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건 없고 그냥 큰집이 이 근처에 있어 명절 때 큰집 갈 때마다 항상 사촌들과 함께 갔었는데요,
지금이야 뭐 사촌들이 다 독립하고 또 옛날처럼 엄청 좋아했던 음식이 아니라 자주 찾아가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씩 한 번 먹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한 번씩 생각날때마다 찾게 되곤 합니다.

재미있는 건 약 17년 전, 그러니까 2000년 전후로 이 위치 그대로 오락실이 있었습니다.
당시 펌프도 있었고 디디알도 있었던 오락실이었는데, 17년만에 다시 이 곳에 오락실이 되돌아올 줄이야...
짱오락실 신림엔 기타도라 세션이 한 조 설치되어 있어 근처 지인들이 많이 찾는 편.

여러 가게가 한 층에 몰려있는 순대타운은 호객이 꽤 심한 편입니다.
가본 분들이야 분위기를 다 아시겠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에 도착하자마자 가게의 수많은 아줌마들이
'여기야, 이리로와' 하면서 자기네 가게로 오라고 동시다발적으로 외치는 진풍경을 보게 되지요.
그래서 호객행위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이 순대타운 자체를 그렇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골집이라 따로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그냥 항상 가던 4층의 삼촌네라는 가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가게 바로 옆에 있는 '젊음의 양지 이모네' 라는 가게로 한 번 들어가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열성적으로... 진짜 안 가면 안될 것처럼 우리 가게로 와달라 호객을 하셔서 한 번 믿어보기로...
다행히 낮 시간대에 방문해서 사람이 바글바글하지 않고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 저녁에는 사람 꽤 많아요.

초창기에는 백순대가 없고 그냥 양념순대만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백순대가 양념순대보다 더 잘 나갑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한데, 철판순대 재료를 가져와서 눈앞에서 직접 볶아주는 경우가 있고
따로 순대를 주방에서 볶아서 다 완성된 것을 철판에 가져와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후자였습니다.
순대가 볶아지는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날씨가 더우니 아무래도 후자 쪽이 더 편하긴 합니다.


본래 양념순대엔 이 양념장을 같이 뿌려서 볶는데, 백순대는 양념장을 볶을때 넣지 않고 따로 찍어먹습니다.



순대타운 공통의 일종의 암묵적인 서비스... 같은 개념이라, 보통 첫 캔은 무료 서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음료가 서비스로 더 나갈수도 있고, 혹은 추가요금을 내고 나올수도 있는데,
정말 이건... 상황에 따라 매장에 따라 달라지니 서비스 여부에 대해 크게 단정하기엔 좀 어려울 듯.
다만 서비스가 아닌 돈을 받는다 하더라도 355ml 뚱뚱이 캔 하나에 1,000원밖에 하지 않으니 전혀 부담없으니
마음껏 주문해드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다 조리가 된 상태지만 아래 가스불을 살짝 켜 놓아서 따끈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격대가 비싼 건 아니니 매장 방문할 땐 인원수에 맞춰 주문하는 게 아무래도 낫겠지요.
그냥 팁이라면 예를 들어 4명 방문시 처음에 3인분 주문했다가 나중에 1인분 추가하는 게 양이 좀 더 많긴 하지만...

처음에 열심히 호객하셨던 가게 사장님이신 아저씨께서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다른 가게는 이런 곱창서비스 없이 그냥 순대만 나가는데, 우리는 이렇게 곱창도 서비스로 준다면서
곱창 맛있게 먹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곱창 못 먹는 사람도 우리 가게 곱창은 다 잘 먹는다,
우리 가게 서비스가 그냥 최고다, 심지어 오늘 내가 잔뜩 퍼줄테니 먹다 죽어봐라(!!!) 라는 말까지 하며
털털하게 서비스를 잘 해주십니다. 이건 실제로 와서 음식을 먹어봐야 아는데
되게 가깝게 달라붙어 입담을 늘어놓으며 이것저것 서비스를 털털한 듯 하면서 세심하게 챙겨주시는데
조금 내성적인 손님이라면 약간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들깨가루 듬뿍 들어간 백순대도 철판에 살짝 눌어붙은 상태라 꽤 좋습니다.
간이 안 되어있고 식용유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냥 먹으면 느끼하므로 반드시 양념장에 찍어먹는 걸 추천.

다만 좀 덜 익은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충분히 철판 위에서 익혀먹는 걸 추천. 잡내없이 쫄깃한 식감이 좋더군요.
확실히 주인 아저씨 말이 사실인 듯, 순대 먹는데 거부감이 없다면 별 거부감없이 곱창도 즐길 수 있습니다.

깻잎 두 장에 순대랑 곱창, 그리고 야채와 당면 등을 올려놓고 양념장을 찍어 쌈으로 먹는 것.

아직 한 번도 해 보진 않았지만, 깻잎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시 볶을 때 깻잎을 같이 넣고 볶아도 좋습니다.

낮 시간대라 손님이 없어 그런지, 거의 맞춤형 서비스 수준의 서비스를 해 주더군요.


먹다보면 금방 질릴수도 있는 맛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되게 먹고싶어지게 생각나는 음식이 백순대인지라...
이렇게 한 번 먹고 나면 당분간은 생각이 안 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또 생각나게 만드는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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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는 물론 곱창 서비스를 주면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아저씨께서 어떻게 밥을 볶을지 궁금해서...

그래서 그게 무슨 비법인지 궁금해서 영업 비밀이냐고 물어보니 '영업 비밀이랄 게 뭐 있냐?' 라면서
'밥 볶을 때 다진마늘 한 스푼 집어넣고 볶으라' 는 비법을 바로 알려주셨습니다. 집에서도 해 보라고 하시네요.
식당에서 고기 넣고 밥 볶거나 혹은 집에서 밥 볶아먹을 때 다진마늘 한 스푼을 넣으면 향과 맛이 되게 좋아진다고...


양념장에 잘 섞인 밥 덕에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되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일반 철판볶음밥에 확실히 다진마늘을 추가한 것 만으로도 맛이 훨씬 더 좋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다음에 순대타운에 올 때도 순대 볶아먹고 밥 먹을 배는 약간 남겨놓아도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말은 이렇게 서비스처럼 주는 것이지만, 나중에 계산할 때 가격에 다 포함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나갈 때 계산하려 보니 음료는 계산서에 포함시키지 않아 진짜 서비스로 주셨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앞서 말했듯이,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걸 참고해주세요.
보통 첫 음료는 거의 대부분의 매장이 요금 없이 서비스로 내어주는게... 일반적인 순대타운의 암묵적 룰이긴 합니다.

다음에 순대타운을 또 언제 방문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또 찾을 일이 있으면 이 쪽으로 오게될 것 같습니다.
계산하고 나갈 때 가게 간판 가리키면서 '402호 젊음의 양지야~ 사진찍어서 인터넷에 소문내줘~' 하셨던 아저씨.
이곳에서 꽤 오래 장사를 하셨다고 하는데, 뜨내기 손님들에게 대충 해주는 것이 아닌
다른 가게들과 다르게 되게 자부심을 갖고 한 번 온 손님 다시 올 수 있게끔 노력하시는 모습이 되게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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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타운의 철판순대는 오랜 역사가 있는 신림의 명물이긴 하지만, 사실 취향을 많이 타는 음식이기도 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되게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위생적으로 결코 좋지 않은 낡은 건물과
엄청난 호객행위, 북적북적거리는 더운 분위기에서 기름 듬뿍 들어간 음식이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아니 솔직히 이름이 나오면 학을 뗄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사실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여기 좋다!' 라고 선뜻 추천하지 못하고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할 때도
'순대타운 가도 괜찮냐?' 라고 꽤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편입니다. 대신 음식 취향이나 마음에 맞으면 되게 좋긴 하지만요.
이런 단점도 괜찮고, 주인 아저씨의 털털하지만 세심하게 잘 챙겨주는 - 자부심넘치는 입담과 함께
털털한 분위기에서 푸짐하게 철판순대를 먹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PS : 이후 한 번 더 방문했는데, 이때 서비스 잘 해주셔서 다시 찾아왔다고 하니
비록 얼굴은 기억 못하지만(...-_-;;;) 좋아하시긴 하더군요.
사진은 없지만 그 땐 곱창 볶아주시면서 '이게 아주 그냥 술도둑이야' 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냉장고에서 참이슬 한 병을 가져와서 우리 앞에 내어주시길래... 술이랑 같이 즐겼습니다.
(물론 술값은 당연히 받으셨습니다...ㅋㅋㅋ 뭐 이런 분위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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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19 // by RYUNAN
덧글
머리카락이 두 번이나 나왔는데 아저씨가 제대로 사과도 안 하고 순대 공장에서 딸려온거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면서....
어찌나 말이 많던지 친구랑 대화는 하나도 못 하고 아저씨 침 엄청 튀는거만 봤네요 ㅠㅠ 저도 이런데 갈 정도면 위생 수준에는 무던한 편인데 진짜 신경 쓰이더라고요.
아저씨가 자랑하던 곱창볶음은 질깃한 무맛에 밍밍한 양념맛이고....순대타운 가서 느끼해도 남긴적 없는데 머리카락 두 번째 나온거 보고 바로 젓가락 내려놓고 나왔습니다.
계산할 때 최소한 사과는 받을 줄 알았는데, 카드결제 한다니까 수수료 내라면서 무려 천원을 더 받더라고요 ㅋㅋㅋ
5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집입니다. 그 뒤로 다시는 순대타운 안 가요ㅋㅋㅋ 뭐 지금은 해외 있어서 갈 수도 없지만요....
일단 다행히도 저는 계산할 때 카드결제시 수수료 더 내라는 건 없었습니다만 예전에는 그런 게 있었나보군요.
지금도 기억할 정도라면 엄청 안 좋은 기억이었을 텐데 오래 전 일이지만 고생하셨습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6월 22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