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기역 앞에는 예전부터 '파전거리' 라 하여 파전을 중심으로 하는 민속주점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언제 한 번 가 봐야지... 라고 늘 생각만 하고 있던 곳이었는데 매번 기회가 없어 못 갔다가
이 날, 정말 오래간만에 한 번 파전거리를 가 볼 일이 생겨 찾게 되었습니다. 친구 한 명과 함께 둘이서 방문.
경희대 파전거리는 1호선 회기역 1번출구, 경희대 방향으로 나온 뒤 바로 왼쪽으로 꺾어 쭉 가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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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사정 가벼운 경희대 대학생들을 위해 저렴한 파전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근처에 파전집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육회지존 같은 프랜차이즈 체인조차 여기선 특수하게 파전을 취급.

거리 전체가 파전집으로 되어 있어 사실 이런 곳은 상향평준화되어있긴 할텐데, 그래도 유명한 곳이 좋으니...
철길 바로 옆에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오른쪽이 바로 1호선 선로입니다.

실제 인터넷 검색을 찾아보니 이 가게가 제일 사람이 많이 몰리고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로 선택.

그리고 대학가 앞이라 당연히 기다리는 사람들은 전부 대학생들.


매장 입구에 붙어있는 장동건과 어깨동무하며 찍은 사진... 이라고 주장하는 간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층과 2층 매장이 있는데, 1층 출입문 가장 앞자리에 자리가 나서 바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하는 곳이라 썩 좋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빨리 들어올 수 있어 다행.

파전 가격은 10,000원인데, 보통 단품으로 시키기보단 가격 할인이 있는 세트메뉴를 많이 시키는 듯.
세트는 A세트부터 I세트까지 있는데 단품으로 따로따로 주문할 때보다 약 5천원 정도 저렴한 편입니다.
저희는 곱창전골과 옥수수콘, 떡볶이, 음료가 나오는 D세트 주문. 정가 26,000원인데 세트 할인을 받아 20,000원.

안주가 워낙 푸짐하게 나오기 때문에 건빵은 굳이 리필할 필요를 느끼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거 맘에 드네요.


세트메뉴 주문시 스프라이트 음료 한 병이 같이 붙어나오는데, 음료 단품도 1,000원으로 편의점보다 저렴.

원래는 맥주를 제일 좋아하는 타입이지만, 이렇게 막걸리 마시는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가끔은 좋지요.
주량이 약해 한 병만 마시면 헤롱헤롱해지긴 하지만...^^;;
여기는 지난번에 사당에서 마셔보고 좀 놀랐던 송명섭막걸리(http://ryunan9903.egloos.com/4425896)는 없네요.


굉장히 찐득하고 맵고 달고 자극적인 맛에 떡도 약간 불어있어 그렇게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떡볶이라
따로 단품 주문하기엔 아깝다... 라는 생각이 드는 맛입니다만...
...문제는 제가 이런 스타일의 떡볶이를 꽤 좋아합니다.
오히려 갓 끓인 즉석떡볶이보다 살짝 불고 눌어붙어 찐득찐득하고 자극적인 걸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ㅋㅋ
심지어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군대에서도 바닥에 눌어붙은 불은 떡국을 더 좋아함;;


떡볶이가 좀 맵고 자극적인 맛이라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인 맛을 즐기고 싶다면 이 쪽이 더 좋습니다.

레귤러 피자 사이즈 정도 되는 큼직한 파전 한 장이 양파간장과 함께 접시에 담겨 제공됩니다.

바닥에 체를 받쳐놓아 갓 부쳐낸 파전의 기름이 떨어지게끔 해 놓았네요.

곱창과 함께 각종 야채를 이것저것 너은 뒤 당면 약간과 들깨가루를 뿌려 마무리.
양은 2인이서 가볍게 먹기 좋은 양입니다. 단품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고 세트로 나오는 거라 적당한 양이에요.

취향에 따라 여기에 라면사리라든가 우동사리를 더 넣어도 되고, 남은 국물에 밥 ㅓ넣고 볶아먹어도 좋겠지요.

야채 듬뿍 넣고 적당히 얼큰하게 끓인 이런 전골 하나 같이 있으면 마음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

사실 맛이 대단한 편은 아니라, 맛으로 찾기보다는 그냥 곱창 좋아하는 사람이 국물 필요할 때 먹기 좋습니다.

얇게 부친 파전과 달리 두툼하게 부쳐진 거라 씹는맛이 느껴지는 건 더 좋습니다만, 쫀득쫀득한 씹는 맛보다는
그냥 두툼하고 푸짐하게 씹히는 맛으로 즐기는 쪽. 개인적으로는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았던 게
어쩔 수 없긴 해도 반죽이 두꺼워 기름을 꽤 많이 머금고 있어 조금은 느끼했다는 거랑
이건 빈대떡이나 전 류가 다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거지만, 식으면 맛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나온 걸 재빨리 먹어치우지 않으면 두꺼운 두께로 인해 맛이 더 빨리 떨어진다는 것이 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두툼한 파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름 환영할 수도 있고, 일단 가격대가 싸니 푸짐하게 먹기는 좋았습니다.
다만 세트메뉴는 가능하면 두 명이 와서 먹는 걸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양이 정말 많아서
공복 상태로 와서 먹어도 둘이서 세트의 모든 음식을 다 먹기가 정말 힘듭니다(...) 세트는 가급적 3인 이상부터.

생각했던 것만큼 파전은 그렇게 뛰어난 맛은 아니었고
사실 맛에서는 만족스럽다기보단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던 음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비 오는 날 분위기 즐기며 막걸리 마시긴 괜찮은 곳입니다. 가격대비 푸짐한 것도 장점이고요.
뭐랄까 남에게 추천해주긴 좀 애매하지만, 비 오는 날 한 번쯤 생각나서 가면 나는 만족할 듯한 곳? 그런 느낌.
이 날은 사실 음식도 음식이지만,
같이 갔던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게 더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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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6 // by RYUNAN
덧글
한국 산업인력공단이 휘경동에있어서
조리사자격증 시험보러 뺀질나게 다녔단곳인데 이런 가게가 있었을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