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샤브는 여러 번 먹어봤지만 저는 중국식 샤브샤브라고 하는 훠궈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워낙 이야기를 많이 들어 한 번 정도 먹어보러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늘 했으나 기회가 영 오지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지지난 주 주말에 드디어 처음으로 훠궈를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첫 훠궈, 어디서 먹을까 장소를 물색하던 끝에 결정한 곳,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여기 괜찮을 것 같다고 추천한
명동의 '마카오도우라오(澳门豆捞)' 라는 훠궈 전문점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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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 훠궈 샤브샤브 전문점 마카오도우라오(澳门豆捞)' 위치는 본 포스팅 하단을 참고해주세요. 명동거리 내 명동성당 근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매장이 2층에 있어 1층의 외부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합니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이벤트 안내. 20만원 이상 이용고객에게 제주도 2인, 2박 3일 왕복항공권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가족 단위의 모임이나 회식 등의 단체손님을 상대로 하는 프로모션이 아닐까 싶군요.
매장 내부가 매우 넓고 테이블 사이 간격도 여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뷔페 레스토랑처럼 깔끔한 분위기. 훠궈 하면 대림동, 건대같이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지역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명동 한복판에 중국 냄새 물씬 풍기는(실제 매장에서 풍기는 냄새가 꽤 강한 편입니다) 훠궈 전문점이라니...
뜨거운 훠궈냄비 앞에서 먹는 음식이라 꽤 덥기 때문에 4월임에도 에어컨을 틀어놓았습니다.
벽이 장식되어 있는 중국 술과 각종 장식품들. 현지인들 많이 찾는 대중적인 가게라기보단 좀 고급스런 컨셉의 훠궈 레스토랑이라는 분위기가 물씬.
훠궈는 단품 메뉴, 그리고 세트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세트는 총 네 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중 갖아 왼쪽의 점심샤브 세트는 평일 점심(11:00~16:00)에만 주문 가능하고 주말엔 오른쪽 세 가지만.
저희는 양고기SET(1인 15,800원)을 주문했습니다.
양고기 또는 설화꽃살 중 선택이 가능한데 육류는 양고기로 선택.
세트가 아닌 단품으로도 훠궈 안에 들어가는 재료 또는 사이드 요리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세트 메뉴를 주문한 뒤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단품 메뉴에서 더 추가할 수 있긴 한데,
세트 주문을 안 하고 단품으로만 먹을 시 가격이 좀 비싸므로 가급적 세트 시킨 뒤 단품 추가하는 걸 추천.
매장 가운데에는 '소스 바' 라는 이름의 각종 소스를 비치해놓은 샐러드바 비슷한 것이 있는데요, 일단 샐러드바...라고 하기 좀 그런게, 대부분의 음식이 단품으로 가져다먹을 수 있는 요리라기보단 소스류 위주라
그냥 훠궈와 같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소스 비치 + 몇 가지 주워먹을(?) 음식들 비치 정도라고 보시면 될 듯.
소스를 제외한 가져다먹을 수 있는 음식은 짜사이, 단팥죽, 볶음밥, 황도, 방울토마토, 오렌지 정도였습니다.
소스 종류가 정말 다양한데, 각종 소스마다 한자 표기와 한글 표기를 동시에 써 놓아 뭔 소스인지 확인이 쉽습니다. 처음 소스를 만들어먹는 사람들은 어떤 조합이 좋은지, 어떤 소스가 입맛에 맞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소스 바에는 추천하는 소스 배합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어 모르는 분은 그 배합을 따라 직접 제조하시면 될 듯.
삭힌 두부 소스 같은 이름만 들어도 좀 불길한(...) 느낌이 드는 소스도 있긴 합니다만,
매장에 비치된 대부분의 소스는 그렇게 입맛에 안 맞을 정도로 특이한 맛이 나는 소스는 다행히 없었습니다.
막 고슬고슬함이 살아있는 고급 볶음밥은 아니지만, 그냥 훠궈와 같이 사이드로 먹기 적당한 정도.
소스 바에서 가져오면 되는 유일한 밑반찬인 짜사이. 너무 짜지 않아 나쁘지 않았던 맛.
소스 그릇에 볶음밥을 약간 담아왔습니다. 위에 얹은 고명은 다진 파와 땅콩가루, 매운소고기소스. 매운소고기소스는 비빔밥 먹을 때 같이 넣는 소고기고추장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물론 다진 쇠고기가 많이 들어가 고기 씹는 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건 좋지만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게 아닌
고추기름이 들어가 맵고 또 단맛 거의 없이 짠 맛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적당량만 넣으시는 걸 추천.
테이블마다 이렇게 탕 냄비를 놓을 수 있는 버너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펄펄 끓는 상태의 탕 냄비 도착. 왼쪽이 백탕, 그리고 오른쪽이 매운맛이 강한 홍탕입니다. 재미있는 건 불 조절을 직접 하지 않아도 적당히 끓는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불 세기가 조절된다는 점인데,
펄펄 끓어오르다가도 다시 잠잠해지고, 또 잠잠해졌다 싶으면 다시 끓어오르고 하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여기서부터는 세트메뉴에 제공되는 훠궈 재료들. 모든 재료들은 3인분 기준입니다. 일단 숙주나물.
청경채, 배추 등의 야채와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등은 큼직한 그릇에 한데 담겨 나왔습니다. 큰 덩어리째 제공되기 때문에 훠궈 국물에 넣을 땐 같이 나온 가위로 적당량을 잘라 넣어야 합니다.
고기과 야채를 먹고 난 뒤 남은 국물에 넣어먹는 용도인 칼국수와 만두, 그리고 떡.
팔팔 끓는 훠궈 위에 먼저 야채를 적당량 썰어 반반 나눠 집어넣고 끓이기 시작합니다. 훠궈를 제대로 먹는 방법...이라고 해도 사실 잘 모르지만, 그냥 샤브샤브처럼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야채를 먼저 넣고 익히는 동안 양고기가 나왔습니다. 얇게 썬 3인분(420g)의 양고기가 샤브샤브 고기처럼 동그랗게 말려 제공됩니다.
처음엔 한 점씩 꺼내 넣어먹다가 나중엔 귀찮아서 그냥 여러 점을 한꺼번에 집어 탕 안에 바로 투하.
샤브샤브 먹는 것과 똑같이 고기를 넣은 뒤 적당히 끓여 국물과 함께 떠서 즐겼습니다. 이렇게 먹는 게 맞는 방법인지 잘 모르겠지만, 국물의 맛이 다를 뿐, 샤브샤브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어요.
매장 추천 레시피인 '마장소스' 라는 걸 만들어 보았습니다.
땅콩소스 + 다진파 + 다진마늘 + 다진땅콩 + 로깐마고추 + 고추씨기름 + 부추소스 + 다진쇠고기였나... 정확한 소스 배합이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여기서 좀 더 현지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다진 고수도 듬뿍...!
...물론 예전에 비해 조금은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고수를 듬뿍 넣는 건 좀 힘들어 넣진 않았습니다.
재료가 잘 섞이게끔 젓가락으로 적당히 휘저어주면 소스가 완성되는데요, 보기는 별로 좋지 않지만(...) 땅콩소스 베이스의 고소한 맛에 특유의 고추기름 매운 맛이 더해져 상당히 새롭고 재미있는 맛이었습니다.
처음엔 '뭔 소스맛이 이렇지?' 라고 조금 적응이 안 되었는데, 몇 번 먹다보니 금방 적응되어서...ㅋㅋ
고기는 이렇게 건져 소스에 살짝 찍어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의외로 누린내도 별로 나지 않고 쇠고기 먹는 것 같이 좋았습니다.
백탕 국물에 담겨진 야채는 진짜 샤브샤브를 먹는 것과 거의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더군요. 다만 샤브샤브 국물에 비해 백탕의 국물은 맛이 더 옅은 편이라 좀 더 국물맛이 진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에 홍탕은...ㅋㅋ 맛이 옅은 백탕과는 완전한 정 반대의 포지션에 위치한 호쾌한 매운맛!
한국식 얼큰한 매운맛이 아닌 고추기름이 듬뿍 들어가 입 안이 얼얼해지는 중국 향신료의 매운맛이라 먹다보면 입 안이 얼얼해지는 맛입니다. 한국의 얼큰함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좋은데
먹다가 잠깐 사레가 들러 기침을 한 번 하게 되면 그 후폭풍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
이 국물 역시 처음엔 매워서 좀 힘들었는데, 금방 적응되니 매운 걸 알면서도 그걸 또 즐기게 되더군요. 홍탕 국물은 많이 매워 마시는 거 아니라고 하는데, 특유의 매운맛이 마음에 들어 국물도 좀 먹게 되었습니다.
볶음밥도 한 번 추가. 이번 볶음밥엔 땅콩과 함께 만능 중화요리 소스 중 하나인 굴소스를 약간.
야채와 고기를 다 건져먹은 국물에는 마지막으로 칼국수와 만두, 떡을 적당히 반반 섞어 넣어주고 끓입니다.
마지막을 국수로 마무리해주는 것도 샤브샤브와 비슷한 코스. 다만 야채나 고기 등을 건져먹는 건 좋았는데, 훠궈 국물 베이스에 더하는 국수의 조합은 개인적으론 음... 일반 샤브샤브 쪽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국물은 남았지만, 건더기 남김 없이 깔끔하게 먹어치운 흔적.
재미있는 게 훠궈를 먹을 때 두 개의 국자를 주는데, 하나는 구멍이 뚫려있는 국자(왼쪽)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구멍이 없는 일반 국자(오른쪽)로 서로 외형이 다릅니다.
구멍이 없는 일반 국자는 국물을 뜨는 용도, 그리고 구멍 있는 국자는 국물 빼고 건더기를 뜨는 용도라고 하는군요.
이거 은근히 아이디어 상품이다 싶은데 이미 다른 데서도 쓰고 있다는군요. 왜 한 번도 못 봤을까.
소스 바에 비치되어 있는 단팥죽인데, 일반 단팥죽에 비해 단맛이 덜하고 다소 묽은 편. 식사를 한 후에 디저트용으로 한 그릇 조금 가져와 맛보거나 훠궈가 매울 때 입을 달래는 용도로 좋습니다.
디저트용 과일은 오렌지, 방울토마토, 황도가 있는데, 어째선지 처음 샤브샤브 재료를 서빙해줄 때 오렌지와 방울토마토를 인당 하나씩 인원수에 맞춰 내어주더라고요. 소스 바에서 직접 갖다먹을 수 있는데...
황도와 방울토마토는 약간 더 가져와 먹었습니다. 방울토마토 오른쪽에 다진 파같이 약간 얹어져있는 건 다진 고수.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고수 맛은 보려고...
옛날엔 고수 냄새도 못 맡을 정도로 고수에 질겁을 했지만, 지금은 조금씩은 먹을 수 있게 발전,
언제가 되어야 저도 고수를 듬뿍 넣은 음식에도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적응할 수 있게 될까요?
다 먹은 뒤, 카운터 옆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어 가볍게 뜨거운 커피를 뽑아마실 수 있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중국 정통 국물요리인 '훠궈' - 그 첫 스타트를 끊은 곳은 명동의 마카오도우라오(澳门豆捞) 샤브샤브와 비슷하게 먹는 방식이라 친숙하면서도 생각보다 특유의 향이 그렇게 거부감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몇몇 소스나 홍탕의 맛은 거부감보다는 좋아하는 쪽에 더 가까워 맛있고 이색적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좀 더 본격적인 훠궈를 먹고 싶다면 대림동이나 건대 같은 중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곳으로 찾아가면 좋겠지만
그곳이 좀 부담스럽다고 느낄 때 마카오도우라오는 훠궈를 처음 맛보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좋았던 곳,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훠궈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이 꽤 낮은 레스토랑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두 번째로 먹게 될 훠궈는 고급 레스토랑처럼 깔끔한 분위기를 체험해봤으니
그와 반대되는 분위기의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가게에서 색다르게 한 번 더 체험해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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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카오도우라오 명동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5번출구 하차, 명동거리 내 서울로얄호텔 옆 위치
2018. 4. 24 // by RYUNAN
덧글
한심해서 죄송합니다..
ps. 위 댓글 참 쓸데없이 삐딱하네요. 저래가지고서야 일상생활은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중국처럼 그렇게 많이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들어있었던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