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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8. 서울역 그릴(Seoul Station Grill - 서울역-동자동) / 1925년 창업, 대한민국에서 제일 오래 된 경양식 레스토랑에서의 시간여행 by Ryunan

얼마 전, 집안 가족의 기념일이 있어 조금 특별한 곳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한 번 가 보고 싶다 - 라고 생각했던 서울역에 위치한 경양식 레스토랑 '서울역 그릴' 입니다.

서울역 그릴은 1925년 창업하여 현재 거의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경양식 레스토랑으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된 경양식집이라고 합니다. 아쉽게도 처음 오픈할 당시의 위치는 아니고
서울역 신역사가 지어지면서 그 곳으로 이전, 서울역 신역사 4층의 서울역광장 창가 쪽 명당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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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입구에는 가게에서 판매하는 각종 음식 모형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음식 뿐 아니라 와인, 주류도 같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 좀 독특하다면 독특한 점.

사실 음식 가격이 꽤 높기 때문에 경양식임에도 아무때나 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조금 특별한 때 가는 곳.
나는 서울역 그릴따위 가격에 대한 부담 없이 아무때나 갈 수 있다면...? 참 부럽습니다...


매장 내부는 상당히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꾸며져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짙은 원목의 인테리어를 메인으로 한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그동안 찾았던 경양식 레스토랑이 8~90년대 인테리어 감성이라면 여기는 그보다 더 오래 된 느낌.
약간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근대화 시대, 혹은 일제강점기 시대 인테리어 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
천장에 매달려있는 샹들리에는 너무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으면서 상당히 존재감있네요.


샹들리에 뿐 아니라 개별 테이블에 달린 천장 조명도 범상치 않은 디자인.


창가 쪽 자리가 잡기 치열하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진짜 운 좋게 창가 자리가 하나 남아
바로 안내받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에게 창가쪽 자리 안내를 요청했더니 다행히 이 자리로 안내해 주시더군요.


서울역 신역사 꼭대기층에 들어온 레스토랑이라 서울역광장 및 환승센터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낮에 보는 것도 좋지만 밤에 오면 낮과는 다른 상당히 괜찮은 분위기가 있을 것 같군요.


테이블매트가 종이가 아닌 녹색 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천 위에 포크, 그리고 나이트와 스푼이 세팅되어 있는 게 진짜 고풍스러운 감성.


금박이 살짝 벗겨진 '서울역 그릴' 로고가 새겨진 메뉴판에서 느껴지는 오랜 세월의 흔적.


음식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요, 식사메뉴 중 가장 저렴한 메뉴인 오무라이스는 14,000원.
그리고 경양식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돈까스 가격은 16,000원입니다.
그 밖에 잘 나가는 메뉴로는 '그릴정식' 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릴 정식의 가격은 28,000원.
식사메뉴 중 제일 비싼 스테이크 메뉴인 샤토부리앙과 티본 스테이크의 가격은 55,000원입니다.

'샤토부리앙' 은 어릴 적 만화책에서 딱 한 번 보고 실체를 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는군요.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티슈와 후추, 소금통, 그리고 각설탕이 담긴 그릇.


물을 직원이 직접 와서 와인잔 같은 잔에 따라주는데, 이런 것도 서비스 가격에 포함일 듯.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 대부분이 다 중년 남성, 여성들인데 턱시도에 '나비넥타이' 를 맨 노년 신사가 와서
직접 물을 따라주는 걸 보고 '와... 여기 제대로다...' 라면서 조금 감동받았습니다.


음식 주문하면서 와인 마실까 맥주 마실까 하다가 가볍게 맥주나 한 잔 하자해서 맥주 주문.
음식 가격에 비해 맥주는 그렇게 심하게 비싸진 않네요. 보통 식당에 비해 가격이 좀 더 있긴 하지만
테라 한 병 큰 거에 5,000원인가 했던 걸로 기억하니 아주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닙니다.


맥주 한 잔 따라놓고 기념일을 축하하며 건배.


경양식을 먹을 때 빠지지 않는 가장 한국적인 경양식 반찬, '깍두기'
깍두기 맛있게 잘 담갔어요. 돈까스랑 먹기 딱 좋을 정도로 밸런스가 잘 맞습니다.


코스요리처럼 제일 먼저 수프가 나오는데요, 매장에서 직접 만든 크림 수프가 꽤 맛있습니다.
살짝 감자맛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풍미가 아주 좋고 담백한 맛인데요, 식전에 먹기 정말 좋은 따뜻한 맛.


상큼한 요거트 소스를 끼얹은 야채 샐러드가 수프 다음으로 나왔습니다.
안에 들어간 야채는 무순과 양상추, 그리고 적양배추.


돈까스가 아닌 그릴 정식을 주문하면 빵이 나온다고 하는데,
저희 같이 간 사람 중 한 명이 그릴 정식을 주문해서 그에 맞춰 구운 빵이 등바구니에 담겨 나왔습니다.


마늘빵은 아니고 바게트빵을 잘라 표면을 바삭하게 구웠습니다.
일반 빵이라면 보들보들한 식감이 더 좋겠지만 바게트빵이라 그런지 바삭한 식감이 더 마음에 들던...
수프를 먹고난 뒤 그릇에 조금 남은 걸 바게트빵에 훔쳐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웠습니다.


첫 번째 메인 요리인 생선까스(17,000원)
생선까스 세 덩어리와 함께 새우튀김 하나가 함께 담겨나옵니다.

사이드로는 으깬 감자 샐러드와 삶은 당근과 그린빈, 완두콩, 옥수수 등을 넣은 샐러드가 함께합니다.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생선까스와 새우튀김을 찍어먹는 타르타르 소스가 나오는데, 직접 만든 소스라 꽤 맛있던...


두 번째 메인 요리 : 그릴 정식(28,000원)
다양한 종류의 튀김과 그릴 요리가 한 접시에 담겨나와 여러가지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요리입니다.

그릴 정식의 경우 돈까스와 달리 사진처럼 접시에 밥, 그리고 샐러드가 함께 담겨나오는 게 특징인데요,
야채 샐러드에 토마토 썬 것, 그리고 생딸기 한 점에 바나나까지 까서 한 입 크기로 썰은 게 앙증맞게 느껴지는군요.


그릴정식의 메인 육류요리는 크게 네 가지. 튀김 요리로 새우튀김과 돈까스 두 가지,
그리고 그릴에 구운 요리로 쇠고기 꼬치구이와 함박 스테이크가 함께 담겨 나옵니다.
고기를 약간 얻어먹어보았는데 소스가 흥건하긴 해도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아주 괜찮았습니다.


그릴 정식이 아닌 돈까스와 생선까스에는 여느 경양식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접시에 납작하게 깐 쌀밥이 함께 나오는데, 보통 경양식집에 비해 쌀밥의 양은 조금 적은 편입니다.
다른 경양식집과 달리 밥과 빵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없는 듯. 그릴 정식을 제외한 나머지는 밥이 기본으로 나오네요.


마지막 세 번째 요리, 경양식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돈까스(16,000원)' 입니다.


직접 만든 브라운 소스를 끼얹은 큼직한 돈까스에 사이드로는 생선까스와 마찬가지로 으깬 감자 샐러드,
그리고 그린빈, 완두콩, 당근, 옥수수 등을 한데 넣고 데친 야채가 함께 제공됩니다.
양식 돈까스집에 가면 사이드로 옥수수통조림 정도야 준다지만 그린빈에 당근까지 데쳐 나오는 곳 흔치 않지요.


경양식 치고 돈까스 두께가 상당히 두툼한 편인데요, 보통 만들 때 고기를 얇게 펴서 만들텐데
서울역 그릴의 돈까스는 일본식 돈까스에 필적할 정도로 꽤 두툼하게 고기를 튀겨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맛은 아주 좋습니다. 예전 동인천의 잉글랜드 왕돈까스(http://ryunan9903.egloos.com/4430354)에서 받았던
'어릴 적 먹었던 경양식의 감성' 과는 소스의 맛이 조금 다르지만, 너무 자극적인 새콤함 없는 진한 맛이 만족스러웠어요.
고기 또한 전혀 질기지 않고 아주 부드럽게 씹히는 것이 그냥 오랜 전통만 내세우는 곳은 아니란 걸 느꼈습니다.


사이드로 나온 당근 데친 게 참 귀엽습니다. 실제 이런 품종의 당근이 따로 있는 건 아니라고 하고
당근을 잘게 깎아서 이 모양을 낸 거라고 하는데, 쉽게 먹어볼 수 없는 거라 맛있게 먹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창 밖의 서울역 풍경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접시 싹싹 긁어가며 서울역 그릴의 돈까스를 맘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후식으로는 커피, 녹차, 콜라, 사이다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데 주저없이 커피를 선택.
뜨거운 원두커피 한 잔이 나오는데, 그냥 마시는 것보다 테이블에 있는 각설탕 하나를 넣어 마시면
맛이 한층 더 부드럽고 은은한 달콤함이 더해져 더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원래 커피에 설탕 넣지 않는 주의지만
이 각설탕은 한 번 넣어보고 싶어서 한 조각 넣었더니 커피 맛이 더 좋아져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서울역 그릴의 음식은 한 끼 식사로 먹기에 가격대가 확실히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돈까스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찾아오기 좀 망설여지는 조금 문턱이 높은 곳이긴 한데,
그 가격을 상쇄할 정도로 괜찮은 음식, 그리고 8~90년대보다 더 과거로 돌아간 - 조금 과장해서 개화기 시절의
옛날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실내 분위기, 그리고 유니폼 깔끔하게 차려입은 나이드신 분들의 접객까지...
식사를 하는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근대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 분위기 정말 차분하고 좋았어요. 단순히 밥만 먹는 게 아닌 밥 먹는 공간 자체가
사람들과 대화 나누며 즐길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의 장이자 사교의 장이 된 듯한 느낌...ㅋㅋ
다음에 또 와서 이 분위기를 만끽하며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첫 방문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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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서울역사 바로 오른편에 위치한 구 서울역사 건물 '문화역 서울 284'


'호텔사회(社會)' 라는 이름의 상설 전시가 3월 1일까지 문화역 서울 284 건물에서 진행중입니다.


'호텔사회' 전시회는 근대 개항기에 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호텔문화가 도입되고 확산되면서 정착하는 과정과
오늘날, 호텔이 지닌 생활문화 플랫폼으로서의 다층적 면모들을 살펴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상설 전시로
이질적인 시간과 공간의 블록들이 얽히며 쌓아올려진 복합적 이고 다층적인 호텔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호텔사회 전시 안내 홈페이지 : https://www.seoul284.org/%ED%98%B8%ED%85%94%EC%82%AC%ED%9A%8C/)


구 역사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맞아주는 붉은 커튼과 그 가운데를 올라가는 계단.


전시는 1,2층에 나눠 진행중에 있습니다.


1층의 한쪽 전시실에는 과거 대한민국의 호텔 사진들과 함께 호텔의 역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이 자리에는 '경성철도호텔' 이라는 호텔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당시 약 60여 개의 객실에 로비, 식당, 바, 댄스홀 등이 있었다면 상당히 고급스런 호텔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기존 서울역 역사였던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활용 중.


근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런 디자인의 그림과 설명, 되게 마음에 듭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0년대, 그 당시의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야기들.
당시의 분위기를 똑같이 느낄 순 없지만 사람들이 남긴 글을 통해 그 때의 분위기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2층에 위치했던 식당 룸의 테이블, 그리고 배경의 커튼과 고풍스런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창.
테이블엔 촛대가 놓여져 있는데, 아마 서울역 그릴이 처음 오픈했을 때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군요.


광진구에 있는 워커힐 호텔의 80년대 당시 행사 팜플렛이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워-커힐 하니비-쑈' 라고 하는 이 행사는 못해도 최소 40년은 된 행사인 것 같아보이는데요...ㅋㅋ


워커힐 호텔에서 열렸던 이 아이스쇼는 1981년에 열렸던 행사라고 하는데 제가 태어나기 전 행사.
이 행사의 입장료가 성인 1만원, 어린이 4천원이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1년 당시의 1만원의 가치를 지금 환산해보면 어마어마한 거금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익숙한 방송인 '서수남' 의 이름도 있습니다. 저 분이 43년생이시니 거의 지금 팔순에 가까운 연세가 된 분.


윤복희와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 1981년에 열린 윤복희 디너쇼의 가격은 무려 45,000원.
물론 식사가 함께 나오는 디너쇼라 그만큼 가격이 있는 것이지만, 당시엔 상류층만 갈 수 있는 행사였겠지요.


1층 중앙 로비에서 바라본 구 서울역의 천장, 그리고 현재도 돌아가고 있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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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주말이면 집회가 열리던 서울역전 광장이 오늘은 좀 조용하길래 어 이번엔 집회가 없나 했더니
집회 장소가 서울역전 광장이 아닌 서울역 -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열리고 있었군요...ㅡㅡ;;


차선의 반을 이용하여 시위를 하고 있었던 지난 주말의 서울역 풍경이었습니다.
서울역이나 광화문 광장이나, 이 근처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이 풍경이 어쩌면 익숙할 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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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사회 전시회에서 가져온 명함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호텔사회 명함 4종 진짜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함부로 못 버릴 것 같아요...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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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그릴 찾아가는 길 : 지하철 1,4호선, 경의선, 공항철도, KTX 서울역 신역사 4층에 위치

2020. 1. 28 // by RYUNAN



덧글

  • ㅇㅇ 2020/01/30 00:08 # 삭제

    레스토랑이 야인시대 느낌이 물씬 풍기는군요 ㅋㅋㅋ 나중에 가보고싶네요
  • Ryunan 2020/02/02 19:29 #

    뭔가 7~80년대 복고풍이 아닌 개화기 감성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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