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당일치기 강릉여행 =
(3) 한국적인 느낌의 갓 만든 추억의 빵, 바로방과 싸전
. . . . . .
교동반점에서 강릉 시내까지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걸어서도 이동이 충분히 가능하다.터미널에서 교동반점까지 걸어갈 땐 도로만 넓은 읍내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시내 중심가로 들어오니 간판들이 많아지면서 뭔가 본격적으로 북적북적한 번화가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이 번화가 안에 꽤 유명한 빵집이 두 군데 있다고 한다.
강릉에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 빵집으로 꽤 유명한 곳이 두 군데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로방'이라는 빵집.
첫 번째로 찾은 빵집인 바로방은 간판만 보고선 '이게 도대체 빵집이 맞긴 한가?' 좀 긴가민가한 기분.
일반적인 베이커리처럼 빵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다. 총 아홉 가지 종류의 빵만 판매하고 있다. 위 메뉴판에 써 있는 아홉 종류의 빵이 바로방의 대표메뉴로 이 중 야채빵이 꽤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단팥, 슈크림, 소보루 같은 종류를 제외한 나머지 빵은 구운 빵이 아닌 튀김빵이라는 것도 특징.
빵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부담이 적은데, 가장 비싼 야채빵도 1,500원밖에 안 하고 1,000원 미만도 있으니 좋지...
진열대에는 막 튀기고 구운 생도너츠와 고로케, 그리고 찹쌀도너츠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찹쌀도너츠와 같은 크기의 동글동글한 이 제품은 생도너츠로 개당 가격이 700원라 저렴한 편이다. 얼핏 보면 깨찰빵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다.
옛날 동네 빵집에서는 그리 어렵지않게 볼 수 있었던 추억의 도너츠 중 하나.
도너츠 진열대 바로 옆에선 직원 한 분이 열심히 도너츠를 튀겨내고 있었다.
어떤 분의 후기에선 도너츠를 튀기는 기름이 깨끗하지 못하다... 라는 지적을 한 것도 보았는데,
내가 방문한 시간대가 갓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아침 시간대라 그런지 도너츠 튀기는 기름은 깨끗했다.
빵 튀기는 곳 왼쪽에선 아주머니 한 분이 야채빵에 들어갈 채썬 야채를 그릇 안에 잔뜩 쌓아놓고 튀긴 빵 사이에 야채를 끼워넣는 작업을 하고 계셨다. 빵에 야채를 끼운 뒤 그 위에 케첩을 뿌리면 빵이 완성된다.
매스컴에도 많이 소개된 듯. 요즘은 방송소개 하면 생생정보통은 빠지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는 백종원의 3대천왕에도 소개되어 백종원 사인이 있는 3대천왕 간판도 매장 안에 붙어있었다. 그리고 3대천왕 간판 왼쪽엔 요리연구가 백종원과의 사진, 오른쪽엔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진이 있는데,
백종원이야 그렇다쳐도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는 것은 조금 의외. 어떤 계기로 같이 찍은 걸까?
. . . . . .
바로방에서 빵을 사갖고 나와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강릉의 또다른 유명한 빵집 '싸전' 간판만 봐도 큰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이 빵집은 시내에서 약간 외진곳에 있지만 그리 멀리 떨어져있진 않다.
저 '싸전'이라는 글씨체... 그리고 햇빛에 바래 이곳저곳 색이 바래고 갈라진 간판은 과연 몇십 년 된 것일까...
가게 외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좀 낡았지만 어딘가 바로방과 비슷해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이야 던킨 등이 대중화되어 '도넛'이라 부른다지만 옛날엔 다들 도너스, 도나스, 도나쓰(!) 이렇게 불렀지.
오래 된 테이블 몇 개가 가게 안에 있는데, 옛날에는 안에서 먹고 갈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잡동사니들이 쌓여있어 안에서 먹고가는 건 좀 힘들 것 같지만... 조금은 어수선하고 또 낡은 분위기.
언제 처음 디자인했던 건지 알 수 없는 고풍스런? 아니 좀 촌티나지만 정겨운 비닐 봉투. 비닐 봉투 아래 집게가 담긴 통에 들어있는 건 백설탕.
바로방과 마찬가지로 싸전에서도 주방 한 쪽에서 계속 새로운 빵을 튀겨내고 있었다.
좀 볼품없는 모양새이긴 한데, 가운데 구멍이 뚫여있는 링 모양 덕에 이 빵이 도넛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취급하는 빵의 종류는 바로방과 마찬가지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아직 영업 시작을 한 지 얼마 안 된 아침 시간이라 빵이 다 나오지 않은 채 일부만 진열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오후 시간대에 오면 진열대가 빵들로 가득 차는 듯. 너무 일찍 왔나...?
소보로팥은 아닌 것 같고, 안에 단팥 들어간 찹쌀도너츠. 가격은 3개 천원. 대체적으로 싸전의 빵은 바로방에 비해 모양이 좀 울퉁불퉁하고 약간은 볼품없는 느낌이 들긴 한데
한편으로는 조금 정겨운 느낌이 드는 시골 빵집 같다는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강원도는 산지가 많고 날이 추워 감자가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감자를 이용한 토속음식이 많은 편이다.
. . . . . .
시내 풍경.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홈플러스가 나오는데, 그 곳이 강릉 시내 중심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그리고 미스터피자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강릉의 번화가가 펼쳐진다.
빵을 사들고 이동한 곳은 시내와 반대쪽에 떨어져 있는 '강릉대도호부(江陵大都護府)'라는 유적지. 강릉대도호부는 고려 말기(1389년)에 지어져 조선 말기(1895년)까지 약 500여 년 역사를 지닌 행정관청이라 한다.
대도호부 입구엔 꽤 큰 규모의 관아가 같이 있는데, 사적 제 388호로 지정된 문화재라고 한다.
강릉대도호부 바로 옆에 붙어있는 건물은 KT 서강릉지사 사옥. 문화재 바로 옆에 회사 건물이 붙어 있는데 뭔가 부자연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레 서로 공존하고 있다.
KT서강릉지사 바로 옆에는 꽤 큰 규모의 정자 하나가 있는데, 이 건물은 문화재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올라가 쉴 수 있다고 한다. 마침 근처에서 정자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 몇 분이 계셨는데
혹시 이 정자 위에서 사온 빵을 먹어도 되냐 물어보니 혼쾌히 괜찮다고 하셔서 좀 전에 사온 빵을 여기서 먹기로 했다.
정자 위에 올라가 좀 전에 사 온 빵 봉지를 꺼냈다. 왼쪽이 싸전, 오른쪽 노란 봉지가 바로방. 싸전 봉투 윗부분의 '고로께' 라는 글씨가 굉장히 신경쓰이는데, 진짜 저 디자인 언제 처음 나온 걸까...ㅋㅋ
바로방과 싸전, 둘 다 야채빵이 유명하다고 하여 야채빵을 각각 하나씩 사 보았다. 왼쪽 봉투에 들어있는 야채빵이 바로방의 야채빵, 그리고 투명 랩에 싸인 오른쪽 빵은 싸전의 야채빵.
싸전의 야채빵이 바로방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은데, 대신 바로방 야채빵은 1,500원, 싸전은 1,000원.
바로방 야채빵은 갓 튀긴 튀김빵 사이에 햄버거처럼 채썬 당근과 양배추를 케첩과 함께 버무린 샐러드, 그리고 오이 한 개와 분홍소시지를 넣은 전형적인 옛날 분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야채빵이었다.
어렸을 때 이 야채빵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지금 먹어도 여전히 추억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맛.
사실 야채빵은 요즘 나오는 화려한 빵들과 비교해보면 안에 들어가는 재료도 그렇고 좀 볼품없는 빵이긴 하다.
기름에 튀긴 빵 사이에 생양배추 숭덩숭덩 썰어넣고 오이도 피클이 아닌 생 오이가 통째로 들어갔으며
쇠고기 패티도 아닌 그냥 분홍소시지, 거기에 소스는 그냥 케첩만 덕지덕지 바른 게 전부라 진짜 햄버거 대용으로 먹기엔
많이 볼품없고 생각보다 맛도 그다지...긴 한데, 그래도 가끔 한 번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싸전의 야채빵은 오이나 소시지 없이 순수하게 양배추와 당근만 들어간 야채빵인데 바로방에 비해 내용물이 단촐한 대신 마요네즈와 함께 버무려졌고 후추맛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크기가 작고 순수 야채뿐이라(?) 좀 더 깔끔하게 즐길 수 있고 소스의 맛은 풍부하긴 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오이랑 옛날소시지 들어간 바로방 쪽의 야채빵이 조금 더 풍성한 맛이라 좋았던 것 같다.
싸전의 슈크림빵(800원)은 링도너츠를 반 갈라 그 사이에 슈크림을 끼워넣은 것. 개인적으로 싸전보다는 바로방의 빵이 훨씬 더 맛있었는데, 바로 구워져나온 빵을 받아온 바로방과 달리
싸전의 빵은 미리 구워놓아 식은 걸 먹어서 그런가... 익히 들어온 것처럼 맛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둘 다 옛날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빵집이긴 한데, 바로방이 옛 모습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요즘 트렌드에 맞춰
빵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면, 싸전은 옛 방식만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최근 트렌드와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
모든 빵을 다 먹어본 게 아닌 극히 일부만 먹어봐서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인상은 그렇다.
어쩌면 갓 튀겨져, 혹은 구워져 나온 빵을 먹으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좀 아쉬웠다.
바로방의 찹쌀 도너츠와 생도너츠. 가격은 둘 다 개당 700원, 크기도 서로 비슷비슷하다. 찹쌀 도너츠야 워낙 흔하긴 하지만, 생도너츠는 옛날엔 빵집에 많았어도 지금은 좀 찾기 힘들어진 빵.
표면이 잘 부스러지므로 조심조심 들어야 한다.
보들보들한 생도너츠 안에는 흰 앙금이 가득, 이런 빵은 역시 우유랑 같이 먹어야 제맛인데...
비록 모든 빵을 다 먹어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강릉 시내에서 두 군데 유명한 빵집의 빵을 만나볼 수 있었고,
바로 만들어 맛있었던 바로방, 분위기는 좋았지만 약간 아쉬움이 남았던 싸전이란 인상을 남겼다.
그러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다시 이동해 볼까...
= Continue =
. . . . . .
※ 바로방 찾아가는 길 : 옥천오거리 홈플러스에서 객사문사거리방향으로 직진, 미스터피자 직전 골목 위치
※ 싸전 찾아가는 길 : 강릉관광호텔에서 시내 중심가 방향으로 직진
. . . . . .
= 가을의 당일치기 강릉여행 일정 =
(3) 한국적인 느낌의 갓 만든 추억의 빵, 바로방과 싸전
2017. 11. 4 // by RYUNAN
덧글
가게에 쌓여있던 감자들 아마 다 고로케 만들어서 팔거에요
고로케 전문 프랜차이즈보다 싸면서도 괜찮아요
감자외에 다른거 별로 안들어간 순한맛이라서
아무래도 케찹이나 가루치즈같은걸 좀 뿌려먹게 되긴 한데요 ㅎㅎ
감자고로케만은 추천해드려요
제가 사는 동네도 그런가게가 두세군데 있는데 정말 맛 없고 위생도 서비스도 개판입니다
찹쌀팥도너츠도 맛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