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이 간 친구의 추천으로 이동한 곳은 통닭거리 근방 골목에 숨어있는 '시인과 농부' 라는 찻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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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폐창고(...)라고 생각하기 쉬운 외관입니다. 여기 전통차와 찐감자가 맛있다고 하여 방문했어요.
영업 시간은 오후 1시부터라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바깥을 약간 돌아다니다 1시 맞춰 입장.

심지어 왼편에는 지금은 사라져서 찾아보는 게 불가능한 발을 밟아 소리를 내는 풍금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벽을 가득 채운 각종 장식과 액자들...

마치 황학동 풍물시장에서나 볼 법한 물건들이 다 있네요.

아래의 페달을 양발로 번갈아 계속 눌러야만 소리가 나오는 피아노입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보네요.




오른편에 잔뜩 쌓여있는 물건들은 전부 DVD. 그리고 각종 잡지 스크랩 및 포스터가 벽에 잔뜩 붙어있군요.


DVD가 쌓여있는 진열장 아래엔 브라운관 TV와 비디오도 있네요.


이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남기고 간 흔적.

반듯하고 균일한 크기의 포스트잇이 아닌 붙여놓은 종이 크기도 전부 제각각, 글씨를 쓴 펜도 제각각.

이렇게 많은 메모가 붙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차 이름과 가격, 그리고 그 옆에 해당 차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적혀 있습니다. 가격은 7,000원부터.



가격이 전통차치고 꽤 높은 편이라 '어, 여기 가격 좀 세네' 라고 생각했는데, 나온 음료를 보고 좀 충격.
사진상으로는 가늠이 잘 안 가지만, 저 그릇은 차라기보다는 대접 쪽에 좀 더 가까운 크기입니다. 양이 많아요.
넓고 커다란 대접에 대추차가 하나가득 담겨나왔는데, 다른 전통찻집의 족히 두어배는 됨직한 양입니다.

역시 양이 많고 또 살얼음이 껴 있는 가장 맛있는 상태로 나왔습니다.

역시 살얼음이 살짝 껴 있어 겨울보다 여름에 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은 맛. 매우 진한 단맛이 인상적.


대추차 또한 맛이 진한데, 단맛 속 쌉싸름한 맛이 강하게 느껴져 한약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정말 진합니다.
조금 연하게 마시고 싶은 사람은 뜨거운 물을 타서 마셔야 할 정도로 아주 진한 맛이라
마시면서 '감기 걸린 사람이 이거 뜨겁게 달여마시면 직빵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저는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찐감자가 시인과 농부 찻집의 인기 메뉴라고 합니다. 별도로 판매하는 메뉴는 아니라는군요.
차보다도 찐감자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라는 이야기를 같이 간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으로 맛있게 삶은 찐감자를 먹는 느낌. 퍽퍽하지 않은 포슬포슬한 식감과 은은한 짠맛과 담백함까지...
먹으면서도 '그냥 감자 삶은 것 뿐인데 왜 이렇게 맛있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정말 맛있었습니다.

요즘 벽면의 시멘트나 철골을 있는대로 다 드러내어 을씨년스런 폐허 같은 분위기를 풍기거나
혹은 옛날 포스터나 물품을 가득 갖다놓고 레트로한 느낌의 카페다 - 라는 컨셉의 매장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진짜 레트로한 분위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던 아늑한 아지트같은 찻집을 만나게 되어 만족스럽습니다.
다음에 수원 쪽에 또 치킨 먹으러 올 일이 생기면 치킨 먹은 뒤 이 찻집을 다시 찾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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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끝까지 기분좋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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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13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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