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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17. 동경우동 (을지로3가) / 8~90년대 대한민국 일본음식점 분위기가 이런 것일까? by Ryunan

인쇄소가 많이 몰려있는 을지로3가에 나름 동네사람들에게 유명한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가게 이름은 '동경우동'. 간판명만 보고 바로 직감하셨겠지만 '우동'을 메인으로 판매하는 식당입니다.


'유명한 맛, 東京(동경) 우동집'
언제부터 걸려 있는 현판인지 모르겠지만, 현판의 서체만 봐도 꽤 오래 된 가게 이미지가 느껴지는데요,
동경우동은 1986년 오픈하여 현재 30년 넘게 을지로에서 현역으로 영업하고 있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역사를 가진 우동 전문점이라고 합니다.


가게 내부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닙니다. 보통 동네에 있을법한 김밥천국 매장보다 좀 더 좁은 느낌.
출입문 옆 창가 쪽은 일렬로 쭉 앉아 식사할 수 있는 1인 테이블이 있는데
이 테이블에 앉아 혼자 식사하러 온 분도 꽤 되더군요. 근처에 인쇄소가 많이 몰려있다보니
정장 입은 직장인들은 적은 편입니다. 그 사람들은 한 정거장 건너 을지로로 가야 많이 볼 수 있지요.


전 에어컨 바로 옆에 있는 제일 구석자리에 앉았습니다. 자리 바로 오른쪽에 신문 스크랩 액자가 보이는군요.
'을지로 동경우동' 이란 이름으로 신문에 소개된 것을 잘라 스크랩한 뒤 액자로 만들어놓았습니다.


글씨체에서 오래 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군요. 메뉴판은 옛날에 만들어놓고 가격만 변경해가는 듯.
판매하는 메뉴가 꽤 저렴합니다. 제일 가격이 저렴한 기본 우동이 3,500원이고
가장 가격이 비싼 우동카레콤비도 5,000원. 주류는 유일하게 '정종'을 팔고 있는데 한 잔에 3,000원.

지인 중 누군가 가게 이름이 '동경우동' 이니 판매하는 술도 '정종'일 거라고 하던데,
그럼 가게 이름이 '도쿄우동' 이었으면 판매하는 술은 '사케'가 되었으려나...;;
뭘 먹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배가 많이 고팠으므로 두 가지 다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우동카레콤비를 선택했습니다.


테이블 위에 비치된 휴지와 후추, 그리고 고춧가루.


물은 차가운 보리차인데, 출입문 옆에 냉온수기가 설치되어 직접 가져다마시면 됩니다.


반찬은 아주머니께서 직접 가져다 주십니다.
총 세 가지 반찬이 나오는데, 단무지 두 조각와 오이지 두 조각.
오이는 일단 생긴 건 오이지처럼 생겼는데, 오이지와 오이피클의 중간 정도? 되는 맛이더군요.


그리고 깍두기가 같이 나옵니다. 국물이 조금 자작한 깍두기는 양념이 진하지 않고 다소 심심한 맛.
순대국이나 설렁탕집에서 나오는 진한 양념이 아닌 돈까스집에 나올 법한 깍두기입니다.


'우동카레콤비(5,000원)'는 카레라이스, 그리고 오뎅우동이 세트로 같이 나오는 메뉴로
카레와 우동을 단품으로 시켰을 때에 비해 양이 적은 대신 두 가지 메뉴가 한꺼번에 나와
혼자 방문해도 부담없이 카레와 우동, 그리고 우동 위 어묵을 동시에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카레라이스가 먼저 나왔습니다만, 이 비주얼... 아무리 봐도 너무 모범적인 오뚜기 카레 비주얼인데(...)


'집에서 만들어 먹는 오뚜기카레' 와 너무 똑같아보이는 카레를 일단 비벼보았습니다.
밥에 비해 카레의 양이 많아 퍽퍽하진 않게 비벼지는 게 좋군요. (카레 많은 거 좋아함)
카레 건더기로는 돼지고기 약간과 감자, 호박, 당근이 들어가긴 했지만 건더기 양이 많지는 않습니다.


어... 뭐랄까... 정말 오뚜기 카레를 정석대로 끓이면 이런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
너무 자연스러운 집에서 만들어먹는 오뚜기 카레의 맛이라 뭐라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가정식 오뚜기 카레 그 자체입니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딱 봐도 상상되는 카레의 맛과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똑같아 오히려 더 당황스럽다고 해야 할까...;;


카레를 어느 정도 먹고 있으니 우동도 같이 나왔습니다. 어묵이 고명으로 조금 올라간 어묵우동.
양은 역시 1인분으로 나오는 우동 단품메뉴의 양보다 다소 적습니다만 카레랑 같이 먹기에 딱 좋은 분량.
국물 위를 가득 덮고있는 채썬 파와 튀김가루, 김 등의 고명 덕에 카레보다 더 먹음직스러워보이더군요.

우동카레콤비는 이렇게 카레 + 우동 + 어묵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꽤 경제적인(?) 메뉴입니다.


우동 역시 딱 우리 머릿속으로 생각하기 쉬운 그 우동의 맛입니다.
정통 일본식 우동...이라기보다는 그걸 처음 들여와서 변형한 90년대 감성의 한국식 우동.
면발이 아주 탱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지 않고 적당히 후후 불어가며 먹기에 좋은 익숙한 식감과 맛.


우동 면발에 이렇게 튀김가루를 끼워 먹으니 그냥 먹는 것보다 좀 더 좋습니다.
별 거 아니긴 한데 의외로 우동 위에 얹어진 고명들이 꽤 맛있었거든요.


어묵도 매우 모범적인 어묵 맛. 제가 먹은 거엔 치쿠와 어묵과 사각어묵 두 개가 들어갔더군요.


우동 자체는 그냥 평범하고 익숙한 맛이지만, 건더기와 함께 먹는 국물이 꽤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카레라이스랑 우동 다 합쳐 가장 맛있었던 건 건더기 마무리로 마신 우동국물이었어요.


뭐랄까... 굉장히 포만감이 들게 잘 먹긴 했습니다만, 지극히 집에서 먹는 오뚜기카레 감성의 카레라이스.
그리고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데서 흔히 맛볼법한 친숙한 맛의 우동(국물은 훨씬 맛있습니다)에서
여긴 엄청 맛있다! 라는 가게만의 특출난 개성이 있다기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가정에서 먹는 카레와 밖에서 간편하게 후딱 먹을 수 있는 우동, 두 가지를 적절히 잘 조합한 것 같았어요.

일부러 이 우동이나 카레를 맛보기 위해 먼 데서 찾아와 먹는 건 비추.
다만 근처에 일하는 사람들이 식사시간대에 와서 5,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우동이나 카레를 시켜
한 그릇 든든하게 후딱 먹고 가면 되는, 그런 분위기가 강했던 곳입니다.
묘하게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전의 8~90년대 한국의 일본음식 전문점을 보는 듯한 이미지도 느껴졌고요.
지금이야 현지와 동일한 맛을 내는 우동, 카레 등의 전문점이 많아지긴 했지만
80년대, 아니 제가 기억하는 90년대만 해도 일본식 카레나 우동은 꽤 생소한 메뉴였고
그나마 간접적으로 느껴보려면 이런 분위기의 가게에 와서 먹어보는 것 정도였으니까요.


메뉴판에는 따로 없지만, 모밀국수(판모밀)도 꽤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 가게를 다시 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ㅋㅋ
특출난 음식 맛보다는 8~90년대 한국식당의 '일본음식'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재미있었습니다.

. . . . . .


※ 동경우동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3호선 을지로입구역 8번출구 바로 앞(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가게)

2017. 8. 17 // by RYUNAN



덧글

  • 2017/08/17 23: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8/22 08: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waterwolf 2017/08/17 23:55 #

    뭔가 예전 향수가 물씬 느껴지는 그런 모습이네요. 안먹어도 맛이 상상가는..... ㅋㅋㅋ
  • Ryunan 2017/08/22 08:09 #

    약간 90년대 장터국수 같은 분위기의 가게...!
  • 카레박사 2017/08/18 01:25 # 삭제

    우동은 몰라도 카레는.. 제가 해먹는게 나을것같군요;;
  • Ryunan 2017/08/22 08:09 #

    집에서 해 먹어도 충분히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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