어가면 좋은 거 많지요 음음(...)
약간은 조절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
양을 정할 수 있는 만큼 남기면 굉장한 민폐가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