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백종원의 3대천왕 우승 떡볶이, 깡통시장 이가네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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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여름, 회사를 그만두고 JR패스를 이용하여 일본 전국여행을 같이 했던 J君.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려와 약 9개월만에 만날 수 있었다.
현재 학원을 다니고 있어 학원이 있는 서면에서 만나, 같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곳은 1호선 자갈치역.
부산의 각 번화가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번화가는 국제시장과 BIFF거리가 있는 남포동과 자갈치시장 일대.
이 일해든 부산 다른 번화가 지역보다도 뭐랄까... 북적북적거리는 여기만의 활기찬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여기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보수동이 나오고, 헌책방이 몰려있는 보수동 책방 골목이 이어진다.

국제시장과 서로 붙어있는 깡통시장은 국제시장과 더불어 부산 최대규모라 해도 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최근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과 더불어 외지인들이 더 많이 이 일대를 관광 코스로 찾는다고 한다.

부산에 내려가서 어디를 갈까 인터넷을 찾아보다 발견한 곳으로 조금 호기심이 생겨 체크해놓았던 곳이다.
그런데 이 떡볶이집... 그냥 평범한 시장에 있는 떡볶이집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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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라고 해 봤자 뭐 별거 있나...

부산까지 와서 내 얼굴 보니 반갑쥬?
그렇다. 최근 꽤 잘 나가고 있는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된 떡볶이집이다.
'그분' 이 와서 맛있게 드시고 가신 떡볶이집이라, 방송 소개 이후 이렇게 불이 나는 집이 되어버린 것이다(...)
최근에야 수요미식회 등지에서 유명한 가게를 소개하면서 '내가 자주 가는 가게가 나와 더 갈 수 없게 되었다!' 하면서
분노를 금치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고, 또 그 사람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고는 있지만...
가게를 하는 사람 입장으로선 방송에 나와 자신의 가게가 유명세를 타고 더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게 좋을 테니...
물론 그런 유명세가 피곤하고 힘들어지기 때문에 일부러 방송 출연을 안 하는 가게들도 많이 있다.
...막 숨겨진 가게를 찾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인터넷이랑 방송 보고 궁금해서 찾아가 본 어찌보면 뻔한 방문이지만,
크게 상관없다. 뻔하고 세속적인 것이 묻어나는 방문이라도 이런 곳은 내가 좋아서 찾아가는 거니까.


워낙 사람이 많아, 더 이상 가게 앞에서 먹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냥 포장만 가능하다고 한다.
줄도 줄이지만 인파로 더 이상 편하게 먹을 수 없게 되어, 원래부터 찾던 사람들은 확실히 큰 불만이 있을 거라 본다...

'부산에서는 떡볶이를 떡 갯수대로 판매한다...' 라는 것이었다. 서울에선 떡볶이를 이렇게 파는 곳이 없다.
떡을 한 입 크기로 잘라서 적당히 국자나 주걱으로 1인분을 담아내는 게 아닌
길쭉한 가래떡을 그대로 떡볶이로 만들어낸 뒤, 그 떡의 갯수를 통해 1인분을 만들어 내는데,
이걸 처음 봤던 옛날의 내겐 - 부산의 떡볶이 문화는 순대를 막장에 찍는 것만큼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이가네 떡볶이의 떡도 떡 갯수로 1인분을 구분한다. 5개의 떡이 들어가는 분량이 1인분,
그리고 가볍게 맛을 보기 위한 소 사이즈로 3개의 떡이 들어간 2000원짜리 미니 사이즈도 판매하고 있다.


다만 3대천왕에 방영된 게 작년 9월이라 거의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지금도 방송의 여파가 남아있다.
와, 방송 나온지 6개월이면 거품이 좀 빠져야 하는데, 빠지기는 커녕 지금도 그대로라니...

매장을 중심으로 한 바퀴 빙 줄이 둘러싸여있는 것. 다만 떡볶이는 먹고가는 것이 아닌 포장만 가능하기에
줄이 상당히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생각보다 줄 빠지는 속도는 꽤 빠른 편이었다. 지루하지 않을 정도.

맛을 낼 때 양념장, 그리고 채썬 무를 이용해 끓여낸다고 하는데, 무에서 나오는 수분과 단 맛으로 맛을 낸다고...
소스를 따로 포장해가는 손님들을 위해 집에서도 만들어먹을 수 있는 방법이 사진으로 소개되어 있다.




오른쪽의 큰 솥에서는 다 만든 떡볶이를 빠른 속도로 일회용 그릇에 담아 손님에게 내어주고 있다.

갯수에 맞춰 떡을 담고, 그 위에 어묵과 양념소스, 야채 등을 국자로 담아 손님에게 내어준다.

소 사이즈(떡 3개 - 2000원)을 주문했고, 가위로 싹둑싹둑 자른 떡이 담긴 떡볶이 그릇을 받을 수 있었다.
근처에 앉아서, 혹은 서서 먹을만한 공간이 없어 그냥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먹어야 하는 불편이 있었는데,
같이 간 J君에게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잡아달라 요청하고 시장 바닥에서 한 컷.

미미네 떡볶이를 필두로 유행하는 국물이 흥건한 떡볶이가 아닌
물이 들어가지 않고 무의 수분과 양념장으로 만들어낸 꾸덕꾸덕한 소스의 떡볶이라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꾸덕한 소스 사이로 마늘향과 단맛이 나는데, 설탕이 듬뿍 들어간 자극적인 단맛이라고 하기보다는
무와 야채에서 나온 은은한 단맛이 느껴진다는 것이 특징. 고추장 소스맛의 진함에 대비 단맛이 강하진 않은데
왜 백종원이 이 가게 떡볶이 맛있다고 하는지... 에 대해선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맛이라고 생각한다.
입맛 까다로운 J君도 먹어보고는 괜찮은 맛이라고 인정. 줄을 서서 먹는것까진 잘 모르겠지만,
동네에 이런 떡볶이집이 있고 떡볶이가 먹고싶다...는 생각이 날 때 기꺼이 가서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심하게 불지도 않고 쫄깃한 맛이 잘 살아있는데 좋은 떡을 잘 조리한 것 같다.
흥건하게 남은 국물은 여기에 밥 집어넣고 양념 좀 해서 볶아먹으면 맛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를 찾아주신 한 방문객님께서 '예전에 비해 핫도그가 너무 가늘어졌다!' 라며 탄식하는 걸 보았는데,
확실히 돌돌이핫도그 치고는 굵기가 얇은 건 아쉽다면 아쉬운 점. 그래도 가격이 1000원으로 저렴하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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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통시장 이가네떡볶이 찾아가는 길 :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 깡통시장 골목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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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도 최근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되어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옛날, 거인통닭을 찾아간 후기는 다음 포스팅을 참조... ( http://ryunan9903.egloos.com/4302281 )

사람이 늘었다고 해서 가마솥을 억지로 늘리지 않고 만들어내는 양은 예전과 똑같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남포동과 부평동 일대에는 이렇게 부산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예전 부산여행 때 내가 갔던 냉채족발집은 '오륙도 냉채족발 (http://ryunan9903.egloos.com/4244881) 이었는데,
실제 이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냉채족발 전문점은 사진에 나온 원조 부산족발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명하다고 해서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고, 자신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곳을 찾아가는 게 중요한 것이지만...

평소 백종원의 방송을 좋아하고, 또 이 사람의 프랜차이즈 음식을 나쁘지 않게 보는 편이지만,
이렇게 그동안 자주 찾았던 가게들이 전부 방송 출연한 집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보는 감정은 좀 많이 복잡하다...^^;;


결국 이번 여행에서도 이렇게 가게 앞만 찍고, 먹어볼 기회를 놓쳤다.
당면을 먹어본 J君의 말로는 호불호 엄청 심하게 갈리고, 딱 생각하는 것만큼의 맛이라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이라... 아쉽지만, 이 비빔당면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부산행을 위해 남겨놓는다.
- Continue -
// 2016. 2. 24

덧글
저런 유명세에 대해 뭔가 진지한 댓글을 달고 싶은데 뭔가 정리가 잘 안 되네요 ㅎㅎ 호기심에라도 한번 먹어보고 싶긴 하지만 저 줄은...좀 부담스럽긴 합니다 ^^;;
아마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