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호쿠리쿠(北陸)지방 여행기
(20) 근대 세트장을 보는 듯한 찻집거리, 카나자와의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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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로쿠엔을 나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이동한 다음 목적지는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라는 곳. '동차옥가' 라는 한자의 뜻을 그대로 해석하면 '동쪽의 찻집 거리' 라는 의미로 이 지역은
카나자와 시내 중심인 카나자와 역을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해 있다. 시내 중심가에선 약간 떨어져 있다.
히가시차야가이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 자전거가 없었더라면 나도 저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렸을텐데 지금 내겐 딴 세상 이야기.
카나자와에서는 공공자전거인 마치노리 말고도 외국인 내국인 구분없이 하루 500엔만 내면 하루종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카나자와 주유버스(후랏토버스)라는 시내 투어 버스를 별도로 운행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것이 부담스럽다 싶을 때 시내 관광을 하려면 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어쨌든 나는 이 곳에서 가장 가까운 마치노리 자전거 보관소에 자전거 거치 완료.
히가시차야가이에서 가장 가까운 자전거 보관소는 18번, '히가시야마(東山)' 라는 곳이다. 다른 자전거보관소와 달리 히가시차야가이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서언지 보관소 규모가 꽤 되는 편이다.
겐로쿠엔보다는 좀 덜하지만, 이 곳도 관광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꽤 많은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히가시차야가이 거리로 가는 길을 잘 몰라도 그냥 사람들 가는 방향을 따라 같이 이동하면 된다.
일단 처음에는 이런 평범한 주택가 골목 안으로 걸어간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니 시끄럽게 다니면 안 된다.
골목 안으로 조금 들어가면 2층 규모의 오래된 목조가옥이 늘어서 있는 골목으로 이어지는데, 아직 이 곳은 히가시차야가이 거리가 아닌 그냥 오랜 목조가옥이 남아있는 주택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비단 이런 전통 가옥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본 주택에선 집 앞에 화분을 많이 심어놓거나
혹은 꽃을 심어놓은 작은 화단이 조성되어 있는 모습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히가시차야가이는 왼쪽으로 꺾어 130m 직진.
이정표를 따라 쭉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보도블럭이 깔린 바닥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의 거리가 펼쳐지게 된다. 그만큼 늘어난 사람들은 덤.
히가시차야가이 거리 입구의 광장. 마치 만남의 장소처럼 느껴지는 이 곳.
이 곳은 옛 모습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수많은 찻집이 몰려 있는 거리로, 일본 중요 전통건축물 보존지구로
지정되어있는 구역이다. 비유가 맞을 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전주나 서울 북촌 한옥마을 같은 개념이라 봐도 될까.
약 200여 년 전에 지었던 건물들과 길거리의 모습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이어져오고 있는 거리에는
수많은 찻집이 늘어서 있어 일본 전통차와 화과자 등을 맛보면서 옛 거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보는 듯한 거리 분위기가 꽤 인상적인데, 정말 일본 어디를 가나 이런 전통가옥 보존지구는 꼭 있구나.
광장 앞에서 한 컷.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낯익은 분위기가 풍긴다. 실제 건물이라기보다는 마치 영화 혹은 드라마 세트장 앞에서 찍은 듯한 이 분위기... 그래, 이 분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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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갑자기 긴박한 BGM이 깔리면서 석조건물 꼭대기에서 이게 나올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건가 음... 각시탈 정말 재밌게 보긴 했었지...
이 곳에도 인력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전통 관광지를 가면 인력거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듯.
어린아이들을 태우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인력거꾼.
주택들이 나 있는 골목 사이로 인력거를 끌고 가는 뒷모습이 꽤 인상적이라 한 컷. 이 사진은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다.
광장의 보도블럭이 쭉 이어져있는 저 골목이 히가시차야가이의 찻집 골목.
2층 규모의 오랜 역사를 이어 온 전통 가옥들은 거의 대부분 찻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찻집만 있는 게 아니라 기념품 전문점이라든가 혹은 화과자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도 있다.
목조로 만들어진 히가시차야가이 거리 안내도 및 설명.
어느 전통가옥 앞에서 일본 전통 의상, 기모노를 입고 서 있는 사람들. 이것 역시 아까 전에 나온 인력거꾼의 뒷모습만큼이나 이번 여행에서 건진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
히가시차야가이의 거리엔 나처럼 관광 목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았지만 북적북적거리고 시끄럽다기보다는 거리의 건물들 때문일까, 뭔가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실제 돌아다니는 관광객들도 이 분위기에 압도당했을까, 시끄럽게 떠든다기보다는 혼자 혹은 둘이 같이 다니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리를 구경하는 듯한 느낌. 사람이 많으면서도 번잡하지 않은 느낌이 좋다.
일본 전통 가옥와 앤티크한 서양식 차와의 만남, '야마나' 서양 문물이 막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의 분위기, 동서양이 자연스레 결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찻집일까?
개인적으로 이런 감성을 굉장히 좋아하기 하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수만도 없는 게
이렇게 서양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생활 속에 녹아들기 시작한 시기가
우리나라로서는 민족의 불행한 역사 중 하나였던 일제 강점기였으니까...
거리에 있는 대다수 찻집들의 간판은 그 크기와 위치를 전부 통일시켜 절대 크지 않고 또 튀지 않는다. 하얀 갓을 쓰고 있는 등불 같은 작은 간판에 한자로 가게 이름이 써 있는 것이 전부.
이 가게는 2층까지 통째로 창문을 열어 개방해놓았다.
찻집와 함께 곳곳에 가정집도 같이 뒤섞여있는 모습. 하지만 가정집이든 찻집이든 거리에 있는 건물들의 공통점은 다 오랜 역사를 지닌 목조 건축물이라는 것.
기모노 대여를 해 주는 곳이 있는지, 아니면 정말 기모노를 입고 놀러온 건지 모르겠지만, 거리에서는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그리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딱히 부러워할만한 건 아닌 게 우리나라도 서울 경복궁 등 고궁 근처엔 한복 입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많으니까...
주(酒)라는 한자가 있는 걸 보니 여긴 찻집이 아닌 술집인 것 같다. 히가시차야가이에 위치한 대부분의 가게는 찻집이지만, 차 말고 술을 파는 요정도 있다고 한다.
전통 가옥, 그리고 그 앞에는 근대식 분위기가 풍기는 가로등이 하나 세워져 있어 지금이 2018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100여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때는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시기이긴 하지만... 뭐...^^;;
히가시차야가이 거리 끝자락에는 신사 하나가 세어져 있었지만 들어가보진 않았다. 그나저나 겐로쿠엔과 카나자와 성을 보고 여기까지 오니 좀 피곤해졌는데, 어디 쉬어갈 만한 데 없을까?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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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
= 2일차 =
(20) 근대 세트장을 보는 듯한 찻집거리, 카나자와의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
2018. 7. 4 // by RYUNAN
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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