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KTX 개통으로 사라진 통일호 등급의 열차를 대신하여 한때 이곳저곳에 꽤 많은 노선이 있었지만
차량의 노후화 및 디젤 가격 상승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하나둘씩 통근열차 노선 폐지 후 무궁화로 대체되어가다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단 한 구간, 경원선 동두천 - 백마고지 사이만 운행하는 통근열차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 마지막 남은 통근열차가 2019년 3월 31일 운행을 마지막으로 2021년까지 약 2년간 운행 중단을 한다는 공지가 떴고
명목상의 '운행중단' 이지만 실질적으로 차량 노후화 정도를 생각해보면 사실상 폐선이나 마찬가지라
폐선하기 전, 마지막으로 '통근열차'를 타 보러 지난 주 토요일, 동두천역을 찾게 되었습니다.
통근열차를 타기 위해선 수도권 전철 1호선 동두천역 또는 소요산역으로 이동 후 열차를 갈아타야 합니다.
. . . . . .

일반 광역철도와 달리 여객철도로 구분되어 있어 전철 이용시 개찰구 밖으로 나와 환승을 해야 합니다.

DMZ 트레인은 통근열차를 개조하여 만든 안보관광열차로 하루 1회, 경의선과 경원선 구간을 운행하는데
(경의선 서울 - 도라산, 경원선 서울 - 백마고지) 경원선 구간의 DMZ 트레인 역시 3월 31일을 마지막으로
(경의선 서울 - 도라산, 경원선 서울 - 백마고지) 경원선 구간의 DMZ 트레인 역시 3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잠정적으로 운행 중단을 한다고 하는군요. 운행 중단 사유는 경원선 소요산 - 연천 구간 광역전철 공사.


경원선 통근열차 운행 구간은 무인역으로 운행되는 구간이 많기 때문에 굳이 열차표를 미리 구매하지 않고 타도
운행 중 열차 내를 돌아다니는 승무원을 통해 표를 즉석에서 바로 살 수 있습니다.
통근열차의 정상 운임은 1,600원이지만 경원선 구간은 상시 할인 및 자유석 할인이 추가로 붙어
편도 1,000원에 표를 구매할 수 있는데요, 동두천 - 백마고지 구간의 거리는 41.3km. 이 구간을 이동하는 데
추가요금 없이 고작 1,000원이면 이동할 수 있으니 수도권 전철 또는 버스보다도 훨씬 싼 말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당연히 비싼 디젤로 운행하는 열차에서 이 금액을 받아 수익이 나긴커녕 굴리면 굴릴수록 적자가 커지는 노선이라
짧은 노선이긴 해도 코레일 측에서는 운행을 하지 않는쪽이 훨씬 도움이 되는 열차입니다.


이제 이 열차의 행선지도 오늘, 2019년 3월 31일 이후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일반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먼저 와서 자리를 잡는 사람이 임자인데, 이 구간의 연선 인구가 많지 않아
사실상 자리는 널널하게 남아있어 편하게 앉아가는 데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되기 전에 이 열차 등급이 폐지되니 이 선풍기가 돌아갈 일은 영원히 없겠군요.

통근열차의 출입문은 저상홈에 맞춰 만들어지다보니 마치 버스 하차출입문처럼 생긴 게 특징입니다.

저 '열리다', '잠기다' 라는 글씨에서 오래 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요산 역은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북쪽 종착역인데, 차후 연천역까지 연장이 되면 중간역이 될 예정.
현재 수도권 전철과 통근열차가 동시에 정차하는 역은 동두천, 소요산역 단 두 곳 뿐입니다.

초성리역과 한탄강역 사이에 38선이 있어 왼쪽 창밖을 보면 38선 안내 비석이 세워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이후 구간부터는 과거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광복 - 한국전쟁 사이에 북한 영토였던 곳.

승강장과 함께 버스정류장 같은 작은 벤치과 지붕 하나가 놓여진 게 전부인 매우 작은 역입니다.
차후 연천까지 전철이 연장되면 선로가 이설되기 때문에 한탄강역은 폐역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래 된 옛날 역처럼 별도의 구름다리나 지하도 없어 철도건널목을 통해 역사로 이동해야 합니다.
열차가 자주 다니는 구간이 아니기 때문에 철도에 치이는 사고가 일어날 일은 절대 없겠군요(...)

제가 탄 역에도 군인들이 꽤 많이 탔는데, 연천역에서 꽤 많이 내리더군요.
군대 내에서도 핸드폰 사용이 가능해져서 차 안에서 스마트폰 만지는 군인들을 보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느껴지던...

통근열차가 운행하는 경원선 구간은 전 선이 단선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교행을 위한 대기구간이 있습니다.

곧 운행을 중지할 역이라 역명판이라든가 시설 등에 그리 큰 투자를 하지 않은 낙후된 모습.

실제 열차를 타고 창 밖의 풍경을 보니 그 말이 굉장히 실감나더군요. 마을이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 있는 마을들도 마치 8~9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듯한 낙후된 분위기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2012년, 백마고지역이 개통하기 전까지 경원선 남쪽 구간은 신탄리역이 마지막 종착역이었습니다.
향후 수도권 전철이 경원선 소요산 이북으로 개통되어도 신탄리역까지는 전철이 들어올 계획이 없기 때문에
(전철은 연천역까지만 운행) 전철 개통 이후 이 역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군요.
참고로 경원선 통근열차의 경기도 구간은 이 역이 마지막 역. 이후인 백마고지역은 강원도 철원군 소속입니다.


다소 늦은 시각이었고 역 바깥으로 이동할 수 없었기에 저는 이 열차를 타고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2012년 지어진 신규 역사라 다른 경원선 역사에 비해 깔끔한 편.

벤치 뒤에는 역 근처 지도와 함께 백마고지역 안보관광에 대한 안내가 붙어있습니다.

그나마의 마을도 저 멀리 떨어져 있고 정말 역 근처엔 아무것도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황량합니다.


우체통 뒤로도 승강장이 있긴 하지만, 통근열차는 3량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저 승강장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과거 백마고지역이 개통하기 전엔 철도중단점이 신탄리역에 위치해 있었으나, 지금은 이 곳이 중단점입니다.

향후 이 윗쪽으로 철원역과 월정리역까지 선로 복원을 할 계획이 잡혀 있다고 합니다만
철원, 그리고 월정리역은 경의선 도라산역처럼 민통선 내부에 위치한 역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별다른 조치 없이
자유롭게 왔다갔다할 수 있는 마지막 역은 바로 이 백마고지역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서울에 비해 꽤 공기가 차가운 편인데요, 얼른 백마고지역 역사 안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앉아 쉴 수 있는 의자와 함께 TV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화장실도 갖추어져 있고요.

별도의 역무실을 갖추어놓긴 했지만 사진처럼 역무실을 막아놓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중지되기 전까지 이 곳에서 통근열차는 하루 14회 운행합니다.

별도의 편의점 같은 편의시설은 역사 내에 전혀 없고 특산물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는데 문을 닫았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주차요금은 무료. 들어오는 차도 그리 많지 않아 상당히 여유로운 분위기.

경원선은 서울부터 북한 '원산' 까지 연결되어 있었던 철도로 향후 통일시 원산까지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북한 원산은 그 '원산폭격' 을 할 때 말하는 지명이 맞습니다. 한국전쟁의 아픈 기억 중 하나.


아마 영업을 했겠지요? 철원 지역은 평야가 넓어 쌀 생산지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철원 쌀 유명하지요.

4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2년간 운행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 왕복 26회 버스가 운행 예정이며
버스 운임은 통근열차 운임과 동일한 1,000원이 될 예정이라 하는데 경기 버스, 전철과 환승은 안 될 것 같군요.



10일 간 양쪽의 고지를 쟁탈한 승자가 12번이나 바뀌며 중공군은 14,000여 명의 사상자, 한국군은 3,396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전쟁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였던 백마고지 전투는 최종적으로 한국군이 승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백마고지역은 여객철도가 운행하는 남한의 역 중 가장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 역입니다.
(백마고지 북쪽으로 동해선 제진역이 있지만, 제진역은 여객운행을 하지 않으므로)



한창 일몰 중이라 금방 깜깜해질 것 같군요. 한 타임만 늦게 왔어도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듯.


철원군 일대를 돌아다니는 버스로 열차 도착 시각에 맞춰 하루 총 13회 운행하는 버스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철원군 영토 일부가 북한으로 넘어갔고 또 넓은 지역이 민통선 구역으로 들어가버렸기 때문에
이 곳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거의 대부분 안보관광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다른 경원선의 붉은 벽돌 양식의 역들과 다소 괴리감이 들기도 하는군요.
열차 운행 중단이 끝나는 2021년 4월부터 이 역에 어떤 열차가 다시 들어오게 될진 아직 모릅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 몇 명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백마고지역 근처엔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지만, 이 정도로 썰렁할 줄은...

철뜨억(^^;;) 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열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역사, 열차 내부의 모습을 열심히 남기는 사람들.
아마 오늘은 통근열차의 마지막 운행일이라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역사가 북적북적했겠지요.


실내도 녹슨 부분이 많아 가까이서 보면 굉장히 낡고 노후한 열차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월 말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운행하지 않을 열차라 어찌보면 굳이 도색을 다시 할 필요를 못 느낀 것일지도...

바깥 공기가 꽤 을씨년스러웠는데 열차 내 난방을 해 줘서 굉장히 편안하게 앉아 갈 수 있었습니다.



휴전선과 가깝다는 이유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개발의 혜택을 받지 못해 정체되어버린 마을.
향후 통일이 되면 이 곳도 개발의 여파를 받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지금은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수도권 전철은 이 바로 전 역인 연천역까지만 연장될 예정이기 때문에 신망리역은 단 한 정거장 차이로
수도권 전철 1호선 연장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역이 될 것입니다. 향후 이 역이 어떻게 운영될지는 미지수.

경원선 통근열차 전용 운행구간 중 전곡역과 더불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역이라고는 하지만
통근열차가 과거 의정부 - 신탄리 구간에서 동두천으로 단축된 이후 수요가 급격하게 하락해서
지금은 버스에 거의 대부분 수요를 뺏겨 이용하는 승객이 많지 않습니다.
2006년까지는 하루 1,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하던 역이었으나 그 다음해부터 승객이 500여 명으로 급감,
지금은 꾸준히 버스로 승객이 이탈해 하루 160여 명밖에 이용하지 않는 초라한 역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만
향후 2022년,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연천으로 연장 개통이 되면 다시 승객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역입니다.

이제 더 이상 통근열차로 이 풍경을 바라볼 순 없게 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

이렇게 마지막 통근열차 동두천 - 백마고지 간 탑승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인천행 열차 한 대가 대기중이라 저 열차를 타고 바로 서울로 돌아가면 됩니다.

경원선 한 구간만 남기 전에 마지막으로 운행헀던 경의선 통근열차와는 꽤 큰 인연이 있었습니다.
문산에서 군 복무를 했던 2005년 ~ 2007년에는 지금은 수도권 전철로 운행하는 경의선이 전철이 없던 시절이었던지라
1시간에 1대꼴로 문산에서 서울역까지 통근열차가 운행했었고, 휴가를 나오거나 외박을 나갈 때, 혹은 복귀할 때
서울역, 또는 신촌역에서 이 통근열차를 타고 부대 복귀를 했었습니다. (뭐 9710번 광역버스도 있긴 했지만...;;;)
그래서 군 복무를 하던 2년의 시간동안 서울로 나가는 중요한 발이 되어주었던 통근열차였던지라
나름대로의 꽤 애착을 가지고 있었고, 비록 경의선 통근열차는 진즉 운행이 끝났지만,
경원선에서 운행하는 통근열차를 마지막으로 타 보기 위해 일부러 주말에 무리해서 승차를 하게 된 것입니다.
통근열차의 폐지는 한국 철도사에 있어 나름 꽤 중요한 역사로 기록될 예정인데요, 통근열차 폐지와 함께
과거 비둘기호, 통일호의 계보를 잇는 보통 등급으로 운영되는 '각역정차 여객철도' 등급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현재 이 기능을 수도권 광역철도가 대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객철도로서의 완행열차는 이 통근열차가 마지막.
철도 역사에 있어서의 한 순간이 끝나게 되는 걸 의미하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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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열차로 제 군 복무 2년을 책임지고, 오랜 시간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었던 '통근열차' 는
2019년 3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운행중단, 어쩌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만일 운행중단 기간이 끝나는 2021년 4월, 이 열차가 다시 경원선에 복귀하지 못하면 통근열차는 진짜 폐지.
그럴 경우 그동안 대한민국 곳곳을 달리느라 수고했고, 이제 역사의 뒤안길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봄 내내 미세먼지에 시달리다 비온 직후의 이런 몽환적인 하늘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군요...ㅡㅜ
2019. 3. 31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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