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몇 년이 지난 꽤 오래 전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머릿속에 기억이 남아요.
최근 미스터피자를 안 간지 약 2년이 넘었습니다. 대표의 갑질 사건 및 가맹점주의 자살 등
여러가지로 안 좋은 홍역을 치르면서 이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된 것이 큰 영향을 끼치긴 했습니다만
사실 그것보다도 요 몇 년 사이에 다양한 종류의 외식 브랜드가 생기면서 선택의 폭이 그만큼 많아져
'굳이 같은 가격에 미스터피자를 가야 하나? 더 좋은 거 먹지' 라며 트렌드가 바뀐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저 역시 불매운동의 영향도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굳이?' 라는 생각에 한동안 이 브랜드를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정말 오래간만에 미스터피자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간 날짜를 곱씹어보니 2년이 훨씬 넘었네요.
본래 영등포에 있는 코스트코 피자를 먹으러 가려 했는데, 피자 매장이 내부수리로 테이블이 다 빠져있길래
급히 '어디 가지? 어디 가서 피자를 먹지?' 하고 주변을 찾아보던 중 문래점 매장이 있길래 이 곳으로 선택.
. . . . . .

꼭 그게 아니더라도 정말 오래간만에 간 미스터피자는 과거의 인기가 무색할정도로 많이 몰락했습니다.
아무리 평일이라 하더라도 저녁 시간대에 홀 손님이 저 포함 딱 두 팀밖에 없다는 것은(...)
게다가 예전에 직원 몇 명을 두고 분명 일했을 홀도 지금은 점주로 보이는 사장님 혼자서 서빙, 피자굽기를 다 하시더군요.

참고로 지금 샐러드바는 1인 4,800원에 추가 주문이 가능하게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피자를 주문해야만 샐러드바 이용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진 잘 모르겠어요.

이번 시즌에 새로 나온 피자는 '제주 흑도새기 피자' 라고 하는군요. 제주도 흑돼지 토핑을 올린 피자인 듯.
이름이 특이하긴 하지만 딱히 끌리지는 않으므로 오래간만에 샐러드바 먹자는 생각으로 피자는 적당한 걸 선택.

그냥 치즈 피자가 아닌 모짜렐리 치즈 아래 토마토소스와 베이컨, 발사믹소스가 들어간 피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매장, 입구의 간판도 그렇고 접시도 그런데 미스터피자 로고가 아주 옛날 로고입니다.
엄청 옛날부터 있던 매장인 듯.

리필은 1회에 한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 이상으로 가능한지는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

그간 정말 오랫동안 잊고 살았는데, 오래간만에 미스터피자 샐러드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접시도 예전의 오목한 접시가 아닌 납작한 빨간 접시로 바뀌고, 이제 2~3인이서 한 접시를 나눠쓰는 게 아닌
일반 뷔페처럼 1인 1접시를 쓸 수 있어 오래간만에 옛날의 추억에 잠긴 채 이것저것 많이 담아왔습니다.

그냥 별 대단한 것 없는 믹스 샐러드지만 여기서 먹으면 나름 분위기가 있어서... 마요네즈에 버무린 꽃맛살.

미스터피자 샐러드바의 스파게티류는 음 저야 거부감은 없는데 솔직히 맛있는 건 아니라 적당히 맛만 보세요.
그 뒤에 있는 푸실리 샐러드는 예전에도 가장 좋아하던 샐러드바의 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겉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치즈 피자처럼 보이는데, 빵 끝부분의 엣지가 없이 치즈로 꽉 차 있는 것이 특징.

사실 구색맞추기 느낌의 피자라 생각하고 그나마 클래식 라인 중 적당한 걸 골랐는데 의외로 치즈가 푸짐해서
'오, 이거 치즈 상당히 많은데...' 라며 다들 좀 의외라고 생각했던 피자.

특히 훈제 베이컨의 풍부한 맛과 발사믹 소스의 살짝 쏘는 맛이 모짜렐라 치즈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보통 치즈 피자에 비해 맛이 훨씬 좋았는데 저도 그렇고 일행들 모두 맛 괜찮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짜장면처럼 보이는 저건(...) 진짜 짜장 냉 파스타입니다.
맛은 차갑게 먹는 짜장라면 소스 맛(...) 맛있냐? 고 물으면 자신있게 절레절레(...)

과자류 대신 방울토마토와 황도, 체리 등의 과일 통조림, 그리고 젤리가 종류별로 있어 하나씩 담아왔습니다.
요거트 코너에 코코볼 씨리얼과 함께 땅콩, 해바라기씨 견과류가 비치되어 있어 견과류도 한 접시.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미스터피자 샐러드도 반가워서 옛날 생각하며 맘껏 가져와 먹었습니다만
그 두 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매장에 추가로 들어온 홀 손님은 제로, 배달 나가는 건도 딱 한 건 뿐이었습니다(...)
꾸준한 온라인 프로모션과 할인행사로 지금도 잘 나가는 도미노피자나 파파존스와 달리
한때 잘 나갔으나 지금은 완전히 몰락해버린 미스터피자. 물론 그 몰락이 트렌드를 못 따라가 뒤쳐진 것도 있지마는
사장의 갑질 등,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는 사건을 스스로 자초한 것도 분명 있기 때문에
동정심이 느껴진다기보다는 '정말 좋아했던 브랜드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하는
조금은 허탈한? 그런 기분이 더 크게 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브랜드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계산한 뒤 아이스크림도 한 스쿱 퍼서 마무리도 깔끔하게 잘 하긴 했습니다만,
이 아이스크림, 왠지 본사에서 설치한 것이 아닌 점주 재량으로 어떻게든 줄어든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설치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물론 사실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오래간만에 옛 추억에 잠긴 반가움, 그리고 추억의 몰락에 대한 씁쓸함, 여러 감정이 드는 방문이었습니다.
다만 그래도 의외로 꽤 맛있는 새로운 피자를 먹을 수 있었고 오래간만에 재회한 샐러드바는 즐거웠습니다.
2019. 8. 24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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