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류토피아 여름휴가, 홋카이도 북부
(47) 삿포로에서 처음 맛보는 양고기 징기스칸, 히츠지엔(ひつじ苑)
(본 여행기 작성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다음 링크의 여행기 1화 서두를 참고해 주십시오)
. . . . . .

삿포로 스프커리(http://ryunan9903.egloos.com/4432117), 그리고 두 번째는 아직 먹어보지 못한 미소라멘,
마지막은 삿포로 시내 곳곳에서 맛볼 수 있는 양고기 구이 '징기스칸' 이 있습니다.
홋카이도에서의 셋째 날이자 삿포로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에 먹기 위해 선택한 음식은 바로 '징기스칸'
삿포로 시내에는 징기스칸 전문점이 여러 곳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징기스칸집은 '다루마' 라고 하는 곳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곳에서 멀리 떨어진 오사카에도 '다루마' 라는 유명한 가게가 있습니다.
오사카의 다루마는 다만 쿠시카츠집, 삿포로의 다루마는 양고기 징기스칸집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루마는 시내 곳곳에 여러 지점이 있는데, 제가 발견한 곳은 '다루마 6.4점(店)'
어째서 6번째 점포도 아니고 4번째 점포도 아니고 6.4점이라는 이상한 번호가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루마는 워낙 유명한 가게라 항상 징기스칸 먹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줄이 길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분산을 위해 시내 곳곳에 지점 몇 군데가 있고 이 점포에도 입구에 근처의 다른 점포 위치를 안내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줄을 서면서 안쪽을 보니 뭔가 좀 이상한 게 보였는데요... 뭐야, 안에도 줄이 있어?!
...바깥에만 줄이 있는게 아니라 매장 안쪽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다 합하면 대기 인원은 못해도 40명 이상(...)
바깥의 약 10명 안 되는 줄만 서면 들어갈 줄 알았는데 완전한 오산이었죠. 눈물이 났어요.

이 곳은 무슨 가게인지 모르겠는데 현지인들의 줄이 엄청 길군요. 호기심이 들었지만 일단 다른곳으로 이동.

여긴 다루마처럼 체인을 두고 있는 가게는 아니지만, 삿포로에서 손가락에 들 정도로 알아주는 집.
마침 줄도 없고 내부도 북적이지 않아 잘 됐다싶어 안으로 들어가니 '영업이 종료되었습니다' 라는 직원 안내.
...지금 매장 안에서 먹는 손님이 마지막 손님이라는 거에요. 아, 이런 건 예측 못 했는데...
아무래도 삿포로 시내에 너무 늦게 도착한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라무 매장 근처에 한 징기스칸 간판을 발견했습니다. 가게 이름은 히츠지엔(ひつじ苑)
간판 아래에 작게 중국어와 한국어 안내도 있어 주문도 어렵지 않겠다싶고 사진도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계단을 따라 3층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안에 있던 직원이 징기스칸 먹으러 왔나 물어보는 거에요.
그래서 그렇다고 답하니 징기스칸은 이 가게 말고 다른 매장에 가서 먹어야 한다고 안내를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내 매장 안에 있는 서빙하는 여직원 한 분이 나와 저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왔어요.

간판을 자세히 보니 오른쪽 위에 '2nd' 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아마 이 곳이 2호점인 것 같네요.


매장 안에 있는 직원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바로 주방 앞에 있는 바 테이블로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징기스칸을 처음 먹어보러 온 외국인이라는 걸 아는지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해주고 세팅을 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 여행을 오기 전, 수출규제로 인해 한일관계가 급격히 냉각되어있던 터라 그동안의 여행과는 다르게
여행 와서 노골적으로 싫은 티 내는 일본인을 만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 그런 사람은 안 만났습니다.

저도 완벽히는 아니지만 얼굴을 보고 이 사람이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조금 구별이 가긴 합니다만...
메뉴 상단에 빨간 글씨로 '직원은 한국어를 말할 수 없습니다' 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생 양고기 징기스칸의 가격은 850엔. 근처의 다른 가게들도 대략 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메뉴가 번역기를 돌린건지 번역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야채의 절인' 이라든가 '제한 표지 글자', '이루는'

니혼슈 중 '사무라이 잠금' 이라는 술은... 사무라이라는 일본술의 록... 이겠지 아마...;;


닛카 위스키 로고가 새겨진 유리컵에 물이 담겨 나왔습니다.
저 물컵 지금 보니 되게 갖고 싶게 생겼네요.

참깨, 두 종류의 고춧가루, 구운 마늘분말, 그리고 소금 후추. 취향에 따라 고기에 뿌려먹는 용도.

고기 굽는 화로를 보니 우리나라 고깃집에 온 것 같은 느낌.

이 요리가 '징기스칸' 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바로 이 팬 모양 때문인데요,
마치 몽골의 황제, 징기스칸의 투구 모양과 닮았다고 하여 그 이름을 딴 명칭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팬 한가운데에는 팬에 기름을 두르는 비계, 그리고 아래로 양파와 숙주나물이 기본으로 깔려 나옵니다.

삿포로 맥주는 내일 마실일이 있기 때문에 그걸로 대체하기로 합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불매운동으로 인해 한국의 일본맥주 수입량이 1/10이 아닌 1/100으로 쪼그라들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모든 매장마다 오토시가 다 있는 건 아니지만, 간혹 이자카야나 식당을 가면 이게 기본으로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
이 곳의 오토시 가격은 250엔. 한국으로 따지면 정육식당의 상차림비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되려나...


히츠지엔의 대표 메뉴인 생 양고기 징기스칸(1인분 850엔)

기본적으로 양파와 숙주나물이 조금 담겨나오긴 하지만 양이 적기 때문에 추가하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야채는 숙주나물과 양파, 그리고 단호박과 가지 네 가지 종류가 큰 그릇에 담겨 제공되었습니다.


다만 마늘은 간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후추소금을 살짝 같이 뿌리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듯.

불룩하게 튀어나온 팬 아랫쪽의 야채는 양고기에서 흘러내린 기름을 받아 지글지글 익게 되는 구조인데요,
마치 우리나라 삼겹살집 불판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삼겹살에서 흘러내린 기름으로 김치 굽는것과 비슷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흐뭇해지는 기분.

다 구워진 고기나 야채는 따로 들어내어 소스에 찍어먹거나 밥과 함께 즐기면 됩니다.


양고기가 특유의 누린내라든가 하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고 아주 신선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이 좋았습니다.
보통 양고기 하면 꼬치로 구워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일반 고기 굽듯이 구워먹는 것도 만족스럽군요.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 호불호를 크게 타는 가지도 불에 구워서 소스를 찍어먹으니 식감이 좋았는데요,
역시 사람들이 가지를 싫어하는 건 가지를 굽거나 튀기지 않고 삶거나 무쳐먹는 조리방법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하긴, 스프커리 안에 들어간 그 단호박은 여태까지 단호박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깰 정도의 충격이라...
아마 앞으로 당분한 그 단호박을 능가할 정도의 충격적인 단호박은 먹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불룩 튀어나온 투구 모양 불판이 나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경험해보는 거라 조금 불편한 감도 있었습니다.
약간의 국뽕(...?)을 넣자면, 징기스칸 불판도 나쁘지 않았지만 고기 불판만큼은 우리나라 기술이 가장 좋다는 생각.

왜 징기스칸을 먹을 때 숙주나물이 함께 나오는지, 고기랑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비록 가장 유명한 가게인 다루마가 사람이 많아 급히 선택한 곳이긴 했습니다마는 꽤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 Continue =
. . . . . .

= 1일차 =
= 2일차 =
= 3일차 =
(47) 삿포로에서 처음 맛보는 양고기 징기스칸, 히츠지엔(ひつじ苑)
2019. 11. 3 by RYUNAN
덧글
그리고 지점들은 개점순서가 아니라 '주소' 기준으로 위치 표시한거 같습니다.
본점 주소를 찾아보니 '삿포로시 츄오구 南五条西4'고 지점들 주소도 '남'과 '서'뒤가 해당 숫자로 바뀌네요(5.5는 남5서5).
정신없이 야채 올리고 고기 올리고 먹는 게 즐겁긴 했지만 조금 번거롭긴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