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당일치기 강릉 기차+렌터카여행
(5) 과거의 추억에 새로운 추억을 덧씌우다, 동해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정동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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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거니와 새해 해돋이 시즌이 되면
서울에서 출발하는 특별 열차가 편성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리는 강원도 최고의 해돋이 명소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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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정동진역은 원래 이 정도로 유명한 역이 아닌 그냥 지역주민들을 위한 조그만 역이었는데
19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 그리고 그 이듬해에 벌어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일약 유명세를 타기 시작, 지금은 평소에도 많은 관광객, 그리고 해돋이 시즌에는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엄청난 사람들이 몰리는 강릉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었습니다. 관광지가 되면서 주변 풍경도 많이 바뀌게 되었고요.
정동진역 바로 옆엔 이렇게 대형 주차장이 있는데 감사히도 주말엔 무료 개방이 되어 편하게 차를 댈 수 있었습니다.

이 곳에 강릉역으로 가는 셔틀버스 승차장이 생긴 이유는 KTX 강릉역을 짓기 위한 공사 때문이었는데요,
KTX 경강선 공사 때문에 한동안 강릉역이 아닌 정동진역이 영동선 무궁화호의 종착역 역할을 했고
강릉역까지 가지 못하는 열차 때문에 그 곳을 가는 승객을 위해 이렇게 셔틀버스를 운행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동계올림픽도 끝나 조만간 영동선 무궁화호가 다시 강릉역까지 가게 될 거라고 하는데
강릉역까지 영동선이 재개통하게 되면 이 셔틀버스 타는 곳도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빨간 지붕의 정동진역 구역사. 현재 구역사 건물은 미술관 건물로 활용하고 있고
그 옆에 새로 지은 신역사 건물에서 여객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구역사 왼쪽엔 레일바이크 매표소가 있습니다.

약 20여 년 전, 한창 모래시계 드라마가 히트를 친 이후 중학생 때, 가족과 함께 해돋이 보러 온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건 여기서 500원짜리 입장권을 끊고 저 문 안으로 들어가 승강장으로 이동했던 기억인데요,
그 당시에도 해돋이를 보러 전국에서 찾아 온 인파가 어마어마하게 몰려 역사 내는 매우 북적거렸고
차 안에서 잠을 자다 일어난 저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일출을 봤던 기억이 생생하군요.

다른 코레일 기차역들 중 일부는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입장권을 무료로 발급해주는 곳도 있으나
정동진역은 열차를 타지 않고 승강장으로만 나가는 것도 입장권을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입장권 가격은 1,000원이라 부담스러운 편은 아니니 가볍게 구입. 열차 타는 사람은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요.

기차표를 파는 매표소에서 승강장으로 나가는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카드 결제도 당연히 가능.

서울에서 한 번에 오는 무궁화호 열차도 있긴 하지만 타 교통수단 대비 소요시간이 너무 길어 비효율적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강릉으로 가는 KTX가 청량리역에서 1시간 4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고
운임도 별 차이가 없어(KTX 청량리 - 강릉 26,000원) 무궁화호로 서울에서 정동진을 오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청량리에서 정동진까지 무궁화호로만 이동하면 무려 6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지요...;;


사실 오늘, 제가 당일치기로 강릉에 놀러왔던 이 날은 강릉에서 좀 큰 이벤트가 하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북한 모란봉악단 단장 현송월' 이 KTX를 타고 강릉으로 왔던 그 날이었기 때문이었지요.

몇 시간 전, 제가 내렸던 강릉역에 지금은 저렇게 수많은 경찰 병력, 기자단과 인파가 몰려있는 상황이라는데
좀 전까지 한가로운 분위기였던 강릉역이 몇 시간만에 저렇게 분위기가 변했다는 게 좀 실감이 나지 않더군요...^^;;
내심 우리도 몇 시간 늦게 왔으면 현송월이 탄 열차랑 같은 KTX로 오는 거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나가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건 하트 모양의 포토 존과 오늘 일출 예정 시각을 알리는 푯말.



옛날 역사를 허물지 않고 이렇게 문화 예술 공간으로 보존하고 있는 건 상당히 잘 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그 소나무 말고도 여러 그루의 소나무가 역사 곳곳에 심어져 있습니다.

한편으론 잠시 잊어버리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편지가 오게 되면 굉장히 반가울 것 같단 생각도 듭니다.

지금은 이렇게 난간이 설치되어 모래사장으로 내려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가족과 함께 저 모래사장으로 내려가 일출을 봤던 기억이 20년 전이지만 지금도 생생한데 말이죠.


뭔가 여기를 떠난다는 게 아쉬워 친구들과 함께 계속 어슬렁어슬렁. 기념사진도 찍고 맘껏 돌아다녔습니다.

바깥쪽에서 들어오는 출입구는 막혀있고, 승강장 쪽 출입구만 개방되어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아, 구 역사는 이렇게 공간을 활용하는구나' 정도만 보고 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역사 앞 광장에 세워진 커피 등을 판매하는 편의점부터 시작하여...

저 건물 3층의 '카페 정동진' 은 정동진 바다 전망을 바로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안에 한 번 들어가보니 이미 전망 쪽 창가에 자리잡고 앉은 사람들로 꽉 차 있더군요...;;

끝없이 펼쳐진 동해바다는 예전 모습 그대로지만 역사 앞 풍경은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변했습니다.
처음 가족들과 함께 찾아왔던 어린 학생이었던 옛날의 저, 그리고 차를 끌고 온 지금의 저도 많이 변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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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바다가 펼쳐진 풍경만 놓고 보면 안목해변(http://ryunan9903.egloos.com/4423231),
그리고 경포해변(http://ryunan9903.egloos.com/4419946)이 훨씬 규모도 크고 더 멋지다고 생각하지마는
예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찾아온 정동진, 가족들과 함께 추억의 사진을 남겼던 곳에서
이젠 맘 맞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 찾아와 다시 새로운 추억을 덧씌울 수 있었다는 것에
매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무궁화호 들어오는 모습을 본 뒤 다시 주차장에 대 놓은 차 타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
= Continue =
2018. 3. 26 // by RYUNAN
덧글
저희는 철도건널목 쪽에만 있었지만 뭐랄까 크게 제지는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다만 열차가 올 땐 위험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