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류토피아 여름휴가, 대만 타이베이(台北市)
(27) 허름하지만 맛있고 저렴한 24시간 우잡면(牛雜麵), 건굉우육면(建宏牛肉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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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덥지만, 그래도 타이완까지 와서 식사는 놓칠 수 없길래 식당으로 이동. 다른 사람들은 한여름 타이완 여행을 할 때 너무 더워서 식욕도 없다고 그러는데, 난 해당사항이 없나보다(...)
이번에는 지하철 베이먼 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건굉우육면(建宏牛肉麵)이란 곳을 찾았다.
건굉우육면의 특징이라면 일단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언제 가든 우육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난 융캉우육면이 현지인들을 위한 식당이 아닌 외지 관광객들을 위한 다소 비싼 관광식당의 이미지였다면
이 곳은 정말 현지 타이완 사람들이 와서 가볍게 한 그릇 먹고 가는 현지인들을 위한 식당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관광객이 없는 건 아니다. 관광객들도 많이 가는 곳이고 한국인 방문 후기도 많다.
실내는 여럿이 온 단체 손님보다는 혼자 와서 간단히 식사하고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 분위기도 뭐랄까... 조금 허름하고 약간 휑한 느낌이라 더더욱 현지인들 오는 곳이란 느낌이 강하다.
같은 우육면을 메인으로 취급하는 식당인데도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 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
관광 식당과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건 메뉴판에서였는데, 가격이 융캉우육면의 절반 이하 수준. 영어라든가 타 언어 메뉴판이 없다는 게 단점이긴 한데,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가격이 싸다.
대표메뉴인 우육면 가격은 작은 사이즈가 90NTD(3,400원), 큰 사이즈도 110NTD(4,300원)정도.
왼쪽부터 우육면, 우육탕, 우잡면, 우잡탕, 우육탕면 순으로 읽으면 된다. 우육면은 쇠고기가 들어간 면.
그리고 우잡면이라는 것은 쇠고기 살코기가 아닌 부속 재료를 넣고 만든 면이라고 보면 되는데,
우육탕과 우잡탕은 면이 있고 없고의 차이. 탕으로 주문할 경우 면 없이 고기가 들어간 국물만 나온다고 한다.
주방 오른편에는 다른 식당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야채 반찬이 비치되어 있어 직접 가져와 먹을 수 있다. 종류는 융캉우육면에 비해 그리 다양하지 않은 편인데, 대신 가격은 더 저렴하다.
매장 한쪽 벽에 조금 무질서하게(?) 비치되어 있는 각종 양념통과 음료 디스펜서. 음료 디스펜서에 담겨 있는 차는 타이완의 대표적인 음료 중 하나인 동과차(冬瓜茶)라고 한다.
이 곳은 뜨거운 차 대신 찬 동과차가 비치되어 있어 우육면과 함께 이 차를 마시면 되는데, 음료수라 해도 될 정도로 단 맛이 꽤 강하기 때문에 단 걸 싫어하는 분들껜 호불호가 좀 갈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뜨거운 차를 마시는 게 아닌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마셨지만... 좀 더 차게 마시면 맛있을 듯.
테이블 위에도 네 종류의 우육면에 넣어 먹는 소스 통이 비치되어 있다. 젓가락이라든가 숟가락이 통 안에 꽂혀있어 해당 식기류를 이용해 기호에 따라 음식에 넣어먹으면 된다.
융캉우육면에서도 봤던 시래기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나물 다진 것. 이건 향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고 한국의 시래기나물과도 비슷해서 우육면에 넣어 먹으면 잘 어울린다.
숟가락이 담겨 있는 이 통에는 매운 양념장과 함께 고추기름이 한가득 담겨있다. 좀 더 매운 국물맛을 내고 싶을 때 넣으면 좋으나 한국식 얼큰한 매운맛이 아닌 고추기름의 매운맛이므로 주의.
약간 된장 비슷하게 생긴 양념이었는데,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는다. 조금 생소하기도 하고 또 익숙하지 않은 향이 느껴져 따로 넣진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처음엔 가자미식해 같은 느낌이었는데, 살짝 그릇에 담아 맛을 보니 매운맛은 없고
뭔가 미묘하게 느끼한 맛이 느껴져서 이건 국물에 넣으면 안 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바로 들어 맛만 보는걸로 만족.
아래의 두 가지 소스는 어떤 소스인지 명칭을 잘 모르겠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신다면 알려주시면 감사.
테이블 위에 젓가락이 비치되어 있어 바로 꺼내 사용하면 된다. 숟가락은 음식 그릇에 음식과 함께 같이 나온다.
내가 주문한 우잡면(牛雜麵) 도착. 중 사이즈를 시켜서 가격은 100NTD(3,800원). 우육면을 시킬까 했다가 한번 쇠고기 순살이 아닌 부속 부위 위주로 먹어보고 싶어 우잡면을 선택했다.
나 뿐만 아니라 C君 역시 우잡면을 선택. 국수 위에 투박하게 썬 파가 듬뿍 올라간 것이 특징.
지금 생각해보면 좀 무모하게 아무 생각없이 우잡면을 시켰던 것 같다. 그 이유는 거의 10여 년 전 이야기지만, 2009년 처음 홍콩을 갔을 때 비슷한 음식을 주문했다가
너무 비리고 이상한 식감 때문에 절반도 먹는 걸 포기하고 음식을 버렸던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왜 과거을 생각 못하고 우잡면을 시켰을까... 라는 걱정을 잠시 했지만, 다행히 음식이 나온 이후 사그라들었다.
쇠고기의 다양한 부속이 올라가긴 했지만, 전혀 비리거나 이상한 향은 나지 않았고
면 위에 듬뿍 얹어진 다양한 부속 부위, 그리고 파가 듬뿍 올라간 외형은 오히려 더위에서도 식욕을 돌게 만들었다.
면 위에 취향껏 고추기름과 양념장, 그리고 시래기 나물 비슷한 야채를 듬뿍 얹은 뒤 적당히 섞이도록 잘 저어 먹으면 된다. 얹어내는 고명은 취향에 따라 조절하면 되고 넣지 않아도 된다.
이 가게의 특이한 점은 면이 굉장히 굵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웬만한 손칼국수집보다도 면이 더 굵다. 면을 직접 수타로 뽑았는지 납작하면서도 굵기가 매우 울퉁불퉁한데, 이런 두꺼운 면 때문에
한국에서 먹던 칼국수의 느낌이 강해 면의 식감과 맛은 처음 먹는 음식임에도 불구 낯익은 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국물이 맛있다. 융캉우육면에 비해 기름지고 진한 맛은 좀 덜하지만, 냄새도 없고 상당히 깔끔한 맛.
같이 들어간 부속 또한 이런 것들에 큰 거부감이 없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냄새 안 나고 쫄깃쫄깃한 식감이 마음에 드는데, 처음 크게 걱정했던 걸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정도.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 그러니까 10여 년 전 홍콩을 처음 갔을 때에 비해 식성도 좋아지고,
중국 음식이라든가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는데, 그 때 반도 못 먹고 버렸던 홍콩의 그 국수도
지금 다시 똑같은 음식을 내와 먹어보라고 한다면 상당히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날은 무더웠지만, 그래도 식욕은 잃지 않았고 국물까지 싹싹 맛있게 비워낼 수 있어 다행. 다만 더위를 너무 많이 먹은 C君은 맛은 있다고 해도 국물까지 다 먹는 건 포기.
건굉우육면은 일단 가격이 저렴한 것도 저렴하지만, 24시간 운영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도시 특성상 밤 9시~10시가 되면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아 밤 늦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요시노야 같은 일본계 규동 체인, 혹은 맥도날드, 편의점 외엔 아무것도 안 남게 되는데, 새벽 시간대 출출하면서
따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건굉우육면의 따끈한 쇠고기 들어간 우육면 한 그릇 부담없이 먹기엔 아주 좋지 않을까?
베이먼 역이라는 약간 애매하게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지만, 그래도 타이베이 메인역과 시먼역에서
접근하기 아주 나쁜 것도 아니라 슬슬 걸어서 가기에도 무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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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 근처는 시내 번화가와 좀 떨어진 곳이라 다소 낡고 낙후된 분위기가 나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오히려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 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발견한 한 황금 향로.
화려한 황금빛의 향로와 함께 불단이 하나 모셔져있는데, 일본의 신사 같은 개념일까?
호텔로 가는 길에 꽤 많은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있는 것을 발견하여 뭔가 확인해보니 일본 만화인 '은혼' 의 콜라보레이션 카페. 타이완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정말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왜 이런 카페가 있나 했더니, 이 건물에 타이베이의 아니메이트 매장이 있었다. 아니메이트는 타이베이 메인역과 시먼역 중간 쯤에 위치해있는데, 타이완에서 덕질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타이베이 메인역 지하상가, 혹은 이 아니메이트를 찾아가는 것이 좋을 듯. 어디든 찾아가기에 어렵진 않다.
호텔 근처에 있는 한 과일 가게. 일반 슈퍼마켓이 아닌 과일만을 취급하는 청과상. 타이완에 와서 가장 충격받았던 것 중 하나가 정말 저렴했던 열대과일이었기에 한 번 구경하고 가기로...
여기도 품질 좋고 큼직한 애플망고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 한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가격. 그나마 이 애플망고도 다른 과일들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데, 그 비싼 게 이 정도 가격이라니...!
호텔에서 아침에 먹었던 용과(龍果)는 3개 100NTD(3,800원) 용과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마트 등지에서 판매를 하지만 가격은 아무래도 비쌀 수밖에 없다. 애플망고보단 싸지만.
거의 복수박 수준으로 엄청 커다란 노란 망고 한 개 가격은 45NTD(1,700원) 이래서 사람들이 타이완에 가면 망고를 많이 사먹으라고 하는 것 같다.
정말 과일 좋아하는 사람들이 타이완에 가면 천국을 만난 기분일 듯. 여기도 이런데 열대지방 다른 국가는 더 싸겠지.
'큰 할인, 100분 999NTD' - 마사지샵 광고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도 여러 마사지샵을 볼 수 있었다.
타이베이 메인 역 근처의 번화가이긴 하지만, 도로가 좁아 번화가라는 느낌이 잘 안 느껴진다.
오히려 번화가는 거리 분위기는 이후에 가게 될 시먼 지역에서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호텔로 되돌아온 후 1층 프론트 데스크에서 투숙객을 위한 커피를 한 잔 받아 방으로 올라갔다. 커피는 따로 구매할 수도 있는데 아메리카노의 경우 한 잔 70NTD에 판매하고 있다.
방으로 돌아오니 호텔 직원이 방을 깨끗하게 청소한 뒤, 침대도 새 시트로 교체해주었다. 수건이라든가 세면도구, 그리고 차 티백 등도 새로 교체해주고 물병도 채워줘서 새 방에 온 듯한 기분.
좀 전에 돌아오면서 사 왔던 우롱차와 탄산음료 하나를 꺼내 샤워한 뒤에 잠시 맛을 보기로... 왼편에 보이는 탄산음료는 C君이 편의점에서 사 온 건데, 콜라가 아닌 처음 보는 것이라 호기심에 구매한 것.
음료 이름은 '헤이송 샤스(Hey Song Sarsaparilla / 黑松沙士 / 흑송사사)' 라고 한다.
루트 비어 계열의 일종인 타이완 브랜드의 대표적인 탄산음료라고 보면 된다.
절대 콜라가 아니고 코카콜라 같은 음료를 생각하고 구매했다간 큰일 당할 수 있으니 강한 주의 요망.
이거... 루트 비어 같으면서도 처음 마실 때 향이 엄청 독특한데, 여태까지 맡아본 적 없는 향이라 처음 냄새를 맡아보면 큰 거부감이 들 것이다. 냄새를 맡자마자 '윽 이게 뭐야?!' 란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맛은 루트 비어 계열이긴 한데, 루트 비어에 약간 중국 특유의 향신료가 결합되었다고 해야 할까...
여튼 뭐라 설명하기 오묘한 그런 맛이기도 하고 개인 주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음식이랑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좀...
음식이랑 같이 먹긴 좀 힘들 것이고 아주 차게 만든 상태로 갈증해소용으로 마시긴 좋을 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뭔가 컬트적인 매력이 마음에 들었는지, 난 한국 귀국할 때 500ml 페트를 네 병이나 들고 왔다(...)
샤워한 뒤 잠시 음료 마시면서 쉬는 중인데, TV를 보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이 방영 중! 게다가 무려 중국어 더빙 버전이라 중국어로 떠드는(?) 미츠하와 타키를 볼 수 있었다.
아... 조금만 쉬고 나가야 하는데, 왜 하필 너의 이름은이 나오고 있어 나가질 못하게 만드니...;;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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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
= 2일차 =
(27) 허름하지만 맛있고 저렴한 24시간 우잡면(牛雜麵), 건굉우육면(建宏牛肉麵)
2018. 9. 24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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