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 당일치기 전주여행
(2) 처음 그 마음 그대로 맛있는 빵, 3대를 이어 전주를 지킨 PNB풍년제과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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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여행은 둘이 다녔는데, 전주로 내려오는 건 함께 내려오지 않았다. 친구와 나, 둘이 서로 사는 곳이 달라 서울에서 만나 버스를 같이 타지 않고 따로따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내가 약 한 시간 반 정도 먼저 전주에 도착했기 때문에 친구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남게 되었는데,
그래서 나중에 도착할 때 맞춰 다시 시외버스터미널로 직접 마중을 나가기로 약속했고
나는 혼자 아침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전주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 'PNB 풍년제과 본점'을 찾았다.
PNB풍년제과 경원동본점은 전주한옥마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곳 역시 지난 2012년 여행 때 찾았던 곳인데 무려 6년만에 같은 곳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건물은 그대로지만 그 때에 비해 간판과 로고도 바뀌고 2층에 카페가 생겨 빵집 규모가 더욱 크고 화려해졌다.
당시엔 그냥 좀 규모 있는 동네빵집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 명실공히 전주를 대표하는 빵집다운 외관을 갖추었다.
전주에는 두 개의 풍년제과 브랜드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내가 지금 들어갈 예정인 'PNB 풍년제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반 '풍년제과'
PNB풍년제과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냥 풍년제과 빵집도 있는데, 두 가게가 어떤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PNB풍년제과쪽에서는 'PNB' 라는 로고가 붙어있어야 오리지널 풍년제과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풍년제과의 대표메뉴인 '초코파이'가 지금은 '전주초코파이'로 이곳저곳에 많이 퍼져있는데 PNB가 오리지널이라 한다.
참고로 풍년제과는 서울 압구정, 목동, 코엑스 현대백화점에도 입점해 있기 때문에
초코파이 등 풍년제과의 대표메뉴를 서울에서 맛보고 싶다면 굳이 전주까지 내려와야 할 필요는 없다.
2층 카페에서 추억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나 밀크쉐이크, 팥빙수 등을 먹고 SNS 인증을 하면 선물을 준다고...
전주 쪽에 거주하는 분, 혹은 전주여행 중 풍년제과 본점을 찾았다면 한 번 참여해봐도 좋을 듯.
외부 관광객들을 위한 대표메뉴 선물세트도 판매하고 있다. 풍년제과의 간판메뉴인 초코파이, 그리고 붓세 세트는 선물용으로 사 가기에 꽤 좋다.
참고로 풍년제과 1대 사장 이름을 딴 '강정문 미니초코파이' 는 풍년제과 본점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상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가장 좋은 선물세트는 붓세와 초코파이가 반반 들어있는 18,500원짜리 세트.
풍년제과는 수제 양갱도 꽤 유명한데, 이렇게 시식해볼 수 있는 시식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풍년제과의 또다른 간판메뉴인 땅콩센베 선물세트. 외부인들에게 유명한 풍년제과의 대표메뉴는 초코파이와 붓세, 양갱, 그리고 땅콩센베와 생강센베라고 한다.
물론 이 대표메뉴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다른 빵들도 같이 진열되어 있었다. 다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지역빵집인 이성당이나 성심당보다 빵의 종류는 크게 다양하진 않은 편.
풍년제과 본점 내부 전경. 아직 이른 아침이라 비교적 여유 있는 동네 빵집 분위기.
몇년 전, KBS 예능 1박 2일에 이 가게 소개되고 나서 여기서 초코파이와 땅콩센베를 사 가려고
가게 바깥까지 줄이 엄청나게 늘어서 있고 막 1시간씩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마치 거짓말같았다.
지금 이런 분위기를 보면 절대 그런 빵집같지 않은데... 그냥 좀 인기있고 맛있는 동네 빵집같은 느낌 뿐이다.
그리고 이 땅콩센베는 일반 센베과자보다 몇 배는 더 고소하고 맛있다!
아마 시식용으로 나오는 땅콩센베는 제조 중 깨져 상품가치가 사라진 것 위주로 모아놓은 게 아닐까.
모양이 깨져 상품으로서의 가치만 없다 뿐이지 맛이 떨어지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니까...
땅콩센베와 깨센베, 파래센베, 그리고 사진엔 안 보이는 생강센베 네 종의 생과자가 진열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인기가 좋은 상품은 단연 고소한 땅콩센베, 그리고 달콤한 생강센베.
이 쪽은 가게에서 제일 유명한 초코파이 코너. '오리지널 수제 초코파이' 하나 뿐이었던 초코파이는 지금은 몇 종류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생겨났다.
화이트 초콜릿을 넣은 화이트 수제 초코파이, 그리고 딸기가 들어간 딸기 초코파이 등...
본점 한정으로 판매하는 '강정문 수제 초코파이' 는 오리지널 초코파이보다 크기가 약간 작다. 속에 들어간 재료에 따라 종류가 더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맛을 맛보고 싶을 땐 이 쪽을 더 추천.
크기 또한 오리지널 초코파이 대비 작기 때문에 오리지널의 단맛과 양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대안으로 훌륭하다.
또다른 간판메뉴인 '붓세' - 지난 6년 전 여행 때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개인적으로는 대외적으로 제일 유명한 초코파이보다 이 빵이 몇 배 더 맛있다고 생각.
대표메뉴 이외의 다른 빵들. 상대적으로 대표메뉴들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할 뿐 이런 빵들 역시 매우 맛있게 구워져 나와 아침을 먹지 않고 나온 내 식욕을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있었다.
1층에서 구매한 빵은 2층 카페로 갖고 올라가 먹을 수 있다. 계산할 때 2층에서 먹고 갈 거란 이야기를 하면 빵을 담은 쟁반을 그대로 내어주는데, 그걸 갖고 올라갈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한 쪽에 잔뜩 쌓여있는 선물용 빈 박스.
원래 2층엔 다른 가게가 있었는데, 풍년제과에서 카페를 오픈하면서 매장을 2층까지 확장시켰다. 바깥을 통하지 않고도 1층 매장 실내와 계단이 연결된 문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길목에서 과거 풍년제과의 전경을 담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1951년, 처음 전주에서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풍년제과.
1963년의 사진. 그런데 어째 배경 간판과 모든 게 1951년과 동일한 걸 보니 아마 1951년의 사진은 그냥 1963년도의 사진과 같은 걸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이 사진은 약 40여 년 전, 1980년의 풍년제과 전경.
마지막으로 30년 전, 1989년의 풍년제과까지...
1951년부터 약 70년에 가까운 세월, 3대를 이어 전주를 지켜 온 PNB. PNB풍년제과는 처음 그 마음 그대로 맛있는 빵을 구워내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풍년제과의 70년 세월은 중간에 몰락을 겪은 적도 있다고 하고
지금의 번듯한 모습과 달리 긴 세월 이래저래 굴곡진 역사가 많았겠지만, 지금은 엄연히 전주를 대표하는 브랜드.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반겨주는 간판. 오리지널 풍년제과 초코파이를 확인하려면 제품 라벨에 붙어있는 PNB 마크를 확인해달라고 한다.
좀 이른 시각에 와서 그런가 2층 카페는 내가 첫 손님이었다. 평소였다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이 카페를 나 혼자 전세낸 셈... 이 느낌, 굉장히 좋다.
출입문을 따라 창가 쪽에 쭉 붙어 있는 1인 테이블.
붉은 벽돌 외벽과 함께 오래 된 피아노, 액자 등의 인테리어가 꽤 아늑한 느낌이다. 최근의 트렌드가 반영된 깔끔하고 귀여운 카페가 아닌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좀 더 치중한 듯한 인테리어.
선반에 진열되어 있는 이런 소품들도 예쁘고...
화장실로 가는 벽에는 풍년제과의 대표메뉴들에 대한 소개가 적힌 간판이 붙어있었다. 수제 초코파이 두 종과 네 종류의 센베, 그리고 좀 전에 언급한 양갱, 여기에 붓세가 풍년제과의 대표 메뉴.
1층에서 구매한 빵 두 개,
그리고 카페에서 주문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아 창가 쪽에 앉았다.
차가운 음료는 뜨거운 음료에서 500원이 추가되는데, 대체적으로 음료 가격이 그렇게 비싸진 않은 편.
같은 가격에 1층에서 SNS 이벤트를 한다고 소개했던 풍년제과 오리지널 밀크쉐이크도 있었지만,
이 날은 아침 일찍 내려오느라 조금 피곤하기도 했고 아직 커피를 한 잔도 안 마셔서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국진이' 라는 이름의 빵으로 가격은 부담 없는 1,000원.
'국진이' 빵은 풍년제과 외에도 몇몇 동네 제과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오래 된 빵 중 하나로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는 본 적 없다) 울퉁불퉁한 모양 때문에 못난이빵이라고도 한다.
빵 위에 슈가파우더를 듬뿍 뿌려 마치 빵 위에 눈이 덮인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양만 좀 못생겼을 뿐 정말 맛있는 빵인데, 다른 빵에 비해 식감이 거칠지만 빵에 수분이 있어 의외로 촉촉하고 안에 들어간 밤, 건포도 씹히는 맛이 달콤한 빵과 정말 잘 어울린다.
겉모습은 못생겼지만 속이 알차게 찬 영양덩어리 같은 느낌. 우유랑 같이 먹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여기 와서 대표 빵들을 먹어보는 것도 좋지만, 이것도 한 번 먹어보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전주 본점 한정 강정문 미니초코파이 녹차맛, 가격은 1,500원.
오리지널 수제 초코파이(1,900원)과 모양은 동일하지만, 크기가 약간 더 작다. 초코파이가 단맛이 꽤 강해 오리지널 초코파이를 한 개 다 먹기 좀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편인데,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미니 사이즈의 초코파이.
한 번 구웠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녹색빛을 띠는 녹차빵 안에는 빵과 동일한 녹차색의 크림이 샌드되어 있다.
지금같은 여름철에는 초콜릿이 금방 녹으므로 바로 먹을 게 아니면 반드시 냉장보관해야 하고
나야 사진을 찍기 위해 이렇게 반으로 갈랐지만, 부스러지기 쉬우므로 그냥 통째로 덥석 베어먹는 것을 추천.
블로그를 오랫동안 봐 오신 분이라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난 녹차 들어간 제품을 꽤 좋아한다.
그래서 당연 녹차 초코파이를 집어들었는데, 녹차 특유의 향과 쌉싸름함이 초콜릿 단맛과 더해져... 이거 정말 좋다!
초코파이는 빵의 식감이 단단하기 때문에 그냥 먹으면 좀 퍽퍽한 편인데, 커피랑 함께하니 그 퍽퍽함이
많이 완화되기도 하고,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만족스런 포만감 또한 훌륭했다.
에어컨 빵빵하고... 창 밖을 보며 즐기는 이런 아침의 여유... 좋구나.
여기서 왼쪽으로 쭉 가면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이 나온다. 내가 좀 이따 찾아가게 될 곳.
PNB풍년제과의 초코파이는 사실 풍년제과가 처음 개발하여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냥 초코파이 레시피를 가져와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하여 지금의 인지도를 얻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지금 풍년제과의 빵에 그렇게 좋은 평을 내리지 않는 사람들 또한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전주초코파이' 이름을 달고 나온 초코파이도 몇 개 먹어보았는데,
역시 그래도 오래 된 곳이 제일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이 PNB 풍년제과 초코파이가 나로선 가장 만족스러웠다.
지금 풍년제과의 초코파이는 단순히 판매에만 열을 올린 게 아닌 그간 오랜 시간에 걸쳐 더 맛있는 빵을 위해
나름 연구를 해 오고 또 발전하면서 지금의 'PNB초코파이' 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꼭 오리지널이 아니면 어때,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더 맛있게 만들어냈으면 그것도 훌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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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외버스 터미널로 돌아가는 길.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뜨겁다(...)
이 날씨에 자전거를 탄다는 건 역시 미친 짓이었다는 걸 절실하게 깨닫고
결국 자전거는 풍년제과 왕복만 하고 바로 다시 반납했다.
※ PNB풍년제과 완산동본점 찾아가는 길 :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옥마을 가는 길, 충경로사거리에 위치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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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여름, 당일치기 전주여행 =
(2) 처음 그 마음 그대로 맛있는 빵, 3대를 이어 전주를 지킨 PNB풍년제과 본점
2018. 8. 3 // by RYUNAN
덧글
국진이빵도, 예전엔 근처에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만(남은 빵을 찢어 뭉쳐 만든단 얘길 들은 것 같습니다) 그 곳이 없어져서... 맛있었는데.
그래서 국진이빵이 다른 것에 비해 가격이 싼 거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