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년차 주방 경력이 있는 남편과 아내, 두 부부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로 방영 당시 가장 큰 화제가 된 곳.
요리에 자부심을 가진 자영업자의 고뇌와 현실의 벽에 대한 문제를 여실없이 보여줬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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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갑! 수제초밥' 이라는 이름의 세트 가격은 9,000원. 총 10점의 초밥이 제공됩니다.
매장 입구에 각 초밥의 종류와 설명이 나와 있어 초밥을 먹기 전 읽어보고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방영 당시 가격의 문제로 사장과 백종원대표 사이의 의견 차이가 상당히 컸던 곳인데, 이렇게 합의되었군요.
보통 초밥 전문점에서 초밥 1인분 가격이 1만원대 초반인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아니 꽤 좋은 가격.

이름을 쓰고 나면 몇분에 오시라는 안내를 받는데, 근처에서 시간 때우다 해당 시간에 오면 바로 앉을 수 있습니다.
이 곳은 테이블 회전이 30분 간격으로 돌아가더군요. 짧은 시간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적당한 시간이었습니다.


녹차와 간장, 그리고 젓가락을 세팅해놓은 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초생강은 색소가 들어간 분홍색 초생강이 아닌 하얀 초생강이 나오는군요.


매장 입구의 그림과 동일한 10점의 초밥이 와사비 약간과 함께 도마 위에 담겨 나왔습니다.

광어부터 시작하여 점차 맛이 강한 순서대로 진행되며 가장 마지막은 군함말이와 롤로 마무리.

기름이 잘 올라있는 연어, 그리고 방송에서 호평을 받았던 초새우.

간장새우는 사장님이 직접 만든다고 하는데, 처음 시식을 했을 때부터 정말 훌륭하다는 평을 들어
이 초밥 구성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저도 간장새우 맛이 상당히 궁금했기도 하고요.

군함말이와 롤은 개인적인 추정으로 9,000원이라는 단가를 맞추고 또 한 끼 식사로 양이 적은 사람들을 위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구성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롤은 확실치 초밥류에 비해 크기가 큰 편이니까요.

아무래도 다른 초밥류가 대부분 맛이 강하거나 기름진 편이니 첫 시작은 이걸로 하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식감이 부드러워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호감도 업.

이 날 먹었던 초밥 중 가장 베스트였고, 정말 의외로 간장새우보다 더 맛있었던 초새우.
마트의 기계초밥 초새우, 혹은 결혼식 뷔페에서 나오는 푸석푸석하고 맛 안 나는 새우와 전혀 다른데요,
새우살이 아주 쫀득하고 별다른 풍미나 맛이 나지 않는 뷔페 새우초밥과 달리 새우에서 단맛이 느껴집니다.
같이 간 일행들 모두 '와, 이 새우 진짜 맛있다' 라며 감탄. 간장새우야 처음부터 기대치가 좀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이건 정말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먹었던 거라 그만큼 충격이나 반전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붉은 살의 참치는 그 전에 먹은 새우의 충격 때문인지 그냥 '어, 적당하네' 라는 느낌.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윤기가 흐르는 대뱃살 같은 걸 기대하면 안 되겠지만요.

온전히의 수제초밥 중 가장 사람들이 많이 기대했을 법한 '간장새우' 역시 매우 훌륭했습니다.
역시 쫀득하게 씹히는 새우살에서 느껴지는 본연의 단맛, 그리고 간장에 재운 정도가 정말 절묘해서
단짠단짠한 맛을 아주 잘 잡았습니다. 너무 짜지도 않고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고 간이 정말 잘 되었어요.
이 초밥집의 존재가치는 두 종류의 새우에 있는 것 같아요. 새우가 진짜 전체를 다 하드캐리하네요...ㅋㅋ

맛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여기서부턴 가격 유지를 위한 초밥이란 느낌이 들어 적당히 무난무난했습니다.

박고지가 꽤 맛있었는데, 역시 앞의 초밥들에 비해 인상은 '적당적당' 정도.

아무래도 강렬한 인상은 다른 초밥들에 비해 약하지만 이게 구성으로 들어가게 된 컨셉을 이해하고
코스 요리로 따졌을 때 마무미 식사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면 무난히 먹을 수 있습니다.

가격을 좀 더 지불하면 이보다 더 좋은 초밥집도 얼마든지 많이 있겠습니다만
지금의 이 가격을 생각해보면 꽤 좋은 구성입니다. 특히 초새우와 간장새우, 두 점의 새우가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다만 밥의 양을 좀 늘렸다지만, 여전히 한 끼 식사로 먹기에는 다소 부족한 구성으로 느껴지는지라
개인적으로 가격을 2,000원 정도 올려서라도 미니우동 같은 메뉴를 하나 껴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근처 상권때문에 가격 책정에 대한 민감함이 클 수밖에 없겠지만, 그냥 개인적인 바램 중 하나입니다.

둔촌동 편에 나온 가게의 주인들은 전부 열심히 장사하면서 손님들에게 상당히 친절한 분들이었습니다.
크게 튀진 않지만, 묵묵히 자리 지키면서 초심 잃지않고 계속 좋은 음식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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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8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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