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산읍내에는 '문산자유시장' 이라는 재래시장이 있는데, 나름 5일장까지 열리는 규모 있는 시장입니다.
마침 방문한 날이 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돌아가기 전 식사도 할 겸, 이 곳을 들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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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등을 파는 국수 전문점으로 자유시장 내에서 꽤 유명한 가게라고 하더군요.

대개 장 보러 나왔다가 간단히 한 그릇 먹고 돌아가는 손님들 위주인 듯.


그 외에도 만두와 돈까스 등의 메뉴가 있는데, 보통 국수랑 만두 시켜서 같이 먹는 경우가 많은 듯.
참고로 곱배기 메뉴가 있는데, 곱배기를 시켜도 가격은 동일합니다. 주문할 때 곱배기라 미리 이야기하면 됩니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티슈통과 물컵, 그리고 후추, 식초, 간장 등의 양념통.

여기 배추김치 개인적인 입맛에 잘 맞는 배추김치라 꽤 마음에 드는군요.

고명으로는 채썬 파와 당근, 그리고 유부와 김가루가 전부인 심플한 구성.

더구나 날씨가 꽤 추워진 요즘같은 겨울엔 따끈하고 편안한 국물이 마음 속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한 느낌.
가격도 저렴한데 양도 넉넉하고 맛까지 좋으니 지나가면서 부담없이 한 그릇 먹고가기 좋은 맛입니다.

꽤 맛있고 또 기분좋게 한 그릇 비울 수 있었습니다. 이걸 위해 일부러 문산까지 찾아갈 이유는 사실 전혀 없고
문산에 거주한다거나, 혹은 근처에 볼일이 있어 왔는데 가벼운 요깃거리가 필요할 때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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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만든 찹쌀도너츠와 팥도너츠, 꽈배기가 게임 한 판 가격인 단돈 500원!


저렴한 가격이지만 속이 전혀 부실하지 않고 알차게 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국수 한 그릇, 거기에 디저트로 팥도너츠까지, 단돈 3,500원에 진짜 만족스럽게 먹고 나올 수 있었어요.


제가 복무하던 시절에도 낡은 건물들이 많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새로 지은 건물도 많아졌지만
옛날에 지은 낡은 건물들이 아직도 남아있는 모습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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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DMZ 관광지정업소' 로 지정된 식당들이 몇 있어 안보관광을 하러 온 외부 관광객들이 들리는 곳도 있습니다.

주말엔 군인들이 시내 유동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군인 비중이 높은 도시가 문산입니다.
지금은 위수지역이 훨씬 확대되어, 예전처럼 문산 시내에서 군인을 많이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요.
제가 복무하던 시절만 해도 위수지역이 있어 외박을 나오면 문산 읍내 혹은 금촌에서밖에 머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왼쪽에 있는 열차의 행선지는 '신의주행' 이라 표시되어 있습니다.

평양까지의 거리가 대전까지의 거리보다 짧은데, 심리적인 거리는 그보다 훨씬 더 멀다는 것이 참...^^;;

아무래도 군인들이 많이 빠져 그런지 예전 군 복무 시절 문산읍내의 북적거림은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진 듯 합니다.


현재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해 DMZ 안보관광은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
앞서 운천역에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돼지열병으로 인한 DMZ 트레인 운행 중단 때문입니다.
향후 아프리카 돼지열병 사태가 해결되면 안보관광이 재개된다고 하는데, 현재로선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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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군인들을 위한 숙박시설들은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저 글씨체는 절대 요즘 만든 간판이 아닙니다. 다만 군인들의 위수지역이 확대되어 문산읍내에 머무는 군인이 줄어
많은 여관들이 옛날처럼 장사가 잘 될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아마 이 일대의 주택가는 철거한 뒤 아파트를 새로 지을 것 같군요.

군 복무 시절, 호국이 캐릭터가 그렇게 별로였는데, 최근 비호감의 극치를 달리는 굳건이를 보고 나니(...)
호국이는 정말 잘 만든 캐릭터라는 걸 느끼는 중. 아니 진지하게 호국이는 잘 만든 캐릭터가 맞습니다.

제가 복무하던 시절의 군복은 얼룩무늬 군복이었는데, 지금은 디지털무늬로 완전히 변경되었습니다.
아마 예비군들도 이제 얼룩무늬 군복 입고 오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중.


아직도 남아있을 줄은 몰랐네요. 엄청 허름한 여관에 가격이 싸서 어떤 목적이든 종종 애용했던 곳이었는데...
다른 가게들은 남아있어도 이 여관은 남아있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간판들이 바뀌고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났지만, 옛날 그대로 남아있는 가게들도 꽤 있었습니다.

노란 간판의 '병천 아우내 순대' 라는 가게였는데, 다른 군인들 많이 있는 최전방 지역의 도시 하면
항상 부정적인 이미지로 군인들을 등쳐먹는다든가 돈을 더 받는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습니다만,
그 순대국집은 군인가격, 일반인가격이 따로 있어서 군인들에게 순대국 가격을 1,000원씩 할인해줬고
군인들이 손님으로 오면 인원수에 맞춰 계란후라이도 하나씩 부쳐주면서 더 챙겨주려 했던 정말 좋은 곳이었거든요.
내심 지금도 남아있길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그 가게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다른 가게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 곳이 문산터미널이었다는 흔적은 바로 앞 버스정류장의 '구문산터미널' 명칭 외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복무당시 이 곳을 가본 적 없지만, 이 가게는 시기는 다르지만 문산에서 군 복무를 했다는
제 친구가 밖에 나와서 자주 식사했던 가게라고 합니다.
슬쩍 지나가면서 힐끗 문 열린 안쪽을 보니 식사하러 온 손님들로 이미 내부는 북적북적.

제가 복무하던 시절엔 경의선 전철 대신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통근열차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서울로 가기 위해선 경의선 통근열차를 시간 맞춰 타거나 아니면 버스를 타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바로 이 9710번 광역버스가 서울역으로 한 번에 가는 버스라 전철 못지않게 많이 이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만 이 버스도 과거엔 서울버스 소속이었는데, 지금은 경기면허로 이관되어 경기도 광역버스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이 되면 전철이 임진강역까지 연장되어 종점의 위치를 임진강역에 넘겨 줄 예정입니다.

문산역은 읍내에서 살짝 외진 곳에 떨어져있지만, 읍내까지 충분히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습니다.

역을 이렇게 높게 지은 이유는 과거 1998년 대홍수로 인해 역이 통째로 떠내려갔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지금이야 홍수가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만, 과거 90년대 문산읍은 여름이 나면 수시로 물에 잠기는 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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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문산 읍내는 여름이 되면 항상 홍수로 인해 시내가 이렇게 물에 잠겼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어릴 적 뉴스속보를 통해 1층 간판까지 물이 차오르는 문산 읍내의 모습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비가 많이 와도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으니 이 사진들도 다 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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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서 임진각으로 가기 위해선 열차 말고 좀 전에 탔던 58번 마을버스나 93번 버스로 이동 가능합니다.



그리고 통근열차 시절처럼 한 시간에 한 대씩 서울역행만 존재했는데, 조금씩 경의선이 연장되어 용산까지 개통,
동시에 중앙선과 모든 열차가 직결운행을 하면서 지금은 서울역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열차가 덕소, 용문까지 갑니다.
지연, 연착이 심한 중앙선과 직결되면서 과거 정시성이 잘 지켜졌던 경의선도 배차가 엉망이 되었다고 하지만...




서울에 비해 상당히 북쪽에 위치한 역이지만, 1호선(경원선) 구간 때문에 이 곳이 최북한의 역은 아닙니다.
현재 수도권 전철 최북단의 역은 1호선 경원선 지역의 종점인 소요산역. 향후 연천역이 될 예정.

그리고 이 선로는 그 너머에 있는 개성, 평양, 신의주까지 연결되어 있는 선로이기도 합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향후 이 곳에서 열차를 타고 도라산 너머로 가는 날이 올수 있었으면 합니다.

서울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잠깐 동안의 아련한 꿈을 꾼 것 같았던 짧은 문산여행을 마치고 이 곳을 떠납니다.
이미 전역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났지마는, 잠시 찾아와 머무는 동안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엔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이제는 아련하면서 애틋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던 시간.
잠시동안의 짧았던 과거 회상을 마치고, 이제 다시 현재의 삶으로 되돌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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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8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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