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여름, 당일치기 전주여행
(11-完)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성지순례! 백반집 토방의 청국장과 셀프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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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동은 근처에 전주 사는 지인이 없는 이상 외지인이 일부러 찾아갈 일 없을 것 같은 동네.
근처에 관광지가 없어 나조차도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가 아니었다면 이 곳을 찾을 일은 절대 없었을 것.

드라마에서 마츠시게 유타카가 가게를 찾아 돌아다녔던 근처 도로를 한 컷.

가게에 들어가기 전,
이 장면을 찾기 위해 한참 가게 근처를 헤맸는데 여기가 어디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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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출장편에서 이노가시라 고로가 배가 고파졌다 라는 대사를 꺼내는 장면의 배경이 이 곳이다.
위치는 식당 건물에서 왼쪽 골목을 끼고 안으로 쭉 들어가면 나오는 아파트단지 외벽.
단지 외벽에 붙어있는 철문, 그리고 단지 위 빨간 벽돌담이 이 곳이 그 대사가 나왔던 배경임을 알 수 있게 해 줬다.

보광동 종점숯불갈비는 지난 번에 방문했으니(http://ryunan9903.egloos.com/4424757)
이번이 고독한 미식가 한국편 두 번째 성지순례다.

일요일은 정기휴일이니 혹시라도 일부러 이 가게에 방문할 분은 참고하시기를...

조금 낡으면서 약간은 번잡한 가게 내부. 주방이 오픈되어 있다.
약간 이른 저녁시간이긴 하지만, 이미 가게 안은 식사하러 온 손님들로 한가득인데
다행히 막 줄을 서거나 하진 않았고, 대부분의 손님들이 밥 먹으러 온 동네 손님들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전주 시내에서도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종점숯불갈비처럼 외지인이 찾아오긴 힘들겠지.

우리도 당연히 이노가시라 고로의 선택을 따라갑니다.
1인 방문시에는 타 손님과 합석을 해야 한다고 하니 혹시라도 혼자 가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다른 가게였다면 큰 홍보가 되기 때문에 이 사진을 크게 뽑아놓았겠지만, 여긴 그렇게까진 하지 않은 모습.
가게 내부를 보니 굳이 고독한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동네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 오래 된 곳이란 분위기가 느껴진다.

막 전라도 한정식 같은 상다리 부러지는 화려한 구성까진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많은 반찬이 깔리는 걸 보고
'아, 역시 전주' 라는 생각이... 단돈 6,000원에 이 정도 반찬 구성이라니, 서울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




상추는 쌈싸먹는 것도 좋지만, 가위로 잘게 잘라 비빔밥에 넣어먹는 것이 제일 좋다.


꽤 맛있게 잘 무쳐낸 오이부추무침이라 다른 반찬 없이 이거 하나만으로도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묵볶음은 비빔밥에 넣는 용도는 아니지... 비빔밥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충분히 할 법한 실수.
굉장히 달달하면서도 또 끈적하게 간간할 것 같은 느낌인데, 양이 적게 나왔지만 부족하면 더 달라 하면 된다.

반찬으로 먹는 것도 좋지만, 드라마에서 나온 것을 따라 가위로 잘게 자른 뒤 밥에 넣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잡곡밥 옆에는 큰 냉면 대접이 함께 제공된다.

2인분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지 않나? 싶을 정도로 엄청 큰 대접에 담겨나오는데 청국장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다른 반찬들도 많이 나오는데 그거랑 같이 먹으면 이 청국장을 둘이서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

마지막으로 청국장 몇 국자와 고추장, 그리고 참기름을 넣으면 '이노가시라 고로표 셀프비빔밥 완성!'
전주에 와서 비빔밥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데, 비록 토방의 청국장 셀프비빔밥이 오리지널 전주비빔밥이 아닌
약간(?)의 변형판이긴 하지만, 어쨌든 드디어 전주에서 비빔밥이라는 걸 처음 먹어볼 수 있게 되었다.
고추장의 양은 취향껏 적당히 조절하자. 드라마에 나온 이노가시라 고로처럼 고추장 많이 넣으면... 정말 짜다.
드라마를 보면 너무 고추장을 많이 넣고 새빨갛게 비벼 '저거 짜서 어떻게 먹지?' 라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대접 끌어안고 숟가락으로 맛있게 퍼 먹으면 된다. 이렇게 푸짐하게 비빈 비빔밥이 맛 없을 리가 없다.

반찬들이 하나하나 다 맛깔나게 잘 만들어진 거라 그 비빔밥 재료용 반찬들을 넣고 절묘하게 비벼내니
비록 어느정도 예상이 가는 맛이라곤 해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이 있는 비빔밥이 완성된 것 같다.
앞에서 먹은 게 많아 배가 그리 고프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뱃속으로 음식이 들어갔고,
같이 한 친구는 나보다 위장이 작아 전혀 허기지지 않았다는데도 정신없이 먹는 걸 보니, 확실히 맛있는 게 맞는 듯.

된장찌개는 좋아하지만, 청국장은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식탁에 있어도 거의 손을 대지 않는 편인데,
이 가게 청국장은 구수한 맛은 살려놓고 청국장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여, 나처럼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도
큰 부담없이 국물을 먹을 수 있게끔 만들어놓았다. 냄새 없는 청국장 파는 집이 은근히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쨌든 토방의 청국장은 특유의 냄새가 없고 간이 매우 약해 나로서는 굉장히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아니 사실 내가 스스로의 의지로 청국장을 이렇게 먹은 건 거의 처음이라고 봐도 된다.
하지만 청국장은 역시 그 냄새가 좋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냄새 없는 이 청국장이 만족스럽지 않으실 지도...
하지만 청국장 냄새가 싫은 분들은 이 청국장은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간이 굉장히 약해, 드라마에서 이노가시라 고로가 청국장을 비빔밥에 마구 퍼넣은 것도
조금 이해가 됐다. 이 정도로 간이 약한 청국장이면 많이 넣어 비벼도 큰 문제는 없을 테니까...

마침 반찬이 다 떨어져 주방에서 새로 어묵을 볶고 있다길래 좀 기다린 뒤, 갓 볶아낸 어묵을 받았다.

드라마를 보면 고로가 이 어묵을 맛있게 먹는 걸 볼 수 있는데, 그 기분을 나도 느낄 수 있다.

청국장이 나온 뚝배기와 동일한 사이즈의 뚝배기에 누룽지가 가득 담겨나오는데,
일부러 누룽지만 따로 만들기 위해 끓이는 건 아닐테고 우리가 먹었던 밥을 이 뚝배기로 지은 것 같았다.

누룽지는 결국 반도 못 먹고 맛만 보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는데, 그도 그럴것이
냉면대접에 가득 찬 비빔밥을 싹싹 비웠으니까...

하지만 당일치기 전주여행의 클라이막스를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건 대 성공!!
같이 간 친구는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 천년누리 카페를 갔을 때부터
거의 리타이어 수준으로 지쳐 있었는데, 여기서 비빔밥 먹고 완전히 생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 친구도 전주 온 큰 목적이 이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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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그냥 바로 택시를 탔는데, 6,000원 거리밖에 안 나왔다.

정말 일시적으로 쏟아진 소나기, 요즘같은 땐 정말 귀한 비라지만 이땐 습도만 높이고 기온은 전혀 안 내려갔다.

시스템상으로 준비가 안 된 건지 전주 -> 서울행은 앱으로 예약이 안 되어 여기서 표 구매.


다만 초코파이는 앞서 말했듯 PNB풍년제과 제품이 더 품질이 좋고 가격이 싸서 그 쪽에서 사는 게 좋고
모주는 시내에서 사나 여기서 사나 가격차이가 없고 또 무거운 짐이므로 매점에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버스 타는 곳 대기실은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에어컨도 잘 나오고 비교적 깔끔한 상반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버스가 평균 2~30분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배차간격이 좋은 편. 막차는 저녁 9시 15분.

이렇게 '고독한 미식가 성지순례' 를 목표로 떠난 짧은 당일치기 전주여행도 기분 좋게 마무리.
처음에 무작정 전주를 다녀오자 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 성지순례가 최우선 목표였지만,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어도 이곳저곳 마음에 드는 새로운 가게들을 찾고 또 맛있는 것들도 맛볼 수 있었다.
6년 전 처음 갔던 전주에 비해 어떻게 동네 분위기가 바뀌었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짧은 전주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본격적인 여름휴가인 새로운 여행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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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여름, 당일치기 전주여행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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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여름, 당일치기 전주여행 =
(11-完)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성지순례! 백반집 토방의 청국장과 셀프비빔밥
2018. 8. 12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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