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 그 때가 지금의 '두끼' 같은 체인이 전국적으로 생기기 훨씬 전이었을텐데요,
회기동 경희대 앞에 위치한 '상냥한 눈빛의 떡볶이'(http://ryunan9903.egloos.com/4210257)라는 가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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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여기가 벽화거리 안에 있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재발견이라 저도 좀 얼떨떨했는데, 더 충격적이었던 건
7년 전 첫 방문 때 4,900원이었던 가격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조금도 오르지 않고 동결 상태였다는 것.
그래서 처음 발견했을 때 눈여겨보고 있다가 이후 회기동을 다시 한 번 찾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회기동을 재방문한 목적은 이 가게 때문이고요.


그래도 조금씩 남아있던 기억을 더듬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매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학교 앞에 있을법한 평범한 분식집 같은 분위기입니다. 프랜차이즈 체인 '두끼' 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자리에 앉아 주문시(선불) 떡볶이를 담을 수 있는 냄비를 주는데, 냄비를 받은 뒤 셀프 바에 있는 각종 떡볶이재료를
냄비에 담고 마지막으로 주인에게 주면 주인이 냄비에 들어간 재료의 양에 맞춰 소스를 직접 부어줍니다.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소스가 다양하진 않고 한 가지 종류만 있지만, 배합을 조금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떡볶이와 함께 맥주를 즐기는 것이 가능합니다.

350ml 뚱뚱이 캔 기준으로 캔음료 한 캔 가격이 1,500원이니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이군요.

너무 넘치지 않게 알맞게 담아야지 하면서도 다양한 재료를 한데 담으면 어느덧 냄비가 넘칠듯이 한 가득.
특히 개인적으로 떡볶이라든가 분식 같은 조금 쌈마이한(^^;;) 음식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담는 게 즐거워요.
저렇게 냄비에 재료를 가득 담아 주인에게 건네주면 재료의 양에 비례하여 알맞은 양의 소스를 담아주는데
소스를 담아온 뒤 가스렌지 위에 올려 여느 즉석떡볶이 끓여먹는 것처럼 끓여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콩나물, 당근, 파, 양배추, 그리고 개운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한 채썬 무까지 다양한 야채를 골고루 넣었습니다.
떡볶이에 무가 들어가는 게 어울릴까 싶은데, 의외로 매우 잘 어울립니다.
국물이 자연스럽게 달고 개운해지거든요. 부산에 꽤 유명한 깡통시장 떡볶이집도 무를 넣어 맛을 내지요.
(부산 깡통시장 이가네 떡볶이 : http://ryunan9903.egloos.com/4422561)

이미 다른 재료 넣은것만으로도 냄비가 넘칠 것 같아 따로 넣진 않았습니다. 양 조절 잘 하세요.


재료 종류는 아주 약간 줄어들었습니다. 순대라든가 야끼만두 튀김 같은 몇 가지 메뉴가 사라진 것 같더군요.
또 떡볶이 이외에 고기만두라든가 아이스크림 등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꼬치어묵 이외엔 다 사라졌습니다.
물론 그래도 인당 5,000원이 안 되는 가격을 7년이 지난 지금도 지키고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분식집 떡볶이를 좀 더 선호하긴 하지만 즉석떡볶이도 좋아합니다.
즉석떡볶이는 떡볶이 외에 다양한 재료를 함께 건져먹을 수 있는 재미가 있거든요.

매콤달콤한 맛이 강한 야채 듬뿍 들어간 학교 앞 즉석떡볶이 감성이라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
매운맛의 정도를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어 좀 더 화끈하게 매운 맛을 즐기고 싶으면 따로 매운소스를 더 넣어줍니다.

그냥 먹으면 별 맛 없지만, 떡볶이 국물을 머금는 순간 최고의 맛으로 변모하는 재료 중 하나.

갓 끓인 걸 막 꺼내먹는 것보다 더 진하고 제대로 든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찐득한 느낌은 분식집 떡볶이는 먹는 느낌이라 만족스럽고요.

이 국물 먹으면서 매콤달콤 떡볶이국물에 밥 비벼먹는 걸 상상하는 걸 제 모습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전 영락없는 어린아이, 청소년 입맛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종 야채와 함께 라면사리와 쫄면사리를 넣는 대신 떡을 전혀 넣지 않아
순수하게 '라볶이, 쫄볶이' 스타일로 즐겨보아야지요.


냄비 바깥으로 국물 흘러넘치는 걱정 없이 딱 알맞게 끓었습니다.


떡을 넣지 않고 면만 넣고 끓이면 좀 짜게 느껴질 수 있으니 야채 등의 부가재료를 많이 넣는 걸 추천합니다.
매콤달콤한 양념의 떡볶이 베이스에 잘 졸아든 라면과 쫄면의 쫄깃쫄깃한 식감을 기분좋게 느낄 수 있는 맛.

보통 앞에서 욕심을 너무 부리면 볶음밥을 만들기도 전에 배가 가득 차버려 이걸 건너뛰어야만 하는데,
밥 볶아먹을 배는 약간 남겨놓고 떡볶이든 라볶이든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이런 실수를 많이 했지요.
남은 떡볶이국물 위에 쌀밥와 김가루, 그리고 다진 김치를 올린 뒤 위에 참기름을 뿌려 볶아주면 됩니다.
매장에는 볶음밥 위에 뿌려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라면스프 같은 분말 파우더도 있으니
밥을 볶을 때 살짝 넣어주면 좋습니다. 다만 너무 짤 수 있으니 양 조절을 잘 해야 하고요.


역시 한국사람들이란 고기를 먹든 전골을 먹든간에 마지막엔 냄비에 밥을 볶아줘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

주인분께서 웃으시면서 '다들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라는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외식물가가 비싸지고 있어 이제 대학가에서도 5천원 미만 식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인데
예전에 비해 재료의 구색은 조금 줄었을지라도 4,900원이란 가격을 끝까지 지키고 있다는 게
매우 놀라웠던 경희대 앞의 즉석떡볶이 전문점 '상냥한 눈빛의 떡볶이'.
딱 한 버 방문이긴 했지만, 예전 생각도 하며 정말 기분좋게 잘 먹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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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덕택에 오래간만에 학교 다시 찾았다면서 소화시킬 겸 학교 캠퍼스 이곳저곳을 소개해주셔서
같이 산책하고 돌아다니며 경희대 캠퍼스를 둘러보았습니다.
오래간만에 학교라는 곳을 가니 대학생으로 돌아간 기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벌써 10년 가까이 됐군요.

수도권의 대학교 중에서는 현재 경희대학교만 유일하게 30여 년 전의 과거 민중벽화가 남아있다고 하는데
이 벽화는 재작년인 2017년, 한 차례의 복원 작업을 거쳐 현재의 깔끔한 벽화로 다시 재탄생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 http://news1.kr/articles/?3016933)
졸업생을 비롯하여 현재 경희대를 다니는 경희대생들에겐 '청년' 이란 벽화 이름보다
'주먹' 으로 더 유명하다더군요...ㅋㅋ 이런 것이 남아있는 영향일까 경희대학교는 지금도
타 대학교에 비해 운동권의 힘이 꽤 크게 남아있다는 이야기도 졸업한 분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영업이 끝난 골목식당 피자집 '17'을 한 컷으로 이번 회기동 방문을 마무리합니다.
원래 회기동을 방문한 이유가 골목식당의 이 피자집을 가 보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결국 여긴 못 갔습니다.
나중에 또 다시 방문하게 될 기회가 생기면 그 때 피자를 먹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피자집을 굳이 가지 못했어도 다른 마음에 드는 가게 이곳저곳을 찾을 수 있었고, 이번 떡볶이집처럼
예전에 찾았던 기억에서 잠시 잊고 있던 장소를 다시 발견했던 경험도 남길 수 있었던 후회 없는 방문이었습니다.
5번의 포스팅에 걸쳐 이어졌던 '경희대 회기동 벽화거리' 편을 여기서 마무리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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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22 // by RYUNAN
덧글
제목이 청년...이라고 하는군요. 전혀 청년같지 않은데...
떡볶이는 맛있겠네요. 제가 있는 곳에도 엽기나 신전 떡볶이 매장은 생겼는데, 어찌 한 번 갈 기회도 안생기는군요. 아저씨라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