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5월 짧은 주말여행(대구, 부산, 거제)
(10)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먹어보다. 영도 골목분식의 비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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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바로 영도입니다.
부산역 앞에서 영도로 가는 508번 버스를 타고 영도대교 건너는 중.

되게 한적해보이는 동네지만 주말 태종대를 놀러오는 관광객 때문인지 의외로 차가 꽤 많더군요.
바다 저 너머로 조업 중인 어선들이 여러 채 보이는 모습도... 이 동네에서는 일상적인 풍경이겠네요.

외지인이 일부러 찾아올 일 절대 없을 것 같은 이런 동네를 찾아온 이유는 평소 궁금했던 한 가게 때문입니다.

이 곳은 '골목분식' 이라는 분식집으로 '비빔라면' 이라는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라면을 파는 가게입니다.
그 명성은 익히 몇 년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영도라는 곳이 현지에 사는 사람이 아닌 외지인이
보통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야지요... 그래서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못 가다 이번에 처음으로 찾게 되었습니다.
아예 이번에 내려올 땐 '시간 남으면 가야지'가 아니라 '부산 가면 여긴 꼭 간다' 라고 일정을 따로 빼 놨어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게 되었다는 것. 상점가도 아니고 한적한 주택가 안에 달랑 라면집 하나인데 이렇게 줄이 깁니다.
노부부 둘이 운영하는 곳이라 번호표라든가 대기 시스템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줄 서있다 자리 나면 들어가야 해요.

여기를 찾아오는 외지인들은 오로지 이 라면집 하나만 보고 찾아오는 것.

빈 자리가 나면 따로 들어오라는 노부부의 제스처도 없고 그냥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가서 앉으면 됩니다.
이쯤해서 아시겠지만 친절함이라든가 일반적인 식당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여기선 별로 없으니
혹여라도 이런 게 불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감수를 하거나, 혹은 아예 안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어릴 적인 90년대에도 이런 분위기의 분식집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냥 라면과 비빔라면이 있는데 여길 오는 사람들의 100%는 전부 비빔라면을 주문합니다.
예전에는 소 사이즈의 라면을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대 아니면 특, 두 가지 종류만 있습니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끼리의 특곱배기 메뉴로 '오천원 비빔라면' 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옆 테이블을 통해 알게 되었고요.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굉장히 조용하게 라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번에 4인분 이상의 라면을 만들지 않고 4인분 단위로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는데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지금 이렇게 내부 구조를 살펴보니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게 아닐까 싶어요. 테이블이 있는 홀은 거실.
그리고 사실 왼쪽의 출입문이 가정집의 현관이고 제가 들어온 출입문 쪽은 원래 창문을 개조한 게 아닐까...



안으로 들어온다고 해서 바로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니라... 처음 가게 도착해서 음식 나오기까지 한 50분 기다린 듯.
어쨌든 드디어 그 말로만 듣던 골목분식의 비빔라면(특 : 3,000원)을 만나게 되는군요.
냉면 그릇에 담긴 비빔라면, 그리고 계란을 풀은 라면 국물, 반찬으로 단무지 한 가지가 제공됩니다.



위에 얹어진 약간의 양념장을 어떻게 양념했는지 먹기 전까지 감이 안 잡히는 면과 함께 비벼서 먹으면 됩니다.

국물 안에는 계란과 함께 쌀떡을 약간 집어넣었습니다.

잘 비빈 라면을 한 젓가락 먹어보니 '아, 이런 맛이구나' 라고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걸 참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일단 비빔면 맛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국물라면 맛도 아닙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맵지 않고 달짝지근한 맛?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일단 안 좋아하겠지만, 취향은 확실히 갈릴 것 같습니다.
비빔면이라든가 볶음면 계열보다는 달짝지근하게 만든 맵지 않은 비빔국수 쪽에 좀 더 가까운 맛이라고 해야 할까...

안에 작게나마 쫄깃한 떡도 건더기로 좀 들어있고 계란을 많이 풀어서 정말 잘 끓인 라면국물이었습니다.
국물을 낸 걸 보니 비빔라면이 아닌 일반 라면을 시켜먹어도 꽤 만족할 수 있을 듯.
다만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라면 다른 곳에서 먹을 수 있는 라면보단 비빔라면을 선택해 먹겠지만요...


아마 저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도 사는 현지인이 아니라 타 지역 사람일 것 같은 느낌.
요새는 가게 분위기와 걸맞지 않게 사람이 항상 많다고 하니 정말 느긋하게 일정 잡고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서비스가 막 좋은 건 아니니 이 점은 감안하시기를...


저야 여기 한 군데만 돌고 가지만, 날 잡고 와서 이 일대를 투어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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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골목분식 찾아가는 길 : 부산역, 남포동 롯데백화점에서 508번 버스 승차, 체육고등학교 정류장 하차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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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
= 2일차 =
(10)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먹어보다. 영도 골목분식의 비빔라면
2019. 7. 7 // by RYUNAN
덧글
영도 앞바다에 보이는 배들은 그냥 정박해 있는 화물선?인 줄로 압니다. 진짜 어선이 있었는지는 가물가물하네요.
영도 앞바다 쪽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만 ^^;; 자갈치시장 근처엔 어선들이 꽤 많이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