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류토피아 여름휴가, 홋카이도 북부
(39) 아찔할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위 지평선, 에사누카선(エサヌカ線)
(본 여행기 작성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다음 링크의 여행기 1화 서두를 참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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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 미사키(宗谷岬)를 떠나 차를 타고 왓카나이 시내가 있는 서쪽이 아닌 동쪽으로 계속 이동했습니다. 도시 중심가라 할 만한 곳이 전혀 없는 지역이라 동쪽으로 갈수록 차가 뜸해지고 마을이 적어집니다.
혼자 운전하는 게 익숙하긴 하지만 그래도 오래 운전하니 조금 피곤하긴 하군요.
왓카나이 서쪽 못지않게 동쪽의 도로도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만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뻥 뚫려있어 차량 통행도 별로 없는 이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달리던 도중, 어느 한 지점에 들어와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당연히 차량이 다니는 차도 위에 차를 세워놓진 못했고, 옆으로 빠지는 갓길이 있어 이 곳에 잠깐.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시피 한 곳이라 사실 차도 위에 세워놓아도 크게 문제될 거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근데 이 도로의 정체가 뭐길래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일부러 찾아온 것일까요?
얼핏 보면 그냥 홋카이도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지방도로 같아 보이는데...
이 도로의 이름은 '에사누카선(エサヌカ線)' 이라고 합니다. 홋카이도 북동쪽의 한 마을과 연결되어 있는 도로로 구글 지도상으로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도로인데요...
홋카이도 북쪽은 도로를 중심으로 양 옆에 초원이 펼쳐져 있고 아득한 지평선이 이어져 있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 곳은 홋카이도 도로의 특징을 극한으로 보여주는 곳입니다.
바로 오른편에는 바다가 연결되어 있어 바닷바람이 매우 심하게 부는 중. 도로 근처의 수풀이 휘날리는 모습만 봐도 어느 정도로 심한 바람이 부는지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민가라든가 언덕 하나 없이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져 있는 에사누카선(エサヌカ線)의 도로.
작은 도로는 조금의 굴곡 없이 초원을 중심으로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습니다. 그나마 제가 차로 지나왔던 이 쪽은 저 끝에 약간이나마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 반대편은... 아득할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향해 도로가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어떻게 이런 도로가 있을 수 있는거지' 하며 감탄을 금할 수밖에 없던 이 곳.
오늘 아침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봐 왔던 다른 도로와는 감히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 곳.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오직 홋카이도 땅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한 모습.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그냥 그러려니 싶을 수도 있지만, 에사누카선 근처의 풍경만큼은 정말 입이 딱 벌어져 뭐라 할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더군요.
이 곳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워낙 유명한 도로라 일부러 드라이브를 하러 여기로 찾아오거나 특히 바이크를 타고 라이딩을 하러 다니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명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머물러 있는 동안 한 명의 바이크 운전자가 찾아와 도로를 계속 왔다갔다하며 질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수풀림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바닷가로 나갈 수 있습니다. 이 쪽의 바다는 동해와 연결된 바다가 아닌 태평양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동쪽 바다입니다.
다행히(?) 차를 잠깐 대놓은 갓길 사이로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차로도 이동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차는 놔두고 걸어서 이동하기로 합니다.
길의 끝에는 태평양과 연결되어 있는 바다가 나오는데, 철조망으로 막혀 아쉽게도 더 앞으로 갈 순 없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철조망 너머의 모습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만족.
새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바다는 아니었습니다. 해수욕의 피크 시즌인 8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바닷바람이 꽤 거센 편이라
한여름의 바다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조금은 쓸쓸하게까지 느껴졌던 풍경.
낮은 온도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설령 해수욕을 할 수 있게 되더라도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
도로를 빠져나와 다시 왓카나이 시내로 돌아가는 중,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어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여전히 바람은 거센 편. 낮임에도 불구하고 추위 많이 타는 사람은 바람막이가 하나 정도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곳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나마 사람들이 좀 있는 서쪽의 왓카나이 시내 근방에 비해 이 곳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더 많습니다.
이런 풍경은, 홋카이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풍경이겠지요.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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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
= 2일차 =
= 3일차 =
(39) 아찔할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위 지평선, 에사누카선(エサヌカ線)
2019. 10. 20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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