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탄수화물 한 가득! 서비스 세트로 배가 빵빵해진 교자의 오쇼(餃子の王将)
= 2017 나가사키,쿠마모토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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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도착해서 다시 한 번 샤워. 그리고 약 30분 정도 뒹굴거리다가 나온 곳은
호텔에서 큰길 맞은편에 있는 식당 '교자의 오쇼(餃子の王将)'.
원래 이 식당을 갈 계획은 조금도 없었는데, 왜 이 가게 앞에 서 있게 되었냐면... 그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인 토요코인 쿠마모토 에키마에의 홈페이지 지점 안내를 보면
저녁식사로 카레라이스를 서비스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래 저녁에 식사로 카레도 주니까
그냥 좀 전에 햄버거도 먹었겠다, 저녁은 따로 먹지 말고 호텔에서 주는 카레나 먹자...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부 토요코인 매장의 경우 이렇게 저녁식사를 따로 제공하는 매장이 극소수지만 존재하긴 하는데,
그런데 저녁 시간이 되어 로비로 내려왔는데도 식사를 제공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어서
뭔가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그 서비스 안내 문구는 한국어 홈페이지에만 있고 일본어 페이지에는 적혀 있지 않은 것.
예전엔 제공했을 지 모르지만, 지금은 제공하지 않는 저녁 서비스가 일본어 홈페이지에는 업데이트가 되었으나
한국어 홈페이지에는 업데이트되지 않아 이런 낭패(?)를 보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든 저녁은 먹어야겠는데, 쿠마모토 역 근처는 번화가가 아니라 식당이라 할 만한 곳이 여의치 않아
고쿠테이는 호텔에서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서, '그래, 거기서 저녁 먹으면 되겠다!' 라고 안심하며
해가 진 깜깜한 밤, 예전에 갔던 길을 더듬어 고쿠테이 매장으로 찾아갔지만... 하필이면 '정기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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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뭔가 되는 게 없네... 라고 생각하며 조금 허탈하게 터덜터덜 돌아오는 어두운 골목길... 그 끝자락에서 영업중인 식당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 식당이 바로 이 '교자의 오쇼(餃子の王将)' 였던 것이다.
교토에 본점이 있는 중화요리 전문점 '교자의 오쇼' 체인은 비교적 나쁘지 않은 가격에
교자(일본식 군만두)를 비롯한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는 괜찮은 대중식당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방문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 '그래... 뭐 굳이 맛집 찾는것도 아닌데, 한번 가도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가게 입구엔 각종 요리메뉴 사진 및 가격표가 적혀 있었다. 요리 메뉴도 500엔대 안팎이니 가격이 꽤 괜찮다. 그래, 여기서 먹고 가자. 굳이 유명한 식당 찾아갈 필요가 있나, 일본인들 가는 이런 식당 좋으니까...
가게 입구에 음식 모형 하나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이 지점 단독인지 아니면 전 매장 공통인지 '서비스 세트' 라는 메뉴가 있었다. 라멘과 차항(볶음밥), 교자, 샐러드가 한꺼번에 나오는 메뉴로 가격은 890엔.
샐러드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탄수화물, 탄수화물, 탄수화물로만 구성된... 세트... 매력적이다?!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테이블은 반 정도 차 있었는데, 저녁 식사를 하러 혼자 온 손님부터 요리메뉴 몇 개에 맥주 시켜서 가볍게 반주 걸치는 손님들까지 비교적 손님층이 다양한 편이었다.
주방 쪽에 일렬로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어 혼자 앉기엔 이 쪽이 좋을 것 같아 적당한 쪽에 자리를 잡았다.
평일 19시 전까지 아사히 슈퍼드라이 중 사이즈 맥주를 주문하면 350엔으로 가격 할인! 중화요리와 함께 맥주도 한 잔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꽤 괜찮은 할인 혜택이다.
테이블 위에 놓여져있는 젓가락, 그리고 각종 양념통. 이쑤시개 오른쪽에 개별 포장되어 있는 건 규동집에서도 나오는 붉게 물들인 초생강(베니쇼가)이다.
'오쇼' 로고가 프린팅되어 있는 유리컵에 물 한 잔. 물병은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어 자유롭게 마실 수 있다.
주류 포스터가 이곳저곳에 붙어있는 모습을 보니 요리 뿐 아닌 술도 나름 본격적으로 취급하는 것 같았다.
가게는 그리 넓지 않고 약간 어둑어둑, 그리고 다소 낡은 느낌도 있었지만 깔끔했다. 고급스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나 유명한 음식점이라기보다는 누구든 편안하게 방문하기 좋은 분위기.
슬슬 음식이 나올 때가 되어 간장을 준비했다. 종지 안에 간장 조금, 그리고 고추기름을 살짝 뿌리면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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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스스로 이해가 안 되는게... 왜 난 입구 모형에 혹해서 '서비스 세트'를 시켰던 걸까... 어쨌든... 라멘과 볶음밥, 교자 6개와 샐러드가 한 번에 붙어나오는 서비스 세트(890엔)가 나왔다.
그런데 이 서비스 세트... 1인이 먹을 수 있는 분량에 맞춰 조절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다.
교자야 그렇다치더라도 볶음밥이나 라멘 같은 건 개별 주문한 것과 마찬가지로 각각 1인분이 온전하게 나왔다.
채썬 양배추와 옥수수 통조림을 약간 올린 구색맞추기(?)용 샐러드 조금. 그나마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에서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어주는(?) 용도로 매우 유용했던 샐러드.
라멘은 기름기 많고 진한 국물 베이스의 돈코츠 라멘. 유명한 라멘 전문점들, 당장 옆 가게인 고쿠테이에 비교해봐도 고명이 매우 단촐한 양산형(?) 라멘 같은 느낌.
국물이 좀 짠 편이었지만, 일본라멘 특유의 느끼하고 짠 국물맛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듯.
차슈도 적당히 부들부들하니 라멘 국물과 잘 어울렸다. 그냥 좀 국물이 진하고 짠맛이 강했다...외에는 뭔가 이거다 할 만한 개성이라든가 특징을 꼽아내긴 어려웠지만, 그냥 평범한 일본라멘의 스탠다드 같다는 인상.
라멘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이라고 해서 전부 다 유명 식당의 라멘집에 줄 서서 먹거나 하진 않을 것이고
그냥 동네에서 가볍게 한그릇 먹고 가는 라멘...에서 연상되는 것이라면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라멘과 함께 나온 일본식 볶음밥인 차항. 계란과 고기, 파 세 가지 재료를 넣고 볶아 낸 기본 볶음밥.
한국 중화요리 전문점의 볶음밥은 양꼬치 전문점 등의 일부 요릿집의 식사메뉴로 나오는 것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 짜장소스를 같이 곁들여나오는 곳이 많은데, 이 곳의 볶음밥은 이렇게 딱 밥만 담겨 나온다.
처음엔 짜장소스 없이 먹는 볶음밥이 좀 어색하긴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소스 없이 먹는 게 좋을 때도 있다.
내용물에 특별한 것이 들어있는 것도 아닌 단촐한 구성이지만, 밥알이 고슬고슬하게 잘 볶아져 있었다.
기름기 때문에 먹다가 조금 느끼하다 싶을 때 테이블에 비치된 초생강을 살짝 올려 같이 먹으면 된다. 라멘은 국물이 좀 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볶음밥은 간이 그리 센 편이 아니라 부담없이 먹기에 좋았다.
마지막으로 '교자의 오쇼' 라는 가게 이름답게 점포를 대표하는 메뉴이기도 한 일본식 군만두인 교자. 서비스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 교자도 단품(6개 237엔)을 주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6개가 온전히 담겨 나왔다. 크기는 우리나라 라멘집 사이드메뉴로 나오는 교자와 비슷비슷한 정도.
고추기름을 뿌린 간장에 살짝 찍어먹으면 밥과 함께 먹는 사이드 메뉴로도 충분하고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하는 맥주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돼지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구운 교자가 맛 없을 리 없다.
굳이 식사나 다른 요리를 주문하지 않더라도 교자 하나만 시켜서 생맥주와 함께 가볍게 먹기에 좋을 것 같다.
처음엔 양 정말 많다고 생각했는데, 음식 남기는 거 싫어하는 성격을 못 이겨 전부 먹어치워 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번 여행 최고의 포만감을 이 식당에서 느낄 수 있었다...;;
호텔 조식 먹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부른 것 같아... 진짜 이걸 어떻게 다 먹어치운 거지...
다음에 일본여행을 갈 기회가 생기면 그 땐 오쇼에 와서 식사류 말고 요리 메뉴도 한 번 시켜봐야겠다. 식사하면서 음식 사진을 찍어 메신저로 지인에게 보내주었더니 별 한심한 놈 다 보겠다는 듯이
왜 요리메뉴 안 시키고 탄수화물만 무식하게 먹었냐며 폭풍 갈굼(?)을 들었기 때문...ㅡ.ㅡ;;
그런 의미로 이 여행기를 읽으신 분 중,
교자의 오쇼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에 남는 요리 메뉴가 있다면 추천 조심스레 부탁드립니다...^^;;
매장 출입문 왼쪽엔 주방과 바로 연결된 창문이 있는데, 이 곳에서 테이크아웃 서비스도 제공하는 듯. 매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밖에서 주문한 뒤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근처에 주택가가 있어 퇴근한 뒤 가볍게 먹으려고 이 곳에 들러 음식을 포장해 가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이렇게 계획에 없었던 갑작스런 '교자의 오쇼' 첫 방문은 성공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꼭 타베로그에 평점이 높고, 관광 가이드북이나 외국인들에게 알려진 줄 서는 유명한 식당을 가지 않더라도
지역 사람들이 자주,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는 평범한 동네식당이나 체인점 등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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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 지난 여행 때 먹거리 쇼핑을 잔뜩 했던 슈퍼마켓인 '슈퍼 키드'가 보인다. 한국에 사 갖고 돌아갈 과자나 술 같은 먹거리는 내일 귀국하기 전, 여기서 구매하면 되겠지...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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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위치 : 교자의 오쇼(餃子の王将) 쿠마모토에키마에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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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
= 2일차 =
(31) 탄수화물 한 가득! 서비스 세트로 배가 빵빵해진 교자의 오쇼(餃子の王将)
2017. 8. 21 // by RYUNAN
덧글
유린기나 숙주볶음 같은 중국식 요리도 괜찮더라구요
오쇼에서는 대표메뉴 교자가 가장 가격이나 맛이나 마음에 들더군요. 식사보다 하루 일과 끝나고 호텔 들어가기 전에 교자를 구매해서 편의점 캔맥주랑 함께 즐기고 싶은 음식이었습니다.
동네식당 체인점이야말로 일종의 서민의 맛 같은 느낌이라 무난하니 괜찮아보입니다.
그나저나 저걸 다 드시다니 대단하십니다 ㅎㅎ;;
류난님은 예전 오사카에서 100엔 교자에 혹하셔서 오쇼에 가셨습니다ㅋ
처음은 아니시지요...ㅎ
오쇼에서 생맥에 교자시키면 저렴하게 아주좋지요.
890엔 치고는 양이 상당한데요...ㄷㄷ
실제 메뉴 구성이나 간판, 가게 분위기는 같은 가게라 봐도 될 정도였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