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めんそーれ, 琉球!(멘소~레 류큐!).2016
(23) 오키나와 섬 최북단, 해도 미사키(辺戸岬 / Cape H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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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본섬의 최북단을 시간상 + 체력상 올라가지 못했고 그것에 대한 아쉬움을 꽤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C君과 함께 다른 일정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캔슬하는 한이 있더라도
3박 4일의 기간동안 어떻게든 오키나와 섬의 최북단인 해도 미사키(辺戸岬) 만큼은 꼭 다녀오자는 약속을 했고
나고 파인애플 파크와 후르츠 랜드 구경을 마치고 거기서 바로 최북단을 향해 내비게이션을 찍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면서 또 살짝 가랑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상당히 불안한 날씨였지만 그래도 강행.
최북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 국도는 58번 국도 단 하나.
이 국도는 바다를 끼고 달리는 도로라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풍경이 진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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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들이 가는 방향을 그대로 졸졸 따라간 뒤 마침내 나온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 놓았다.

저 사진에 보이는 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아주 좁은 일방통행길이라
'최북단을 이런 도로로 들어온다고?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라는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이 근처에는 뭔가 최북단이라는 걸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것도 하나 없었고...

게다가 저 사람들이 탄 차는 좀 전에 내 바로 앞에 여러 대 줄지어 가던 차들이고 나는 저걸 따라온 것 뿐인데...
알고보니 저 차량은 장례식 차량이었고 저기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전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즉 나는 장례를 치르려는 사람들의 차를 졸졸 따라온 것. 어째서 이 최북단에 와서 장례를 치르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길을 확실하게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좀 전에 왔던 좁은 길을 통해 다시 바깥으로 되돌아갔다.
나가는 길이 한 방향의 일방통행길이라 혹시라도 차가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좀 많이 있었지만
(사실 운전하는 데 아직 후진은 좀 약한 편이다) 다행히 밖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차는 한 대도 오지 않았다.


그런데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불었다. 바닷가 바로 앞이라는 걸 감안해도 진짜 엄청난 바람이다.
안 좋은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최북단이라는 접근성 때문인지 이 곳에 찾아온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행정구역상 쿠니가미 촌(国頭村)이라는 곳에 속해 있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또 파도가 거센 절벽 바로 앞에 있어 파도가 만들어낸 물보라가 이 근처까지 튀게 되는데
마치 가랑비처럼 바닷물이 서 있는 곳까지 튀기 때문에 온 몸으로 쏟아지는 바닷물을 그대로 헤치고 가야 한다.



C君은 여기서 더 앞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거절하여 나 혼자만 저 앞까지 이동해보기로 했다.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바다의 용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해(?) 올려놓고 간 1엔 동전들.
개중엔 바닷물에 의해 약간 부식이 진행중인 동전도 있었다.

올라가는 쪽 절벽이 아주 가파른 건 아니기 때문에 올라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었지만
바람이 워낙 거셌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조심 올라가야 했다. 여긴 카메라도 들고갈 수가 없어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어떻게 이 풍경을 사진이라든가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위험했지만, 그만큼 정말 멋있었다.


바람이 매우 위협적으로 거세게 불어오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뭐랄까 굉장히 이색적인 풍경이다.


'1972년 일본으로의 영토 반환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조국 복귀투쟁 비석' 이라고 한다.

오키나와 섬의 최북단, 정점에 우뚝 솟아 있는 비석.

그러니까 뭐랄까... 여행을 하면서 뭔가 큰 목적을 하나 달성했다는 성취감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은 날씨가 나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날씨가 좋을 땐 이 곳에서 가까운 요론 섬이 보인다고 한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지만, 이 이상으로 더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간다 해도 매우 위험했다.
자칫 잘못하여 저기에서 파도에 한 번 잘못 휩쓸려 떨어지게 되면 절대 살아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좀 더 맑았더라면 좀 더 멋진 풍경이 나올 수 있었을테지만, 이 정도의 풍경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그리고 이 사진을 찍자마자, 계속 불안불안했던 하늘에서는 갑자기 다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휴게소는 영업하고 있지 않았고 저 앞에 있는 세 대의 자판기만이 가동하고 있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급히 비를 피해 차 안으로 들어가거나 혹은 휴게소 안으로 대피해 왔다.

그나마 차로 피신했던 사람들은 얼른 차를 끌고 이 곳을 떠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이 곳에서 비를 피하며
비가 잠깐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우리 차를 바라봤는데, 정말 차가 들썩거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지더라...

막 위협적인 속도로 날라온 것은 아니었지만 바람의 위력이 얼마나 센지... 확실하게 알게 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도 이 때의 분위기를 담자고 영상을 하나 찍어놓은 것이 있다.
이 와중에도 영상으로 기록해놓을 생각 같은 걸 하긴 하는군, 나...;;

내비게이션을 켜서 현재 위치를 확인해보았다. 지금 우리 차는 더 이상 위로 올라갈 길이 없는 곳에 서 있다.

여기에 좀 더 있다간 진짜 빠져나가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급히 운전대를 잡고 탈출(?) 성공.

차 한 대, 건물 하나 없이 일방통행 도로만 있던 이 풍경. 진짜 이 날의 운전,
그리고 이 날의 풍경은 그동안의 일본 여행에서 운전했던 경험 중에서도 단연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최북단을 찍은 게 전부지만, 그냥 이 곳을 온 것 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좋았다.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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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
= 2일차 =
= 3일차 =
(23) 오키나와 섬 최북단, 해도 미사키(辺戸岬 / Cape Hedo)
// 2016. 12. 1


덧글
"조국복귀투쟁비"에서 참 많은걸 생각하게 하네요.
본토 사람들에 비해 차별이 크고 또 미군기지 문제도 있어서 여러가지로 감정이 안 좋다고...
덧) 예전 도야마 여행기를 참고하여, 도야마&알펜루트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비수기여서 약간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설경이라던지, 설경이라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