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류토피아 여름휴가, 홋카이도 북부
(27) 안개로 가득 찬 레분 섬 신비의 최북단 극점, 스코톤미사키(スコトン岬)
(본 여행기 작성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다음 링크의 여행기 1화 서두를 참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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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다시 타고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어느 산 꼭대기였습니다. 민가 하나 없는 산길을 따라 쭉 올라가니 정상에 넓은 주차장 하나만 덜렁 있고 근처엔 정말 아무것도 없더군요.
좀 전보다 안개가 더욱 심해져, 근처에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안개가 심하고 하늘이 뿌옇게 흐려진 상태인데도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정도.
게다가 바람도 아주 거세져 이제는 반팔로 돌아다니기에 춥다고 느껴질 정도. 수풀이 왼쪽 방향으로 누워 있는 모습에서 바람이 어느 정도로 거센이 가늠이 갈 것입니다.
이 곳은 레분 섬 최북단 극점, '스코톤미사키(スコトン岬)' 입니다.
일본 최북단 지점인 소야 미사키보다는 간발의 차로 위도가 약간 낮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곳에 자생하는 독특한 식물들. 이 꼭대기 지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레분 섬에 위치한 '리시리-레분 시로베츠 국립공원 - 스코톤 미사키' 를 알리는 간판.
레분 섬의 최북단, 이 곳은 북위 45도 27분 51 지점입니다.
신기한 것은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이 곳에도 숙박 시설이 있다는 것이지요. 대체 이 근처 어디에 숙박 시설이 있는지는 이후에 밝혀집니다.
저 멀리 보이는 낮은 언덕이 바로 레분 섬 최북단인 스코톤미사키. 연결되어 있는 길이 잘 닦여있어 길을 따라 언덕을 내려가면 됩니다.
모두들 약속한 듯이 극점과 이어져있는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중. 다들 긴팔 혹은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고, 반팔을 입고 있는 사람은 저를 포함하여 몇 명 없었습니다.
안개가 짙어지면서 좀 전까지 잠잠했던 바다도 다시 사나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단을 따라 이어진 길을 쭉 따라 이동합니다. 다행히도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 이동에 불편함은 전혀 없습니다.
레분 섬 최북단의 민박. 중간에 민박으로 내려가는 길이 따로 나 있더군요. 이 곳에도 숙박 시설이 있다는 것이 다소 놀라우면서 '여기에 묵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듭니다.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는 건물인데, 바로 앞이 바닷가라 운치는 있을 것 같지만 여기서 숙박을 하면 바깥에 나가 돌아다니는 건 아무래도 좀 어렵겠지요. 근처에 마땅한 마트도 없고...
레분 섬 최북단의 나무 비석, '최북단의 비, 스코톤미사키'
그 아래는 암초로 이루어진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내려갈 수 없게 막혀 있습니다.
이 바다의 방향은 북쪽, 러시아 사할린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전 오키나와 여행 당시, 오키나와 최북단인 해도 미사키에 갈 때도 날씨가 매우 안 좋았는데, 레분 섬 최북단에서도 그리 좋은 날씨를 만나지 못하게 되는군요.
흐린 날은 흐린 날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긴 하지만, 맑은 날씨를 보지 못하는 건 못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마치 쑥과 비슷하게 생긴 하얀 빛을 띠고있는 풀.
최북단 지점에서 주차장 방향을 바라보며 한 컷. 저 언덕 꼭대기에 주차장이 있어 관광객들은 저기에 차를 댄 뒤 이 곳으로는 걸어 내려와야 합니다.
리시리 섬, 그리고 레분 섬을 돌아보면서 느껴진 섬의 분위기가 있는데,
서로 닮은 듯 하면서도 그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리시리 섬이 좀 더 정돈되고 아늑한 느낌이라면
레분 섬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좀 야생적이고 거친 느낌이 강한 섬이라는 이미지가 느껴졌습니다.
다시 주차장을 향해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길.
이름을 알 수 없는(^^;;) 말라붙은 꽃에 초점을 맞춰 한 컷.
이 곳의 위치를 알리는 듯한 작은 돌비석 하나.
좀 전의 민박과 함께 이 곳의 유일한 건물은 바로 사진에 보이는 상점 하나 뿐입니다. 최북단 스코톤미사키의 유일한 기념품점 및 먹거리를 파는 상점으로 산 속에 위치한 산장 혹은 대피소 같은 느낌.
특히 주변이 안개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지라 저 건물이 더욱 더 대피소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산꼭대기에 펼쳐진 평지에는 꽤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동안 이곳저곳 일본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홋카이도만큼 이렇게 넓은 초원이 펼쳐진 곳을 본 적이 없습니다.
마치 사일런트 힐과 같은 분위기라 지금은 저기에 앉아있기 좀 그렇지만, 날씨가 맑을 땐 멋진 풍경이 나올 듯.
스코톤미사키에 위치한 유일한 음식점이자 상점가, '시마노 히토(島の人 - 섬의 사람)' 날씨가 매우 추운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면 일종의 대피소 같은 역할도 같이 할 것 같은 건물.
리시리 섬, 센보시미사키에서 봤던 '리시리 라면'이 여기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다만 가격은 리시리 섬보다 훨씬 비싼 한 봉지 324엔. 거기서는 200엔대였는데 말이지요.
이 진공 포장된 음식은 생선 위에 다시마를 넣고 장어처럼 달콤한 양념에 조린 음식으로 레분 섬에서 꽤 많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도 다른 먹거리보다 중점적으로 판매되고 있더군요.
시식 코너도 넉넉하게 있어 먹어보았는데, 이거 꽤 맛있더군요. 밥반찬으로 먹는 것도 좋지만 술과 함께 먹기 아주 잘 어울리는 안주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살짝 비린맛이 있기 때문에 비린 걸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추천하지 않지만, 달콤 짭짤한 진한 양념이 마음에 들었어요.
홋카이도 하면 역시 게죠. 가격이 많이 비싸긴 하지만...
냉동고에 게도 여러 마리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홋카이도의 게 요리는 아주 유명하다고 하지만 가격도 가격이고 조리해먹을 수 없기 때문에 구경만...
먹을거리 뿐 아니라 자석 등 각종 기념품들도 많이 판매하고 있습니다. 친구들 주려고 저 바다사자 캐릭터의 자석을 몇 개 구입했습니다.
요깃거리로 먹을 만한 음식은 호빵과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리고 커피와 맥주 등 최소한으로만 갖춰져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보다는 그냥 간단하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최북단이라는 위치와 접근성 때문에
음식 가격은 다소 높은 편입니다. 보통 소프트 아이스콘 한 개가 300엔 정도인 걸 감안하면 뭐...
최북단에서만 판매하는 '섬의 사람' 이란 가게 이름을 딴 지역 맥주도 있군요. 홋카이도 지역 한정 맥주인 '삿포로 클래식' 을 이 곳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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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북단 지점을 나와 버스를 타고 다시 레분 섬 페리 터미널로 되돌아가는 길. 얄궂게도 최북단 지점에서 극도로 흐렸던 날씨는 산 아래로 내려오면서 조금씩 다시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레분 섬 바닷가의 풍경.
가이드가 잠시 창 밖을 바라보며 뭔가 설명을 해 주길래 보니, 저기 새들이 모여있는 섬이 하나 보이는군요.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새들이 쉬어갈 수 있는 물 위에 있는 섬인 듯 합니다.
이동하는 도중에도 날씨가 맑아졌다 흐려졌다... 비가 안 오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습니다. 이렇게 태양이 보이다가도 이내 흐려지고, 그러던 중 다시 파란 하늘이 보이고...
리시리 섬과 마찬가지로 레분 섬 역시 해안가를 따라 도로가 쭉 이어져 있습니다.
해안가의 반대 방향으로는 넓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큰 산이 섬 중앙에 있는 리시리 섬과 달리 레분 섬은 산 대신 초원으로 이루어진 섬 같았습니다.
언덕 곳곳에 산사태 혹은 낙석을 방지하기 위한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도로 바로 옆에 이렇게 높은 언덕이 있기 때문에 지나다니는 차량을 보호가기 위한 용도.
야생적이고 다소 거친 자연 그대로의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는 레분 섬(礼文島) 처음 여행을 오기 전, 몇몇 사람들이 여름의 리시리 섬과 레분 섬은 꼭 한 번 가보라고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 주었는데,
이렇게 두 섬을 제한적이지만 한 바퀴 돌아보니 그 이유를 어느정도 알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다른 도시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이국적인 분위기와 신비함이 느껴졌던 자연의 웅장함.
그리고 그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최대한 보존한 곳, 홋카이도 특유의 야성적인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 번 리시리 섬, 그리고 레분 섬을 방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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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
= 2일차 =
(27) 안개로 가득 찬 레분 섬 신비의 최북단 극점, 스코톤미사키(スコトン岬)
2019. 9. 30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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