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당일치기 강릉여행 =
(9) 소나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동해의 바다, 경포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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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 정자를 나와 경포해변을 향해 가는 길. 경포해변과 경포호수는 서로 맞닿아 있어 이 호수길에 난 산책로를 따라 쭉 가면 해변이 나오는데,
호수 뒷편에 보이는 건물이 경포해변이고 그 앞까지 평탄한 길이 나 있어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걸을 수 있다.
길가의 가로수도 그렇고 아직 푸른 나무가 많은 오죽헌과 달리 이 산책로는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산책로에 심어진 가로수는 완연한 붉은 색으로 물들어 산책로의 멋스러움을 한껏 더해주고 있다.
경포호수 근처엔 몇몇 전시시설들이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호기심에 찾아가볼 만한 곳들이 많은데, 이 건물은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 일명 '에디슨 박물관' 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 옆에는 '손성목 영화박물관'이라는 건물도 들어와 있었다. 경포대에 여행을 와서 여유가 있으면 이 곳들도 같이 묶어 관람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여름도 아닌 비수기라 그런지 박물관 근처에 사람들이 거의 없어 조금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홍장암은 경포팔경 가운데 하나인 ‘홍장야우(紅粧夜雨·홍장암의 밤비)’ 에 해당하는 바위라고 하는데,
이 홍잠암 근처에는 홍장고사(紅粧故事)가 전해지는 바위인 홍장암의 전설을 형상화한 조각품들이 세워져 있다.
홍장암은 고려시대 말 강원도 순찰사로 이 지역에 머물렀던 박신(朴信)이 기생 홍장과 함께
배를 타고 사랑을 나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조각으로 만들어 전시해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홍장암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한 비석이 세워져 있어 대략적으로 홍장암이 어떻게 생겨난 바위이며 이 바위에 얽힌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홍장암의 전설을 하나의 이야기로 담아 낸 조각품들이 쭉 진열되어 있다. 캐릭터들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여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걸 눈길이 가게끔 표현시켜놓은 것이 흥미롭다.
이렇게 산책로를 따라 일정 간격으로 동상이 세워져있는데, 동상 아래 비석에 문구가 새겨져 있어 순서대로 따라 걸어가면 보이는 비석으로 홍장암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전래동화 읽듯이 읽을 수 있다.
별 관심없이 지나칠 수 있는 조각상을 이렇게 표현해놓은 아이디어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그저 그런 별 것 아닌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호기심에라도 안 보고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놓았으니까...
이런 류의 옛날 동화 또는 설화가 다 그렇듯 결말은 해피앤딩, 홍장과 박신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으레 전래동화에 나올 법한 평범한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소개해놓은 아이디어가 좋다.
경포호수를 누빌 수 있는 자전거형 보트도 있는데 지금은 시즌이 아니라 운영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여름 시즌에 운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경포 해변가 쪽에 가까워지니 본격적으로 식당들과 숙박시설들이 급격하게 늘어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횟집과 건어물 가게, 그리고 모텔 등의 숙박시설이 한데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올 여름철 열심히 장사를 했으니 이제 다음 여름이 올 때까지 이들은 기나긴 비수기를 보내야 할 것이다.
다만 어쩌면 이번 겨울에는 동계올림픽 특수라는 것이 있어 겨울에도 성수기를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경포해변은 여기서부터 100m. 이제 곧 도착한다. 경포해변까지의 거리가 100m고 좀 전에 있었던 경포대까지 거리가 1.4km니 1.5km를 걸어왔네...
해변 근처에 큰 건물을 하나 짓고 있었다. 리조트 시설인 것 같아보인다.
'한국판 마리나베이샌드호텔' 이라는 이 건물은 경포해변 바로 앞에 세워진 건물로 완공하여 개장하면 경포대 해수욕장 근처에서 가장 잘 보이는 화려한 랜드마크격의 숙박 시설이 될 것 같지만,
뭐랄까 한편으로는 경포해변 근처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너무 육중한 건물이라 위화감도 좀 느껴지고 있다.
경포 해변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포 비치' 영문간판.
해변 근처에는 바닷바람을 맞은 해송 - 소나무가 여러 그루 심어져 있다. 이 곳 말고도 해변 근처에는 좀 이색적일 정도로 소나무가 많이 심어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송 군락지 바로 앞에 세워져 있는 경포 해변 관광안내소.
경포해변 중앙광장에 도착. 대리석 깔린 넓은 광장 뒤로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경포 해변의 명물 중 하나라고 하는 추억의 느린 우체통. 이 곳에 엽서를 써서 부치면 아주 느린 속도로(?) 자신이 쓴 엽서가 전달된다고 하는데
엽서를 쓴 사실을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엽서가 도착하면 '아, 그 때 경포해변에서 엽서를 썼지...' 라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이 당시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느린 우체통이 그런 감성을 생각한 것이기도 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며 경포해변 백사장에도 세워진 오륜기와 마스코트.
어디선가 듣기로 조금 급조된 캐릭터라고도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꽤 잘 만든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고유 동물인 백호와 반달곰을 표현한 캐릭터성은 다른 올림픽 마스코트와 비교해봐도 훨씬 낫다는 생각.
해수욕 시즌은 끝났지만 바다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다. 생각해보니 동해바다는 정말 오래간만에 보러 온 것 같다. 아마 중학교 1학년 때 가족끼리 온 이후 처음일 듯.
그 사이에 서해 바다는 몇 번 본 적 있었고, 부산 해운대도 여러 번 갔지만 동해만큼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한 2년쯤 전에 가족들과 함께 포항 호미곶을 간 적이 있었구나... 오래간만이란 말 기각;;
넓게 펼쳐진 백사장, 그리고 그 위의 파도치는 바다와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바닷가에 도착하니 잔잔하던 바람이 다소 거세졌고 파도도 꽤 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위협이 될 정도까지의 파도는 아니라 오히려 이렇게 세게 몰아치는 파도의 모습이 더 멋지게 느껴진다.
언젠가는 파도에 의해 쓸려가게 될 테지만, 깨끗한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재미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없어 한산하기만 한 이 해변이 여름이 되면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단 말이지... 지금의 한적한 분위기도 좋지만, 관광객들이 몰려 북적거리는 여름 경포대의 분위기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난 사람 없이 한산한 분위기의 지금 해변 분위기를 택하겠지만...^^;;
모래 위에 뿌리를 내린 비록 키가 크진 않지만 굳건하게 서 있는 해송 한 그루. 해변 옆에 이렇게 소나무가 많이 심어진 모습은 처음 보는데,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그룹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경포해변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솔향기공원 산책로를 따라 다시 천천히 걷는 중. 산책로 왼쪽은 바닷가와 백사장, 그리고 오른쪽은 소나무가 많은 소나무 숲.
여름은 아니지만 해변으로 산책을 나온 관광객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아마 내년 평창올림픽이 개최하고 강릉에도 관광객들이 늘면 지금보다 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올림픽 전, 한가한 시기에 찾아와 이런 여유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바다를 바라보며 백사장에 세워져 있는 빈 그네.
끝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뒤로 하며 산책로를 나와 경포 해변을 떠났다. 경포해변은 당일치기의 짧은 여행을 와서 보고 먹고 즐겼던 것 중 가장 기분이 좋았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해변 근처에도 숙박 시설이 많은데, 이 곳에서도 테라로사 커피를 판매한다고 한다. 아마 테라로사의 지점은 아니고 테라로사에서 쓰는 원두를 구입해서 판매하는 커피 전문점일 듯.
바닷가 근처엔 좀 전에 짓는 큰 호텔 말고도 작은 숙박시설들이 많은데 바닷가 쪽을 향해 발코니가 나 있어
여름철, 발코니 밖의 바닷가를 바라보며 이 곳에서 숙박하는 것도 꽤 낭만적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 건어물집 앞에 걸려있는 엄청나게 큰 대왕오징어에 다들 경악...;; 계속 풍경 이야기만 나와 다소 지루하셨을텐데 잘 참으셨습니다. 다시 먹으러 가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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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당일치기 강릉여행 일정 =
(9) 소나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동해의 바다, 경포해변
2017. 11. 8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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