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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14. 유진식당 (종로3가) / 종로골목의 분위기를 느끼며... 저렴한 낮술 한 잔과 평양냉면 by Ryunan

'평양냉면'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가게로 한때 꽤 유명했던 종로의 '유진식당'
식당의 존재는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혼자 가기도 그렇고 영 찾아갈 기회가 없어 가보질 못했단 말이지요.
지난 타이 페스티벌을 갔던 날 (http://ryunan9903.egloos.com/4417090) 마침 같이 간 일행들이
이런 분위기의 식당을 좋아하는지라, 좋은 기회를 잡아 처음으로 유진식당이란 곳을 가 보게 되었습니다.

유진식당 근처는 시래기국밥 2,000원, 이발 3,000원... 이런 식으로 종로의 주머니 가벼운 어르신들을 상대하는
매우 저렴한 식당이나 이발소 등의 가게가 많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치킨을 세 마리 만원에 파는 곳도 있었어요.


가게 메뉴판. 설렁탕이나 돼지머리국밥은 4천원부터 시작하니... 정말 저렴한 가격.
식사류로는 국밥과 냉면(평양냉면)을 취급하고 그밖에 안주 몇 가지를 판매하고 있는데,
점심시간대인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테이블당 주류는 한 병씩밖에 안 판다고 합니다.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방문한 손님들도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 있는 어르신들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깍두기는 설렁탕집에 나올 법한 국물 자작한 깍두기와 비슷하더군요.


안주로 녹두전, 그리고 돼지고기 수육을 시켰는데, 음식이 나오기 전 양념장이 먼저 나왔습니다.
돼지고기 수육을 찍어먹기 위한 새우젓, 그리고 녹두전을 찍어먹는 양념간장 두 가지.
둘 다 청양고추를 썰어넣어 알싸하게 매운 맛이 납니다.


술은 낮 시간대에는 테이블당 한 병씩.
사실 날이 너무 더워서 낮술을 많이 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컨디션이 약간 난조였던 것도 있었고...


돼지고기 수육(7,000원).


냉면집 등에서 나오는 수육과 비교하면 가격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둘이서 방문했을 경우 반주 안 걸칠 때 냉면 하나씩 시킨 뒤 사이드메뉴로 시켜도 좋을 듯한 메뉴.
부위별로도 잘 나뉘어져 있어 접시 윗쪽은 살코기 위주, 그리고 아랫쪽은 비계 위주의 부위가 따로 나옵니다.
 

누린내 없이 잘 삶은 고기를 새우젓과 같이. 비계 부위도 느끼하지 않고 쫀득하게 잘 삶았습니다.
아주 좋은 고기는 아니더라도 돼지누린내 나지 않게 잘 삶아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녹두지짐(7,000원). 수육과 같은 크기의 접시에 두껍게 지진 녹두전 한 장.
오른쪽 부분이 약간 탔다 싶을 정도로 좀 많이 익었는데, 먹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살짝 탔다 싶을 정도로 노릇하게 익어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녹두전을 즐길 수 있으니까...


녹두빈대떡으로 유명한 곳 하면 광장시장의 순희네 빈대떡이 바로 생각나는데,
그 곳에 비하면 좀 아쉬운 맛이긴 합니다. 술안주로 즐기기엔 손색없는 맛이지만 뭔가 좀 부족한 듯한 느낌이라
같은 가격이라면 돼지고기 수육을 하나 더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시는 분은 시켜도 괜찮아요.


테이블 위에는 식초와 겨자통이 놓여져있는데, 사람들이 냉면을 많이 찾다보니 기본 비치를 해놓은 듯 합니다.
유진식당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도 다른 음식들보다는 저렴한 가격의 평양냉면 때문이기도 하고요.


가볍게 녹두전과 돼지고기 수육으로 세 명이서 소주 한 병을 나눠마신 후
입가심으로는 평양식 물냉면. 유진식당에서 가장 궁금했던 물냉면을 이제서야 접해보게 되었군요.
처음에는 가격이 4,000원인가 5,000원이었다고 하는데, 조금씩 올라 지금은 냉면 한 그릇에 7,000원.
다만 다른 평양냉면 전문점 가격이 최소 10,000원부터 시작하고 그 이상도 하는 걸 감안하면 여전히 좋은 가격.
양은 한 끼 식사로 하기엔 조금 적은 편이라 식사 단품으로 냉면을 즐기려면 곱배기로 주문하는 걸 추천합니다.


고명으로는 무채와 채썬 오이, 그리고 편육 한 조각과 삶은계란 반 개가 올라갑니다.
냉면 국물은 살얼음이 낀 차가운 국물은 아니고 살짝 미지근하다... 라고 느낄 수 있는 국물.


육수의 육향이 꽤 진한 편입니다. 그래서 평양냉면 특유의 심심한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 진한 육향이 나는 냉면으로 시작하면 평양냉면 입문도 어느정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인상.
그렇기 때문에 약간 국물이 텁텁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특유의 향이 좋아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면 역시 특별히 흠 잡을 데는 없었습니다. 같이 간 분은 저렴한 가격에 팔다보니
면에 메밀 비중이 좀 약해 향이 적다... 라는 걸 아쉬워하던데, 저로서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고...
매장 바깥에서 커다란 스테인레스 대야에 메밀가루를 넣고 면 반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꽤 본격적이란 느낌.


같이 나온 수육 살코기는 특별히 흠 잡을 데 없이 좋았습니다.


고급 평양냉면 전문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만큼 가게 분위기도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평양냉면만큼은 다른 곳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유진식당만의 매력이 충분히 드러났습니다.


가게 한 쪽에 걸려있는 가슴에 훈장을 단 초상화 속 할아버지는 유진식당의 창업주라고 합니다.
현재 유진식당을 운영하시는 분은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2대 사장이라고...
이상 잠시 과거의 종로거리로 시간여행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던 첫 유진식당 방문 후기였습니다.
(PS : 나중에 찾아보니 여기도 수요미식회에 나왔다는데, 대체 수요미식회가 안 가는 곳은 어디여;;;)

. . . . . .


※ 유진식당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5번출구 하차, 원각사지 십층석탑 입구 맞은편

2017. 7. 14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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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전위대 2017/07/14 12:49 # 답글

    폭염에 냉면이 그리워지던 참인데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 Ryunan 2017/07/16 12:12 #

    넵, 혹 가 보시게 된다면 좋은 방문 되시길 기원합니다 :)
  • 사진의 2017/07/15 09:08 # 삭제 답글

    어르신이 창업주입니다. 지금 사장님이 2대 일거에요.
  • Ryunan 2017/07/16 12:12 #

    창업주였군요...!
  • 알렉세이 2017/07/18 08:39 # 답글

    보통 냉면 그러면 육수에 얼음 왕창 넣거나 얼린 곳이 많던데 저렇게 거냉(얼음없이) 해 주는 집도 좋아용.
  • Ryunan 2017/07/18 13:23 #

    네, 평양냉면집의 경우 이렇게 주는 곳이 꽤 많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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