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류토피아 여름휴가, 홋카이도 북부
(59) 마음 속까지 따뜻해지는 콘버터 미소라멘,
신치토세 공항 홋카이도 라멘도장의 '케야키(けやき)'
(본 여행기 작성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다음 링크의 여행기 1화 서두를 참고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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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홋카이도의 유명한 라멘전문점을 푸드코트처럼 한데 모아놓은 곳으로
돈코츠 라멘으로 유명한 후쿠오카의 쇼핑몰 '캐널시티' 안에 있는 '라멘 스타디움' 과
꽤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는 테마 매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오늘의 저녁식사이자 이번 여행의 마지막 식사는 이 라멘 도장에서 먹고 갈 예정입니다.

전부 유명한 라멘 전문점이라 어디를 가든 후회하지 않을텐데, 저는 추천받은 집을 선택했습니다.

'미소라멘' 을 전문으로 하는 라멘집인데, 삿포로는 예로부터 미소라멘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다른 상점가들은 문 닫은 곳이 많지만, 다행히 라멘도장 쪽은 아직 많은 손님들로 북적북적했고
케야키도 정상 영업을 하고 있어 안심하고 바로 들어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콘버터 미소라멘(1,100엔)'을 선택했습니다.
라멘 국물에 버터를 넣어본 적은 없는데 홋카이도 하면 단연 옥수수, 그리고 유제품이 워낙 유명하니
삿포로에서 제일 잘 나가는 라멘인 미소라멘에 버터와 옥수수를 넣으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 것도 있고
미소라멘에 버터 섞어서 많이 먹는다더라... 라는 예전 기억이 떠오른 것도 있고요.


아무래도 공항에 와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얼른 먹고 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런 식으로 배열해놓은 듯.
물론 일행끼리 와서 같이 식사할 수 있는 2인, 혹은 4인 테이블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통 안에는 고춧가루가 들어 있더군요.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떠 마실 수 있습니다.

국물을 떠먹을 수 있는 숟가락과 함께 작은 쟁반에 담겨 제공되는군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차슈가 올라가는 뽀얀 돼지뼈 국물의 돈코츠 라멘이 가장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돼지뼈 국물 베이스가 아닌 미소된장 베이스에 돼지고기 차슈 대신 각종 야채가 듬뿍 올라간 라멘은 좀 생소할지도...

저 버터는 국물 온도에 서서히 녹으면서 자연스레 스며들게끔 젓가락으로 잘 섞어주면 됩니다.

버터가 국물에 완전히 녹으니 좀더 국물이 기름지게 변한 느낌도 드는군요.

미소된장 베이스의 국물에 버터를 녹이면 대체 무슨 맛이 날지 상상이 잘 가지 않았는데 엄청 좋습니다.
미소된장의 짠맛을 버터가 중화시켜주면서 국물이 버터 특유의 향이 섞여 굉장히 부드러운 맛으로 바뀌는데
된장의 풍미와 버터의 향, 거기에 뒤끝에 은은하게 느껴지는 단맛까지, 진짜 이 국물 정말 맛있더라고요.
그냥 미소라멘을 시켰으면 어딘가 좀 부족함이 느껴질지도 모를 맛을 버터가 완벽하게 완성시켜주는 느낌입니다.

돼지고기 차슈는 없었지만, 그게 전혀 아쉽지 않을 정도로 아주 맛있었습니다.
양배추부터 파까지, 국물 안에 들어가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식감이 그대로 남아있어요.
버터 섞은 미소된장 국물과 야채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궁합이라는 걸 여기서 처음 체험해 보는군요.

재미있는 건 숟가락이 두 종류로 제공되는데, 하나는 일반 숟가락,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진과 같이
구멍이 뚫려 있어 국물은 그대로 흘려보내고 고명만 건져먹을 수 있는 숟가락입니다.
옥수수를 비롯한 자잘한 야채 고명이 워낙 많아 사진에 보이는 저 숟가락으로 고명을 건져먹으면 꽤 편리합니다.

버터가 섞여 한층 부드러움과 풍미가 더해진 미소라멘 국물은 따끈하면서도 편안하게 넘어가는 그 맛 때문에
먹는 내내 뭐랄까... 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일간의 여행이 무사히 끝나고 이제 돌아가는 것만 남았다는 안도감과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나 자신에게 주는 힐링의 선물이었던 이번 여행이 우여곡절은 있었어도
큰 사고없이 끝난 것에 대한 개인적인 안도감 등... 마지막 식사인 미소라멘을 먹는 내내 여러 기분을 느꼈습니다.

직원들 역시 슬슬 장사를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치토세 공항 3층의 홋카이도 라멘 도장에서 마지막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늦게 왔으면 문을 닫아서 먹어보지 못했을 지도 몰랐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짧은 이번 여행에서 삿포로에서 제일 유명한 징기스칸과 스프커리,
그리고 미소라멘까지 전부 먹어보게 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셋 다 물론 매우 맘에 들었습니다만,
저는 이 세 가지 중 가장 만족스러운 걸 고르라면 단연 이 미소라멘을 고를 것입니다.
정말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남은 여행기는 한 편, 마지막 60화,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까지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 Continue =
. . . . . .

= 1일차 =
= 2일차 =
= 3일차 =
= 4일차 =
(59) 마음 속까지 따뜻해지는 콘버터 미소라멘, 신치토세 공항 홋카이도 라멘도장의 '케야키(けやき)'
2019. 11. 15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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