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고, 그 앞으로도 많이 지나다녀봤지만 실제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리 대단한 맛은 아니고 그냥 오래 된 역사와 추억의 맛으로 즐기는 곳이라는 평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있어 가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가 보게 되었습니다.

1992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고 써 있으니 햇수로는 25년 정도 된 거군요.
지하철 4호선 명동역 1번 출구로 나와 남산 방면으로 쭉 올라가다보면 차도 오른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부러 이 곳을 찾은 이유는 크게 없고, 그냥 몇몇 가게들 중 가장 괜찮을 것 같아서 감으로 선택.
그리고 여기 있는 가게들 중 호객이 가장 없었던 곳이라 선택한 이유도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주황색 간판의 남산돈까스는 우리결혼했어요, 런닝맨 출연을 가장 적극적으로 미는 중.


확실히 8~90년대 특별한 외식이었던 경양식 돈까스를 경험해보셨던 분이라면 많은 추억이 있으실 듯.

나름 인기 있는 가게라 주말에는 남산 놀러 온 사람들이 많이 들리기 때문에 줄을 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사진은 남산돈까스를 찾은 연예인들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남긴 사인. 가게 안에 사인이 꽤 많습니다.

야금야금 가격이 올라 지금은 이 정도인데, 그래서인지 가격에 대한 불만으로 찾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고...
대신 돈까스를 제외한 밥이라든가 샐러드 같은 사이드는 전부 리필 가능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

혹시라도 SNS 이벤트로 음료를 받고 싶으신 분은 가게 외관 사진과 음식 사진을 같이 찍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아예 반찬코너에 풋고추(오이고추)가 같이 비치되어 있어 쌈장과 함께 직접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성북동 돈까스와 함께 한국식 남산 왕돈까스의 시그니처이자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고추인데요,
고추와 돈까스가 무슨 연관이 있고 잘 어울리는 게 맞는지 좀 의문스럽긴 하지만 반찬으로 먹기 좋습니다.


사이드 메뉴로는 오이피클과 마카로니, 베이크드빈 통조림과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쌀밥 조금.

접시가 워낙 커서 사실 그렇게까지 적은 양은 아닌데, 사진으로 보니 양이 적어보이긴 하는군요...
물론 그렇다고 많은 양도 아니라, 여기서 식사할 때 가장 양 적은 걸로 시키자면 이 메뉴를 시키면 될 듯 합니다.

보통 모듬 정식 하면 함박 스테이크 위에 계란후라이 한 개가 얹어져야 할 것 같지만, 따로 나오진 않습니다.
종류별로 하나씩 먹어보고 가장 푸짐하게 즐기고 싶다면 모듬 정식을 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형적인 90년대 한국 경양식 스타일 돈까스의 표본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껍고 육즙이 살아있는 최근 추세의 돈까스와 다른 얇지만 바삭하고 달짝지근한 소스에 푹 적셔먹는 경양식 감성.

개인적으로는 베이크드빈을 굉장히 좋아해서 이게 마카로니와 사이드로 같이 나온다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아직 새파랗게 어린 나이인데 벌써부터 경양식 감성으로 추억을 말하는 게 좀 당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최근의 트렌드와는 좀 다르지만 90년대, 혹은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왕돈까스 스타일이라고 보면 되실 듯.

그럭저럭 밥과 같이 먹기에 잘 어울리는 맛. 돈까스와는 조금 다른 소스를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옛날 경양식 전문점의 '함박스테이크'는 함부로 시키기 어려운 좀 주문난이도가 높은 메뉴였는데 지금은 뭐...

저는 밥은 따로 리필하지 않고 양배추 샐러드만 한 번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돈까스 전문점에서 리필이 가능할 경우 밥보다는 주로 양배추를 추가해서 그걸로 배를 채우는 주의라...


'이시우 선생님 댁 여러분에게 - 신동우' 라는 메시지가 있는 그림의 제작 연도를 보니 1982년...
제 나이보다도 더 오래 된 그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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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꼭 한 번 먹어보러 가라!' 라고 권하기에 조금 애매한 음식입니다.
돈까스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음식 가격이 그 사이 많이 올라 나오는 것 대비 꽤 높은 편이에요.
동일한 가격대의 다른 음식과 굳이 비교하는 게 반드시 옳다고 할 순 없지만, 1만원 안팎의 가격대에 선택 가능한
다른 식당의 음식들, 혹은 다른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가격대의 돈까스를 생각해보면
선뜻 이 곳을 가서 돈까스를 먹자! 라고 선택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음식.
저 역시 이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남산돈까스' 라는 것이 어떤 음식인지 궁금함이 늘 있었는데,
이번 방문은 그 호기심을 풀기 위해 찾아간 것이 컸고, 그 호기심을 풀 수 있었던 것 정도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이게 그 유명한 남산돈까스구나...' 라며 한 번 정도는 가 봐도 괜찮은 곳.
그럼 두 번 방문은...? 그건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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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남산에 나들이왔다 내려가는 길, 돈까스로 식사하고 여기서 차 한잔 하고 가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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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앞 흰 간판의 '원조 남산 왕돈까스', 중간 녹색 건물의 '미나미야마 돈까스', 그리고 주황색 간판 '원조남산돈까스'
이 곳을 방문하실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어디를 가든 느낌이 가는 가게로 골라잡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각 가게마다 호객행위가 좀 있는 편이니 이 점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처음에 '미나미야마 돈까스'가 대체 뭐지 몇 초간 고민했는데, '미나미야마 = 南山(남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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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12 // by RYUNAN
덧글
장소가 장소인 만큼 그러려니하는게 나을지도요.
물론 눈이 심하게 올 땐 저기까지 올라가기가 힘들겠지만...
굳이 찾아가서 먹어본다는건.. 글쎄요 제 입장에서는 다소 애매하게 보입니다..
저도 그냥 남산돈까스가 어떤 것인지 궁금했던 게 커서 그 호기심을 충족했다는 정도에 만족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