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춘(共和春)은 1908년 '산동회관' 이라는 이름으로 현 인천 차이나타운의 '짜장면박물관' 건물에 세워졌으며
1983년, 경영난으로 폐업하여, 지금은 '짜장면박물관' 건물로만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중화요리 전문점입니다.
현재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공화춘'은 2004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상호명만 같은 이 가게와 전혀 관련없는 곳이지요.
그런데 사실 차이나타운에는 공화춘의 후계를 잇는 중화요리 전문점이 조금 구석진 곳에 숨어있습니다.
공화춘의 첫 설립자인 화교 우희광의 외손녀가 영업하는 '신승반점(新勝飯店)'으로, 어떤 의미로는 과거에 폐업한
한국 최초의 중화요리 전문점의 명맥을 이어가는 곳이기도 한데요,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방송에도 등장하여 유명세를 타 본점은 줄서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든 차이나타운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매번 차이나타운에 올 때마다 꼭 한 번 신승반점을 가 봐야겠다... 라는 생각들 늘상 하곤 했지만
다른 가게를 가느라, 혹은 줄이 너무 길어서 그 기회를 잡지 못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신승반점을 찾게 되었습니다.

점심식사 시간대는 이미 훌쩍 지나있었고 저녁식사 시간이라기엔 약간 애매한 오후 5시 57분.
대기 손님이 5팀이라 이 정도면 기다려도 괜찮겠다 싶어 가게 안의 번호표를 바로 뽑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왼편에 카운터가 있는데, 이 곳에서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을 수 있습니다.
무작정 밖에서 기다리는 게 아닌 번호표를 반드시 뽑은 후 기다려야 하는 점을 참고 바랍니다.

4인 이하 손님과 5인 이상 손님 번호표가 서로 구분되어 있어 인원수를 미리 체크한 뒤 따로 뽑아야 합니다.

원래도 사람이 많았지만, 방송 이후 방문객이 더 폭증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본점 외 판교 현대백화점, 구로에 지점을 내서 이 곳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

출입문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은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들.



향긋한 향이 입 안에 감돌아 찬물 마시는 것보다 더 좋은 느낌. 겨울엔 아마 따끈하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 중.


사진에 보이는 양은 보통 메뉴로 곱배기를 선택 시 1,000원이 추가된다고 합니다.
보통 중화요릿집에 비해 면의 양이 그리 많지 않으니 양이 많은 분들은 곱배기를 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차이나타운에서 이것 말고도 먹을 음식들이 좀 있었던지라 배를 채우기 싫어 보통 사이즈로 선택했습니다.



옛날에 부산에 갔을 때 짜장면에 계란후라이 올라온다는 이야기 듣고 조금 문화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지요.
역으로 부산 사람들도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짜장면에 계란후라이가 안 들어간다는 것에 놀란 사람이 꽤 많다고...
계란 노른자는 완전 완숙은 아니지만 거의 완숙에 가까울 정도로 익혀졌는데 제가 딱 좋아하는 정도.


부산에서 먹어봤던 동화반점의 유니짜장이 생각나게 만드는 음식의 모습


혹은 곱배기를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요리 메뉴는 생각보다 가격이 꽤 높은 편이니 여럿이 갈 때 시키는 것을 추천.

특유의 단맛은 없고 고소하게 볶아낸 춘장의 맛과 다진 돼지고기의 풍부한 맛이 부담없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어요.
짝짝 달라붙는 조미료의 느낌은 별로 안 느껴지지만, 대신 춘장을 넣고 맛있게 볶아낸 짜장 소스의 고소한 맛이
먹고난 뒤 속이 더부룩하거나 혹은 물을 켜게되는 문제 없이 꽤 인상적인 맛으로 남았습니다. 면은 그냥 평범한 면.


그 자체로 훌륭한 짜장밥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스가 짜지 않아 막 퍼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더군요.
참고로 주문은 처음 한 번에 다 해야 한다고 하는데, 유니짜장을 주문할 땐
남은 짜장에 비벼먹을 공기밥을 짜장 주문할 때 동시에 주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부산 동화반점 이후로 맛있는 유니짜장을 다시 맛볼 수 있어 만족.
그리고 국내 최초의 중화요릿집 '공화춘'의 명맥을 잇는 신승반점에 대한 호기심도 풀 수 있어 더욱 만족.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 한 번 들어가려면 긴 줄을 서야하지만, 또 맛보고 싶은 짜장이었습니다.

자, 다음엔 어디를 가 보는 게 좋을까요?
. . . . . .

2017. 9. 26 // by RYUNAN
덧글
아마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