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호쿠리쿠(北陸)지방 여행기
(21) 사케를 넣은 소프트 아이스크림,
히가시차야가이의 사케 브루어리 '후쿠미츠야(福光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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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길 처음 찾아왔을 때 사실 히가시차야가이라는 관광지에 대해 사실 잘 알고있는 것이 없었다. 그냥 '찻집이 몰려있는 거리로 유명하다' 라는 것 이상으로 찾아본 것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뭐가 유명한지도 모르고
어쨌든 차 마시면서 쉬었다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조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땐 본능적(?)인 감에 모든 걸 맡겨야 한다.
내 감각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발견한 가게, 사케 브루어리 '후쿠미츠야(福光室)'
가게 입구에 니혼슈(사케) 병이 세워져 있는 걸 보니 여긴 찻집이 아니라 술집이다. 하긴, 히가시차야가이엔 찻집 말고 요정들도 있다고 하니 술집이 있어도 전혀 이상할 건 없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그냥 병에 들어있는 술을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마시고 갈 수 있다는 것. 가게 입구에 세워진 메뉴판을 통해 이 곳에서 마실 수 있는 사케 리스트가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시선을 잡아끈 것이 하나 있었는데, 사케카스(酒かす-술지게미)우유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라는 것. 술지게미는 술을 빚고 난 뒤에 남은 건더기라는 뜻인데, 그걸 이용한 아이스크림이라니... 뭔가 신기하다.
차도 좋지만 이 아이스크림... 한 번 먹어보고 싶다... 라는 본능에 이끌려 홀리듯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입구에 들어선 뒤 왼편으로 가면 사케와 함께 각종 기념품들을 판매하는 진열 매대가 있다. 술은 물론 나무로 만든 술잔 등도 같이 판매중.
매장 오른편엔 바 테이블이 있고, 저 곳에 앉아 술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주문해 마실 수 있다. 손님이 그리 많지 않은 여유로운 분위기라 바로 직원의 안내를 받아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후쿠미츠야(福光室)'는 카자나와에서 굉장히 유명한 사케 제조 공장이라고 한다. 1625년에 창업, 그 역사가 거의 400여 년 가까이 된 매우 오래 된 공장으로 현재 대표는 초대 창업자의 13대손.
그리고 도쿄 긴자에도 매장이 있다는 것을 한국에 돌아온 뒤에야 알게 되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앞에 서 계신 직원이 물과 함께 메뉴판을 내어주셨다. 당연히 난 제일 인기 있는 술지게미 넣은 우유 아이스크림 하나.
사케카스(酒かす) 밀크 소프트 아이스크림(450엔). 바닥에 티슈 한 장을 접시 대용으로 받친 뒤, 그 위에 과자로 만든 컵에 밀크 아이스크림이 담겨나온다.
술지게미를 이용한 시럽을 밀크 아이스크림 위에 듬뿍 얹어낸 모습. 아이스크림에 꽂혀 있는 나무 숟가락을 써서 시럽과 아이스크림이 잘 조화되도록 섞은 뒤 떠먹을 수 있다.
우유 아이스크림 본연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은 기본, 사케 특유의 향과 뒷맛이 시원하게 느껴져서 너무 좋다.
여름과도 같이 더웠던 맑은 날, 아침부터 돌아다니느라 약간 힘든 몸과 마음을 어느정도 달래주는 느낌.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것도 좋지만 역시 달콤하고 시원한, 거기에 향긋한 사케향이 곁들여진 아이스크림이야말로
제대로 된 힐링. 사케 계열의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이 곳을 찾아와보는 것을 권한다.
언어가 어느정도 되고 정말 술을 좋아한다면 바에 앉아 술 한잔 시키고 직원들과 대화를 나눠도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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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알게 된 건데, 카나자와의 히가시차야가이에서 제일 유명한 아이스크림은 금박으로 아이스크림이 한 겹 코팅된 '금박 바닐라 아이스크림' 이라고 한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식용 가능한 금박을 한 겹 뒤집어씌운 것으로 가격이 1,000엔이라 꽤 비싸긴 하지만
그 화려한 외형 때문에 이 곳에 관광 온 사람들은 호기심에 꼭 한 번 사먹게 된다고...
그리고 '녹지 않는 이상한 아이스크림' 이라는 재미있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도 봤는데,
가게 입구에 붙여놓은 포스터 번역을 재미있게 해서 한 컷...ㅋㅋ 네! 녹지 않는다?!
사케 아이스크림을 맛본 뒤 이것들을 발견했지만, 좀 전의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서 아쉬운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있었던 히가시차야가이... 멋진 곳이야.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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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
= 2일차 =
(21) 사케를 넣은 소프트 아이스크림, 히가시차야가이의 사케 브루어리 '후쿠미츠야(福光室)
2018. 7. 5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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